연준이 OOO을 주저하는 이유

연준이 OOO을 주저하는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미국 경제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이 경기가 좋아지는 게 확실한 상황이냐 아니면 아직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냐>를 두고 세계적인 석학과 구루들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 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전문가인데 어떻게 이토록 의견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인플레이션을 놓고 벌이고 있는 미국 경제계의 논쟁이 그것입니다.

논쟁의 요점은: 논쟁의 요점은 정확히 말하면 지금 미국 경제에 얼마나 많은 양의 치료제(부양책)가 필요한가에 대한 것입니다. 오바마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는 과거부터 경기침체가 매우 구조적이며 매우 장기적일 것이라는 비관론을 펴온 대표적인 인물이었는데요. 이번에는 경기부양책으로 퍼붓는 현금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랄만한 인플레가 나타날 것 같다고 종전의 의견을 180도 바꿨습니다. 경기가 나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풀면 오히려 돈이 넘쳐서 부작용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반면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총재는 이 정도 돈을 퍼부어도 경기는 살아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장 뚜렷한 지점은 미국의 고용상황입니다.

고용상황이 어떻기에: 미국의 실업률은 요즘 6%대가 나오고 있어서 꽤 고용상황이 좋아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3~4% 정도였고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15%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괜찮아진 고용상황인데 2000조원이 넘는 경기부양책으로 현금을 살포하면(어제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돈이 넘쳐흘러서 오히려 부작용인 생긴다는 게 로렌스 서머스의 의견입니다.

그러나 재닛 옐런과 제롬 파월은 그 실업률 숫자가 실제 상황보다 너무 축소되었다는 의견입니다. 통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입니다.

왜 실업률 통계에 노이즈가 생기나: 실업률은 분모에는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이미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분자에는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아직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숫자를 넣습니다. 그래서 일자리 찾는 걸 포기한 사람들은 사실상의 실업자들일수도 있음에도 실업률을 계산할 때 분자에도 분모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을 계산할 때 군입대한 청년들은 유령처럼 분자에서도 분모에서도 사라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일자리 찾는 걸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면 실업률 통계에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도 실업률은 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자면 동네 노인정이나 실버타운에 가면 그런 실업률 0%의 모습이 관찰됩니다)

미국의 일자리 조사들 중에 기업조사는 그 방법이 기업들에게 월급이 나가는 근로자가 몇명인지 물어서 확인하는 방식인데 경기가 좋아서 근로자들이 투잡 쓰리잡을 하면 각 기업들의 근로자 명단에 한 근로자가 2회 3회 중복으로 기록됩니다. 그래서 실제 취업자수보다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 실업률이 착시라고 생각할까: 재닛 옐런과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현재의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그 근거는 실업률은 낮지만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비농업취업자수)의 숫자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950만명가량 적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950만명이 다시 일자리를 되찾아야 하는데 지금 이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실업자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상당수는 구직활동을 해봐야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는 흐름 때문에 금리의 급등세가 나타나는 것을 연준이 좀 제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답변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특별한 추가 부양이나 안정책이 필요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실업률을 관찰한 후에는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하고, 주식시장의 상황을 관찰한 후에는 추가 부양책은 필요없다고 하는 미국 중앙은행의 반응에 대해 시장에서는 실업자는 좀 더 구제해야 하지만 주가가 좀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청구서: 증세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증세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재정의 구멍을 메워야 할 이유도 있고 코로나로 인해 더 강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어려워진 서민층들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인 제스처도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법인세율이나 소득세율을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자산에 대해 보유세를 물리는(부동산뿐 아니라 주식, 채권, 예금 등 모든 재산에 대해) 새로운 법안이 미국 의회에 제출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증세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명분과 실리에 모두 적합한 세목인 법인세나 재산세, 고소득층 소득세의 경우는 국제 수준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꽤 높은 편이라는 데 있습니다. 외국의 구조와 비슷하게 만들면서 세금을 더 걷으려면 저소득 근로자들의 세금이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유층들의 자산세를 늘려야 하는데 이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집단이라는 점이 고민거리가 될 것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GM과 두 번째 배터리공장 짓는 LG: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2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미국 최대 완성차업체 GM과의 ‘배터리 동맹’을 통해 미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오랜만에 고개 드는 소비심리: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달 말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개장 후 첫 일요일에 하루 매출 102억원을 찍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후 단일 매장 하루 최고 기록입니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3·1절 연휴 사흘간 매출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개학 시즌이 맞물리며 대학·학원가에 있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600% 이상 증가했고, 40여 개 패션 자체 브랜드(PB)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 22~28일 매출이 전년 대비 72%, 전주 대비로는 29% 증가했습니다.

☕️ 해운 대란에 치솟는 식재료 물가: 미국 커피 기업들이 소매가격 인상을 검토 중입니다. 컨테이너선 부족으로 물류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설탕, 콩, 면화와 관련된 소비재 기업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