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장은 연준을 믿지 못할까

왜 시장은 연준을 믿지 못할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금리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차례 소개해드린 것처럼 그 10년물 국채금리가 계속 빠르게 오르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금융시장이 꽤 심각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라는데 자꾸 불안해하는 시장: 예상되는 부작용 중에 대표적인 것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입니다.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최대한 낮춰놓은 상태지만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풀어낸 돈이 물가를 자극하고 그게 금리를 올리는 트리거가 될 것으로 걱정합니다.

지난주에 미국 연준의장은 이런 시장의 불안함을 달래는 발언을 했지만 그 발언 다음날 금리는 더 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게 오르내리는 중입니다. 이번주 주말쯤 미국의 연준의장이 한 언론사 행사에 나와 발언을 할 예정입니다. 어떤 발언으로 시장을 다독일지 주목됩니다.

시장은 왜 불안해할까: 미국의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다”라는 말로 시장을 달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설명으로 시장이 다독여지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시장의 상황은 마치 풍선을 불고 있는 삐에로에게 “그 풍선 잘못하면 터질 것 같은데 그만두는 게 어때요?”라고 묻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풍선을 부는 것은 시장에 계속 돈을 쏟아붓는 것을 의미하고 풍선이 터지는 것은 그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삐에로는 중앙은행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 참가자들은 삐에로가 풍선에서 입을 떼는 순간 풍선 공연은 끝난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은 “아직 더 불어도 괜찮다. 안 터진다. 걱정 마라”면서 더 불겠다고 풍선을 입에 가져가는 시늉을 합니다. 지난주에 시장을 달랜 발언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면 풍선이 혹시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쉽게 해소될까요. 이미 꽤 팽팽해진 풍선을 더 불겠다는 건데 삐에로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마음을 다시 놓을 수 있을까요.

연준 의장이 괜찮다고 할수록 금리는 계속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괜찮으니 돈은 계속 풀 것이고 돈을 풀면 물가는 계속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그러면 금리는 올라야하기 때문입니다.*
* 1년에 물가가 2% 오르는데 이자를 1%만 받고 돈을 빌려주는 바보는 없습니다.

그러니 괜찮다고 해도, 안 괜찮다고 해도 금리는 슬금슬금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풍선에서 저절로 바람이 빠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되거나 다시 코로나가 재유행하거나 사람들이 다시 소비를 줄이거나 하는 상황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연준의 카드는 하나 뿐입니다. 결국 금리를 올리는 날이 오더라도 최대한 그 날을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돈을 더 풀 수 있고 그래야 경기가 조금이라도 더 살아난 상태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기 대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묻더라도 계속 괜찮다고 해야 합니다.

왜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걸까요: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은 경기가 좋아지고 세상이 괜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경기가 안 좋았을 때는 아무도 연준에 “금리를 올릴 거냐”거나 “물가가 오를 거 같으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좀 풀리는 듯하니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 이걸 경제용어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충분히 좋아지지 않았는데 시장이 앞서가는 바람에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돈을 묶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준은 “아직 경기는 나쁘다 그러니 금리를 올릴때도 아니고 물가가 오르는 것도 일시적이다”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시장이 그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는 데서 생깁니다. 경기가 정말 꽤 좋아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잠자는 퇴직연금, 주식에 자동투자하게 한다?
오늘의 이슈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따로 넣고 굴리는 것을 ‘퇴직연금’이라고 합니다. 그 ‘굴리는’ 일은 근로자가 직접 하거나(DC형) 회사가 직접 해야(DB형) 하는데 그냥 예금 등에 넣어두고 방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잘 모르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금융회사들도 굳이 그걸 열심히 투자해서 수익률을 높여줄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쥐꼬리라는 뉴스가 종종 눈에 띄는 배경입니다.

새로운 사실: 그래서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넣을 때 근로자나 회사랑 따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되도록 하는 이른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가 논의되고 있는데 그걸 둘러싼 논쟁이 아주 뜨겁다는 소식입니다.

찬성하는 증권사, 반대하는 은행: 자동으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되도록 하면 기왕이면 주식투자를 잘할 것 같은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기자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증권사들은 이 제도에 찬성하고 있고, 퇴직연금 시장의 상당부분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은 주식으로 운용하다가 노후자금인 퇴직금이 손실이 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금융위원회 등에서는 찬성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반대하는 중입니다.

원금 85% 까먹은 펀드가 준 교훈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브라질의 대형 빌딩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85%를 날린 투자 사례가 나왔습니다. 미래에셋 브라질 부동산펀드에서 생긴 일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8억 헤알을 주고 산 빌딩을 10년 만에 12억 헤알에 팔았는데 브라질 돈으로는 이익을 본 셈이지만 10년 동안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3분의 1 토막이 나서 오히려 한국돈으로는 50% 정도 손해를 본 셈이 됐다는 겁니다.

거기에다 여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그 빌딩에서 나오는 월세의 많은 비율을 가져가면서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는 대신 혹시 건물 매매 과정에서 손실을 입으면 그 손실을 운용사보다 많이 떠안는 계약을 했다가 손실이 더 커졌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스페인 당근마켓에 투자한 네이버: 네이버가 ‘스페인의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온라인 상거래업체 왈라팝에 1500억원을 투자했다는 한국경제의 단독보도입니다. 이번 투자로 네이버가 확보한 지분은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선보인 왈라팝 이용자는 스페인 인구의 절반인 1500만 명에 달합니다.

👨‍💻 게임업계의 연이은 연봉 인상: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 비개발자 연봉은 1500만원 일괄 인상했습니다. 신입 초봉은 개발자 6000만원, 비개발자 500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앞서 넥슨과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도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게임업계가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맞이하면서 인력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 디지털세 반대 철회한 미국 정부: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G20 협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내세웠던 기존 반대 방침을 철회했기 때문입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기엔 미국은 그동안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으며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 변화로 이르면 오는 7월까지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최종 합의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늘어난 태양광 업체 대상 대출: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태양광 사업자들을 향한 대출을 현 정부 들어 57% 늘렸습니다. 시중 5대 은행의 태양광 대출 잔액은 2017년 말 2조7305억원이었지만, 작년 말엔 4조2777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 제조업 대출 증가율이 13.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높은 수치입니다. 다만 최근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했기에 태양광 사업자들의 채무 불이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