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IT 죽이기, 한국 기업들의 영향은?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미국의 중국 IT 죽이기, 한국 기업들의 영향은?

지난 7월 4일자 리멤버 나우에서, 후속적으로 미국의 화웨이 3단계 제재 안이 발표될 것이고 3단계 제재 안에는 ‘화웨이와 계열사가 설계한’ 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며 제재 대상에 메모리 반도체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보다 그 시기가 빠르게 다가왔지만 내용은 당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실: 이제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미국과 제3국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반도체 칩은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화웨이와 계열사에 판매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반도체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는 원천 봉쇄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러한 조치가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화웨이 제재 안을 단계별로 간단히 정리하자면: 2019년 5월에 고시된 1단계 제재 안에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2020년 5월에 발표한 2단계 제재 안에서는 제3국까지 범위가 확대되면서 ‘화웨이와 계열사가 설계한’이라는 문구를 첨가해 파운드리(고객의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 칩을 주문, 제작하는 기업)에 국한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8월 ‘화웨이가 설계한’ 문구를 삭제한 3단계 제재 안을 발표함으로써 범용제품인 메모리까지 대상이 확대되었고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들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왜 거래를 중단하나요?: 분명 미국 상무부의 고시문은 반도체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화웨이에 납품을 중단한다는 기사가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스마트폰, TV 등에 주로 사용되는 LCD와 OLED 모두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구성하는 각 픽셀을 독립적으로 끄고 켜면서 RGB(빨간, 녹색, 파란색)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구현합니다. 이 때 각 픽셀을 컨트롤하는 장치를 DDI(Display Driver IC)라고 부르는데 바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이지요.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모듈 단위로 납품하는데 패널과 DDI가 하나의 모듈을 구성합니다. 즉, 반도체가 없으면 모듈을 완성할 수 없는 것이지요.

국내 기업들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이미 많은 기사를 보셨겠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에게 화웨이는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매출에 큰 영향을 받게 되겠지요. 비록 반도체 재고를 미리 비축했다고 하지만 화웨이의 실적이 급감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지난 2분기엔 2021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3%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의 몰락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경쟁관계에 있는 휴대폰 시장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어부지리를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SK하이닉스의 경우 빨리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 마이크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되면 출혈 경쟁 가능성이 있고 메모리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반도체 시장은 공급과잉 상황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요는 제한되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이 2017~2018년 진행한 설비투자의 결과로 생산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화웨이라는 커다란 고객이 사라지게 될 경우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화웨이가 재고 비축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반도체를 구매해 왔다면 피부로 느껴지는 충격은 더욱 커지겠지요.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화웨이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SMIC가 TSMC를 대체할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5월과 8월에 발표된 2단계, 3단계 제재가 이미 결정타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 IT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본다면 SMIC가 미국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영향이 작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제재는 약해질 수도 있다: 다만, 11월에 있을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미국 기업들에게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지요. 인텔, 퀄컴, 엔비디아, 마이크론, 구글 등 많은 기업들에게 있어 화웨이와 중국 기업들은 중요한 고객입니다. 마치, 한국에 대해 반도체 수출 제재를 했던 일본의 소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오늘의 이슈

대출이 치솟은 건 문제일까

새로운 사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이 7월에 비해 14조원이나 늘어났습니다. 한 달 동안 늘어난 금액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폭입니다. 원래 부채는 경제규모가 커지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증가폭이 큽니다. 6월과 7월에는 한달 증가폭이 8~9조원 수준이었습니다.

