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대차가 중고차를 팔려고 할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왜 현대차가 중고차를 팔려고 할까

이미지 출처: 현대차 홈페이지.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습니다. 2013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 그 대기업 진출 제한의 유효기간이 끝났는데요. 중고차 업계에서는 계속 더 막아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고, 현대차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같으면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막는 게 정부의 선택이었겠으나,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워낙 강해서 정부도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대차가 어느 정도의 ‘상생방안’으로 기존 사업자들을 달랠 명분을 주면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이 진출하면 중고차가 싸질까: 품질 대비 저렴해질 것입니다. 그건 꼭 대기업이 진출해서가 아니라 중고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가격은 오를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지금은 현대차 대리점의 딜러가 새 차를 산 손님이 타던 차를 그냥 아는 중고차 매매상에게 연락해서 사가지만 앞으로는 현대차가 직접 매입해서 정비 수리 인증을 한 후 판매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불량품도 줄어들고 불량품이 줄어드니 수요도 늘어나고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0년 된 그랜저가 2000만원이라면 앞으로는 2300만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2300만원짜리 그랜저보다는 더 품질이 좋거나 소비자의 마음을 더 안심시키는 중고차일 것입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기존 대리점과 정비망을 활용하면 중고차 매입 판매와 정비 점검 인증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아주 쉬운 사업이 됩니다.

2. 중고차 가격이 올라야 신차도 잘 팔립니다. 중고차 가격이 너무 싸면 신차가 비싸게 느껴져서 잘 안 팔리기도 하고 중고차 가격이 높아야 ‘좀 타다가 중고로 팔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신차를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납니다.

3. 수입차들은 이미 중고차 매매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형 수입상이라서 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입차의 중고차 가격은 비슷한 연식의 국산차보다 높습니다. 믿을 수 있는 판매사가 정비와 인증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를 3년을 타고 중고로 파는 것보다 벤츠를 3년을 타고 중고로 파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4. 지금 현대차 대리점에서 흘러나오는 중고차는 품질이 좋은 중고차들입니다. 차가 고장나서 나빠서 파는 중고차가 아니라 새 차를 사는 바람에 필요없어진 중고차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중고차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중고차 사업의 90%는 가성비 좋은 중고차의 확보인 만큼 매우 유리한 조건입니다.

5. 미래의 자동차 시장은 판매가 아니라 구독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의 구독료는 신차 가격과 중고차 가격의 차이에서 결정됩니다.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태워주다가 3년 또는 5년 후에 중고로 팔 때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면 구독방식으로 서비스할 때도 구독료를 싸게 할 수 있습니다. 중고차 가격이 나쁘다면 구독료는 비쌀 수밖에 없고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의 단점: 당장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생계는 지장을 받을 것입니다. 대형마트의 진출로 재래시장의 매출이 감소하고 온라인 강의의 등장으로 동네 학원강사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도 신차 시장처럼 현대차의 독점 시장이 된다면 그 자체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차에서 A모델의 신차가 나올 때 현대중고차가 A모델의 중고차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입니다. (경쟁하지 않고 계열사 상품을 잠시 밀어주는 것입니다)

그런 부작용은 현대차 이외에도 다양한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들어와서 경쟁을 해야 해결됩니다만, 그럴 만큼 국내 중고차 시장이 클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장이 작은 나라의 소비자들은 늘 불리하거나 손해를 봅니다. (우리나라의 TV가 미국에서 더 싸게 팔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미 SK엔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있지 않나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규제가 없을 때 사업을 시작했으나 2013년 이 시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되자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은 이 사업을 사모펀드에 매각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중고차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아니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조차 제외할지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정해집니다. (ㅁ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모든 문제들은 객관적 기준보다는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입니다.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만든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지난 2018년에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는 별도의 항목이 따로 생기면서(위반 시 제재를 강화한 것입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받기 위해 여러 업종들이 신청을 했습니다.

현재 서점, LPG판매업, 자판기, 두부,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8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습니다. 대기업 두부 제품이 지금도 팔리는 것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소포장 소형 제품은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고차 이외에도 자동차 수리, 오프셋인쇄, 메밀가루, 제과점, 앙금류, 햄버거빵, 어묵, 화초소매, 전통떡, 도시락, 막걸리 등이 심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슈

미국 대선이 환율을 내렸다

새로운 사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9월 초만 해도 1190원 근처였습니다. 그러던 게 약 40일만에 1152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지난주 말 환율 1152.50원)

환율은 어른의 몸무게와 비슷한 것이어서 잘 변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40여일만에 3%가량의 하락은 매우 큰 변화입니다.

당선 가능성 높아진 바이든: 환율 하락(원화 강세, 달러 약세)의 이유는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바이든은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고 법인세를 올리는 등 반기업 정서가 강한 후보여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주가가 내리고 경제에도 안 좋을 것이라는(그래서 달러는 강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지만, 요즘은 해석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일단 중국과의 관계가 과거보다는 좋아질 것이고 그래서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며 불확실성의 감소는 경제에도 좋고 주가에도 좋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돈을 더 풀 거란 시장의 기대: 그러면 사람들은 위험자산인 주식, 해외투자로 시선을 돌리게 되고 그러면 달러가 약세로 흐를 것이라는 것입니다. 공화당보다 더 많은 돈을 정부가 쓰자는 주장을 하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은 시중에 달러를 더 많이 풀게 되는 결과가 오며 이 역시 달러 약세의 요인입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민주당 정부가 정부 지출을 늘려서 그 재정의 효과로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오히려 미국으로 투자금이 몰려서 달러가 강세가 될 것이라거나, 경기가 좋아져서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예상보다 빨라지면 그 자체가 저금리를 기반으로 랠리를 이어온 금융시장에는 매우 큰 악재가 될 것이며 그것은 달러를 오히려 강세로 바꿀 것(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불안해지면 달러가 강세가 됩니다)이라는 예측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험난한 경기부양책 집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모를 키워 내놓은 1조8000억달러짜리 추가 경기부양책이 민주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습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경기부양책이 코로나19를 없애기 위한 전략적인 계획이 없을 뿐더러, 가계와 지방정부에 대한 충분한 자금 지원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요일 미국 증시는 경기부양책이 타결될 거란 기대 아래 오른 터라 증시엔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억눌렸던 수요 폭발한 3분기: 삼성전자가 3분기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 패널 등 모든 부문에서 선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액 66조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45%, 58.1%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스마트폰·가전 수요가 하반기 들어 폭발했고, 미국의 제재를 앞둔 화웨이가 반도체를 사재기한 덕도 있었습니다. LG전자의 가전 판매 실적 역시 좋아졌습니다. LG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16조9196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22.7% 증가했습니다.

🛴서울에만 공유 킥보드 3만6천대: 서울이 공유 킥보드의 격전지가 됐습니다. 서울 내에 등록된 공유 킥보드는 8월 말 기준 3만5850대였는데요. 지난 5월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킥보드의 인기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공유 킥보드를 수거해서 충전하고 돈을 버는 ‘주서(juicer)’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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