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밝힌 혁신 3가지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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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밝힌 혁신 3가지

배터리데이
이미지 출처: 테슬라 유튜브

새로운 사실: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 테슬라가 어제(미국 시간) ‘배터리 데이’라는 이름의 신기술·신제품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획기적으로 성능이 개선된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신제품도 공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동시에 그 신제품 배터리를 아예 자체 생산하거나, 중국 기업과 단독 제휴할 수 있다는 국내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그 우려가 현실화되면 현재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 입장에선 대규모 납품처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LG화학과 함께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타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역시, 향후 실적의 상당 부분이 테슬라의 계획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을 정도로 테슬라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테슬라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도 중요한 발표였습니다. 만약 테슬라가 획기적으로 성능과 가격이 개선된 신차를 출시할 경우,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쉽지 않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행사 하루 전날,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LG화학 등 배터리 제조사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임을 먼저 밝혔습니다.

🔋핵심은 배터리 성능 개선: 배터리 데이의 핵심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효율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2만5000달러(약 3000만원) 가격대의 보급형을 포함해 연간 20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원대한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였습니다.

1️⃣배터리 생산단가 절반으로 낮춘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 혁신의 핵심은, 배터리의 킬로와트시(kWh)당 생산단가를 50% 이상 절감하겠다는 것입니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려면 배터리 생산단가를 떨어트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지름 46mm, 길이 80mm인 새로운 배터리(이른바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인데요. 출시되면 용량은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는 16%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터리에 대한 원천기술에 있어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기타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테슬라의 계획이 실현되면 가격과 성능 면에서 모두 절대적인 열위에 설수 밖에 없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향후 수년 뒤 실현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므로, 따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2️⃣배터리 생산능력은 키운다: 이와 더불어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연간 3테라와트시(T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2030년까지 구축하고, 협력사들에서도 17테라와트시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합 20테라와트시나 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전략 사용량이 520테라와트시였으니, 20테라와트시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궁극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이 종지부를 더 일찍 찍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론 머스크는 장담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자동차 업체들이 비슷한 시도를 할 것이지만, 테슬라만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기술로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것이지요.

3️⃣새 소프트웨어와 신차 발표: 이외에도 테슬라는 몇 가지 추가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먼저 완전자율주행 수준으로 끌어올린 소프트웨어의 개선 버전을 한달 내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백만 마일당 0.3건인 사고 비율(일반 차량은 2.1건)을 더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또한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모델S의 새로운 버전(Plaid 버전)을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약속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곧 출시 예정인 사이버 트럭과 세미 트럭 등을 행사 현장에 공개하면서 최근 구설수에 오른 니콜라와 차별화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시장은 실망했다: 하지만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5.6% 하락했고,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6.9%나 더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실망한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힙니다.

무엇보다 계획은 충분히 원대하게 들리나,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가격과 성능의 개선이 3년 뒤에나 현실화된다는 것은, 앞으로 3년간 일종의 기술적 돌파구가 추가적으로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테슬라에 기대하던 것: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배터리 신제품의 독점 생산 등 단기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결정이나 전고체 배터리 등 더 거대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발표였을 것입니다. 아니면 몇 년 후에 출시할 2만5000달러 차량을 지금부터라도 예약을 받는 쇼맨쉽을 기대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빗나가는 원론적인 계획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실망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얼마 전 발표한 50억달러의 유상증자 금액을 어디에 쓸지, 계획 중인 유럽 공장의 가동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재난 땐 상가 임대료 깎아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가 임대차보호법에는 가게를 빌린 임차인이 경제상황이 갑자기 악화된 경우에는 월세를 깎아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이를 거절할 경우 법룰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요구가 정당한지는 경제상황의 판단 등 복잡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그런 법률 근거가 없다면 소송을 제기할 근거도 없습니다)

새로운 사실: 정부는 그런 사유로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상황도 포함시키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6개월간 임차료를 연체해도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조항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3개월 이상 월세를 연체하면 세입자 보호장치가 모두 사라집니다.

이런 보호장치가 필요한가 또는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은 여론을 바탕으로 그 사회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세입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결정하면 그런 요인은 월세의 인상 또는 보증금의 인상 등으로 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반영됩니다. 우리나라의 상가나 주택 월세의 보증금이 다른 나라(다른 나라들은 대개 몇 개월치의 월세 수준에 그칩니다)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퇴거를 어렵게 만들어서 임차인을 보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집주인들은 넉넉한 보증금으로 월세가 장기 연체될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연금계좌로도 주식 투자한다: 올해 글로벌 증시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주식 직접 매매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에도 상당 부분 들어갔습니다. 올 상반기 증권사 퇴직연금 DC형(본인이 직접 운용하는 유형)에 5043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에는 1조1475억원이 순유입됐습니다. 두 상품의 증가분 합계액은 전년도 상반기 증가액보다 34% 늘어난 규모입니다. 원리금 보장 위주의 상품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로 풍족한 노후를 추구하는 식으로 퇴직연금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제2의 니콜라, 나녹스?: 니콜라에 이어 이번엔 의료장비 업체 나녹스에도 사기 의혹이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 루이싱커피의 회계 조작 사실을 밝혀냈던 머디워터스리서치가 나녹스를 저격하고 나선 건데요. 머디워터스는 “나녹스는 디지털 엑스레이 차세대 영상촬영기기(ARC)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을 가져가 조작한 시연 영상을 만든 후, SK텔레콤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했는데요. 이 발표 이후 나녹스 주가는 개장과 함께 20% 폭락했습니다. SK텔레콤은 나녹스의 2대 주주입니다.

🇺🇸화웨이 제재, 미국 기업은 예외?: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자 중국 정부도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본격적인 보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반도체회사 인텔과 AMD가 주력 거래업체인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끔 허가를 내줬습니다. 화웨이를 제재하면서도 자국 기업의 피해는 줄이려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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