부채는 없을수록 적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에서 바라보면 대출액이 늘어나는 것은 늘 위험신호 또는 걱정거리로 해석합니다. 물론 그런 방향의 걱정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부채를 갚지 못하고 연체하기 시작하면 매우 큰 충격이 옵니다. 그리고 그런 조짐은 대출 연체율이라는 지표로 파악하지만 이미 연체가 시작된 후에나 신호등이 들어오기 때문에 연체율이 올라가기 시작한 때는 이미 위기가 시작된 후입니다. 그래서 미리 걱정하는 게 잘못된 반응은 아닙니다.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대출액의 증가는 부정적인 신호만은 아닙니다. 경기가 매우 좋을 때도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고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때도 있습니다. 대출이 늘어난 이유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그게 걱정할 일인지, 불가피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일지, 오히려 좋은 신호로 해석할 이일지 판단해야 하지만 통계 지표로 발표되는 것은 부채금액뿐이어서 그걸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단도 없습니다. 그래서 늘 부채가 늘어나면 1회성 우려와 걱정을 던지고 또 아무일 없이 지나갑니다.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8월에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추측하자면 신용대출의 증가입니다. 카카오게임즈 같은 인기 공모주를 받기 위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서 공모주를 신청하느라 늘어난 대출일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의 이자가 주택담보대출 이자보다 저렴하다는 뉴스나 정부가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걸 막으려 한다는 보도는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수요자들도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보자는 쪽으로 반응하게 만듭니다.

6월 이후에 패닉바잉이 원인이든 다주택자의 주택 정리용 매물의 증가 때문이든 주택 거래가 늘어난 것도 주택 거래에 수반되는 대출의 증가로 이어진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거론한 어떤 이유에서 늘어난 대출이든 그게 위험한 신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그 자체 뿐입니다.

코로나 탓에 결혼도 안 한다

새로운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결혼식 건수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습니다. 결혼식이 미뤄진 게 문제가 아니라 결혼식이 줄어들면 1년쯤 후에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도 비슷하게 줄어듭니다. 내년 이맘때 우리나라의 월별 출생아 수 지표는 매우 저조할 것입니다.

미뤄진 결혼이 정말 미뤄지기만 한 것이라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결혼식 건수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비혼으로 분류되는 케이스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출산율을 더 낮출 수도 있다: 참고로 지난해 2019년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치이며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낮습니다. 이 합계출산율이라는 통계는 <아이를 잘 낳지 않는 현재의 출산 트렌드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여성이 앞으로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가 1인당 0.92명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건 이런 출산 트렌드와 추세가 바뀐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부터라도 출산을 더 많이 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인구감소의 트렌드도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합니다만, 이미 산모가 될 수 있는 연령대의 여성들 인구가 꽤 감소한 상태여서 그런 기대가 현실화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결혼을 일찍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데는 가장 유효한 정책입니다. 전체 산모들 중에 만 35세 이상 고령산모는 2010년 17.1%에서 2019년 33.3%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교육기간도 달라져야 하고 만혼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모두 바꿔야 하는 문제가 뒤따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초등학생 이하 자녀 1인당 20만원씩 받는다: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의 뼈대가 잡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에게 인당 200만원씩,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양육비를 일괄 지급한다. 자녀 1인당 20만원씩 현금으로 주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코로나 다시 퍼지는 유럽: 유럽 내 코로나19 사망 피해가 가장 많은 영국은 최근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을 넘나들자 정부가 7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습니다. 스페인은 8일 하루 사이에 신규 확진자가 9000명 가까이 나올 정도로 확진 피해가 심합니다. 스페인의 지방정부들은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식당·술집 운영 시간 단축 조치를 연장했습니다.

💍미∙프 갈등에 티파니 포기한 루이비통: 미국 유명 보석 브랜드 티파니를 인수하려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VMH)이 인수 작업을 철회했습니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미국과 프랑스의 갈등 때문인데요. 프랑스가 글로벌 IT 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려 하자 미국 정부가 프랑스산 화장품과 비누·핸드백 등 프랑스산 제품 13억달러어치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 외무부는 미국의 교율 관세 부과 위협이 프랑스 상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티파니 인수 협정을 2021년 1월 6일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LVMH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티파니는 프랑스 외무부의 요청이 부당하다며 LVMH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규모 채용 나선 아마존: 아마존은 코로나19의 수혜를 본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늘어난 덕인데요. 실직자가 치솟는 와중에 아마존은 3만3000명의 일반 사원과 기술직을 새로 뽑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채용할 인원의 평균 연봉은 1억8000만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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