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률 4% 상품도 외면 받는 시대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지금은 SK증권에서 주식전략을 담당합니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연 수익률 4% 상품도 외면 받는 시대

새로운 사실: 올해 상반기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액은 20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때문에 증권사의 ELS(주가연계증권)·DLS(기타파생결합증권) 손익도 1조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ELS와 DLS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투자의 세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라는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합니다.

1️⃣’중위험 중수익’ 상품들의 배신: 작년 이맘쯤 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많이 되었던 상품은 파생결합증권(DLS)였습니다. DLS는 실물 자산(금·원유), 이자율, 환율 등 다양한 기초자산 가격에 투자해 해당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인데요. 독일 채권 금리에 연동된 DLS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 상품은 “독일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않으면, 4~5%수준의 금리를 드릴게요”라는 마케팅을 통해서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설마 하는 사건이 일어나버렸습니다. 독일10년물 국채 금리가 -1% 가까이 하락하면서 이 상품의 가격이 급락해버렸던 것이죠.

이후에도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환매가 중지되는 사모펀드들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관련 상품을 찾는 사람도 줄어듭니다. 2016년 이후 5조~6조원 수준의 발행규모를 자랑하던 DLS의 연간 순발행액이 올해는 오히려 3조9000억원 감소했을 정도니 말입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원인은 상품 자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2️⃣투자자들의 행동 변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작년에도 저금리였고, 올해도 저금리였는데 무엇이 달라졌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의 저금리와 올해의 저금리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우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금리의 레벨 자체가 낮아졌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작년의 저금리가 ‘언젠가는 올라갈 수도 있는 저금리’였다면, 올해 저금리는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 같은 저금리’라는 것입니다. 장기 저금리에 대한 확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행동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식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주식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심리가 위험한 자산으로 돈을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양극화는 우리의 생활속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의·식·주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먹는 것도 아주 싼 음식이 아니면, 엄청 비싼 음식을 선택합니다. 신라 호텔의 투숙률은 28%까지 하락했다고 하는데, 6만원짜리 애플망고는 3시간을 기다려서 먹는다고 하니 말입니다. 투자자들이 중위험중수익이 아니라, 무위험채권과 위험한 주식에 관심이 커지는 것도 양극화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월 FOMC 회의에서 <2023년까지 금리를 안 올리겠다>는 선제적 안내에 반대했던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반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연준의 정책 변화 때문에 위험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수록 더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 옵션시장에서 개인의 거래 비중은 2018년 2%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8%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버블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시는 분도 있고, 실제로 옵션시장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늘어난 ‘알파 헌터’: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의 배신 때문에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었고, 저금리가 투자자들의 행동을 바뀌었습니다. 조금만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는 현상을 일드(yield) 헌터라고 한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위험하지만 높은 수익률을 찾는 알파(alpha) 헌터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자자들의 위험성향이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졌으니, 이제는 주식시장이 변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소액주주들에게도 좀 더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LG화학의 분사 결정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청와대에 청원까지 하면서 본인들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알파를 찾으러 온 투자자들과 주식시장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월세 많이 올리면, 세입자 최대 6년 살게 해야 한다

새로운 사실: 전월세 전환율이 2.5%로 낮아집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보증금을 줄이고 그 대신 월세를 내는 것으로 바꿀 때 보증금과 월세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규정해놓은 것입니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예를 들면 전세 8억원을 ‘보증금 5억원에 월세 ( )원’으로 바꿀때 괄호 안의 적당한 숫자가 얼마인지 알려주는 공식입니다. 그 전환율이 2.5%라면 1년치 월세가 줄어든 보증금 3억원의 2.5%보다 낮아야 합니다. 3억원의 2.5%는 750만원이므로 1년치 월세는 750만원보다 낮아야 하고 한달 월세는 62만 5000원보다 낮아야 합니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건 세입자가 동의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는 비싼 월세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전월세 전환율 규제는 사실상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규제였습니다. 집주인이 이 전환율 규제를 어기고 비싼 월세를 부르더라도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차피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대차3법과 그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이 세입자에게 주어진 상황에서는 이 전월세 전환율이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 8억원에 2년간 거주한 세입자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70만원으로 바꾸기로 집주인과 합의한다면 과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전월세 전환율이 2.5%인 상황에서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62만5000원으로 바꾸어야 하지만 월세 차액인 7만5000원은 계약기간 만료 후에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인상된 월세라고 생각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월세 많이 올리면: 그러나 이제는 전월세 전환율 규제를 적용한 월세 62만5000원보다 높은 월세 70만원은 월세를 12%나 올린 것이어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때는 5%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규정과 충돌합니다. 그러므로 세입자와 집주인이 그런 조건에 합의했다면 그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5% 넘는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세입자는 다음 계약 종료일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고 그 세입자는 6년간 그 집에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 (2년+계약갱신권 미행사 2년+ 계약갱신권 행사 후 2년)

요약하자면: 전월세 전환율이 2.5%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계약 갱신 과정에서 월세를 많이 올린 집주인은 그 세입자가 최소 6년간 거주할 권리를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온라인서점 진출한 쿠팡: 쿠팡이 온라인서점 시장에 진출한다는 매일경제의 보도입니다. 쿠팡은 출판사들에 직거래 사업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형 서점의 책을 대신 팔아주는 판매대행이 아닌 기존 인터넷서점 인력을 영입해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직거래를 하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쿠팡은 온라인 서점 매출을 내년까지 6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가진 걸로 알려졌습니다.

🛢재고 넘쳐나는 원유: 글로벌 정유사들이 지난 봄 생산량을 1년 전보다 35%가량 줄였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개월째 ‘수요 절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존에 쌓여 있는 원유 재고가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60달러에 달했던 원유 가격은 40달러 내외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줄어드는 학생들: 인구 감소로 인해 올해 수능 지원자가 처음으로 40만명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작년에 비해 5만명가량 줄어든 49만3500여명이었습니다. 반면 재수생 등 졸업생 비율은 27%로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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