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상장, 아직 남은 논란들

쿠팡의 미국 상장, 아직 남은 논란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추진하는 쿠팡이 약 4조원(36억달러)가량의 자금을 상장을 통해 조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팡의 미국 시장 상장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공모가격과 세부적인 자금조달 규모 등이 구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에서는 쿠팡이 미국증시에 상장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한국 시장이 아닌 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국부의 유출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그밖에 차등의결권을 둘러싼 몇 가지 논란도 있습니다.

한국 아닌 미국에 상장하는 이유: 굳이 남은 논란들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시장에 상장할 이유는 없습니다. 같은 기업도 미국 시장에 가면 더 많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고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처럼 이상하게 유독 한국 주식시장에서 더 프리미엄을 받는 업종이거나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게 필요해서 굳이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미국 시장으로 가는 게 당연합니다.

대주주에게 주어지는 차등의결권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선물이기도 하겠지만 그게 없더라도 미국 시장에 상장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 판단입니다.

미국 상장하면 국부 유출일까: 국부유출인가의 논란은 이해하기가 좀 복잡합니다만 한국의 국부(national wealth) 측면에서도 미국 상장이 더 나은 측면이 많습니다. 국부의 증대라는 게 결국 외화획득의 다른 말이라면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외국인들이 보유한 달러를 투자받는 것이므로 더 유리합니다. 쿠팡은 이번에 36억달러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받아서 한국으로 가져와 원화로 환전해서 투자합니다. 이 돈은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달러입니다.

한국에 상장했으면 한국인들이 보유한 원화 4조원을 투자 받았을 텐데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동일하지만 국가의 차원에서는 달러로 받은 투자가 훨씬 가치있습니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만들어서 내국인들에게 파는 것과 수출하는 것의 차이와 같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했더라도 물론 일부 외국계 기관들이 쿠팡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갖고 들어와서 투자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된 달러는 결국 언젠가는 쿠팡 주식을 팔고 나갈 때 내줘야 할 달러입니다.*
*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에 와서 그랜저를 사서 타고 다니더라도 결국 출국할 때는 다 팔고 달러를 들고 나갑니다.

만약 한국시장에서 상장했다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보유한 쿠팡 주식 20조원어치는 우리나라에서 팔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20조원을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170억달러로 바꿔서 갖고 나가야 하는데 이것은 170억달러의 외화 유출입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 그만큼의 돈이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쿠팡이 미국시장에서 상장하면 손정의 회장의 지분 170억달러어치는 다른 미국인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회수하면 그만입니다.

쿠팡이 한국 시장에 상장했다면 쿠팡이 앞으로 성장하면서 시가총액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한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 가지 이유로 그 주장은 반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1️⃣ 쿠팡이 한국시장에 상장되고 주가가 올라가면 수급의 문제로 다른 주식들의 주가가 조금씩 덜 올라서 결국 비슷한 결과가 되며, 2️⃣ 그렇게 해서 늘어난 차익이나 기업가치라는 것은 결국 쿠팡 주식을 미리 산 한국인이 늦게 산 한국인에게서 받아내는 것이어서 국가 차원에서는 의미없는 거래이며 3️⃣ 쿠팡의 기업가치가 늘어나는 것을 예상한다면 미국시장에 상장된 쿠팡 주식을 우리 국민들이 해외투자로 투자해서 달러 형태의 투자차익을 거두는 게 국부를 늘리는 길입니다.

이제 쿠팡의 적자는 미국 투자자들이 메운다: 쿠팡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규모와 매출을 키워서 흑자로 돌리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적자는 손정의 회장 등의 투자와 쿠팡에 입주한 상인들의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낸 돈(쿠팡은 그걸 바로 상인들에게 주지 않고 운영비로 쓰면서 나중에 들어오는 돈으로 돌려막습니다)으로 메워왔습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덕분에 쿠팡 상인들에게 내줘야 할 외상값을 미국인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에 상장하지 않았다면 한국인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빼줘야 됐을 돈입니다.

일자리 줄어드는 전기차 시대
오늘의 이슈

IONIQ5
현대 아이오닉5

새로운 사실: 현대자동차의 새 전기차 아이오닉5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이 과거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줄어들다 보니 노조에서는 그로 인해 줄어든 일감과 소득을 보전하라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이런 갈등은 전기자동차로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모든 자동차 회사에서 나타나는 일입니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로 전환되면 내연기관 부품 3만개 중 1만여개가 사라집니다. 조립 인력의 30%가 불필요해집니다. 실제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자동차 조립에 들어가는 작업공수가 3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진 조립 인력은 아예 필요 없어집니다.

현대차에서는 정년퇴직으로 비는 자리를 두고 회사는 그 자리를 정규직 1년차 연봉을 받고 재취업하는 퇴직자들로 채우려고 하고, 노조는 전기차 조립으로 인해 일감이 사라진 기존 근로자들로 채우려고 하면서 갈등을 벌이는 중입니다.

미국 법원은 왜 행정부와 다른 판단을 했나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세입자가 집세를 내지 못하더라도 코로나 19 유행기간 동안에는 강제로 내쫒아서는 안 된다는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 법원이 헌법을 위반한 명령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세입자와 집주인과의 계약 관계는 연방정부의 긴급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하며 연방정부가 할 일은 세입자를 퇴거시키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퇴거 당한 세입자를 구제하는 일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미 체결된 계약이 공익과 충돌할 때 그 계약을 어느 수준으로 보호하느냐는 국가마다 다릅니다만, 그 다름의 정도가 여러 차이를 유발합니다.

유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이 최근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에 저항하는 투자를 하지 말라(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도 나빠질 것이라는 쪽의 베팅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이런 미국의 시스템이 다른 나라는 흉내내기 어려운 기업활동과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본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취약해지는 것은 별도로 치러야 할 비용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51년 만에 바뀌는 항셍지수: 홍콩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항셍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수가 현재 50여 개에서 내년 80개로 늘어납니다. 시장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금융기업 비중을 줄이고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산업 기업 비중을 대폭 확대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구성 종목을 100개까지 늘립니다.

📱 월마트의 핀테크 도전?: 미국 유통공룡 월마트가 골드만삭스 임원 두 명을 영입했습니다. 이들은 월마트 산하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월마트는 올해 초 출범한 핀테크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월마트뱅크’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월마트는 지난 2005년 미국 유타주에서 은행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 중국 전기차 주식으로 재미 본 버크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크서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지분 8.2%(약 2억32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GM의 지분은 3.7%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야디의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300% 이상 급등한 반면 GM의 주가 상승폭은 65%에 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