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미 이끈 로빈후드는 의적? 도적?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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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미 이끈 로빈후드는 의적? 도적?

밀레니얼투자자
이미지 출처: 로빈후드 홈페이지

지난 3월 말 이후 미국의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최근엔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역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물 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급등이 과도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조정 받는 미국 증시: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후반부터 미국 증시는 급락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시장을 이끌던 애플, 테슬라 등 대형 IT기업들의 주가가 심하게 조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악재가 없는 상태에서 나타난 이러한 조정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만에 하나 미국 증시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그 충격은 코로나19라는 명확한 악재가 있었던 지난 3월과는 또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까지 다시 흔들리게 됨으로써,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이 급격하게 과열된 원인: 그간 미국 증시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미국 정부가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시중에 막대한 현금을 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주식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설파했고, 최근엔 애플과 테슬라가 주식을 분할해 개인 투자자를 유인한 영향도 있었습니다.

밀레니얼 끌어들인 로빈후드: 하지만 이번 상승장을 주도한 주인공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013년 설립된 온라인∙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 업체인 로빈후드입니다. 주식에 투자할 자금도 많지 않고,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밀레니얼 세대들을 주요 타깃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1300만명의 고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회사입니다.

그 차별화된 서비스란, 최소 예탁금을 없애고 거래 수수료도 전혀 받지 않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증권사들이 최소 500달러에서 5000달러 정도의 금액을 반드시 예탁하게 하고, 거래마다 5달러에서 10달러 정도 되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을 공략한 것입니다.

그렇게 로빈후드가 낮춘 문턱을 넘어 주식 시장에 뛰어든 젊은 고객들은, 올해의 가파른 급등장을 이끌어 온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미국판 동학개미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로빈후드’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기존 투자자들과는 다른 그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투자 내역과 성과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주식투자자들이나 전문 투자자들은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등장했다고 언론들이 주목한 이유입니다.

소득 없는 대학생에게도 옵션 거래 허용했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거의 없는 밀레니얼들을 대상으로 주식은 물론 선물, 옵션 그리고 암호화폐까지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을 왜곡하고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20세 대학생이 옵션 거래에서 73만달러의 손실을 입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흥망의 기로에 로빈후드: 이 때문에 로빈후드에 대한 미국 금융당국의 시선을 곱지 않습니다. 과거에 고객들의 주문 정보를 3자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낸다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빈후드가 밀레니얼을 위한 투자 플랫폼을 제공해 시장을 이끈 ‘의적’으로 자리를 잡아 계획하고 있는 주식시장 상장까지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비전문가들을 현혹시켜 주식시장에 버블을 키운 ‘도적’으로 비난 받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오늘의 이슈

신혼부부 청약, 소득 요건 풀어준다

새로운 사실: 청약가점이 모자라는 30대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인 ‘특별공급’에 대해 정부가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꿀 계획입니다.

지금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일단 신혼부부여야 하고 신혼부부들 중에서는 자녀가 많은 순서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가 주어지는데 부부 합산 소득이 일단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의 130%(맞벌이 140%)보다 낮아야 합니다

소득 요건 완화하는 이유: 자녀 수가 많아서 당첨 가능성이 있는 신혼부부들 중에는 부부합산 소득이 많아 자격이 미달되는 바람에 청약을 포기하고 일반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부가 부부합산 소득의 요건을 더 완화해서 소득이 많은 부부들도 신혼부부 특공에 당첨될 여지를 높여준 것은 이들 고소득 신혼부부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고, 이들에게 특공 당첨 가능성을 주면 일반 매매시장에서 매수 소비자가 되는 걸 막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청약 기다리느라 아파트 안 산다: 물론 신혼부부 특공의 물량은 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소득요건을 완화하면 경쟁률이 더 치열해지는 효과만 있지만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는 새 아파트에 당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주면 집을 매수하지 않고 기다리게 되는 효과가 있어서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추진하는 것도 당장 집이 공급되지는 않더라도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주택공급 효과가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후분양하지 않고 선분양하는 것도 이렇게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입주는 3년 후에 하지만 일단 분양에 당첨되면 당첨된 이들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빠져나가서 수요를 감소시킵니다.

한은이 돈 찍어 정부가 사용한다

새로운 사실: 정부가 코로나 19 2차 재난지원수당 지급을 위해 약 8~9조원대의 추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재원은 시장에 국채를 팔아서 조달할 계획인데요. 그 결과로 시중에는 정부가 내놓은 채권(국채) 물량이 쏟아집니다. 돈을 구하려는 채권이 늘어나게 되면 돈의 가격인 금리는 오르게 됩니다.

한국은행이 이 같은 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5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국은행이 이 채권을 사주지 않아도 시중의 유동자금이 많고 그 자금이 국채 매입에 적극적이면 국채 물량이 증가하더라도 모두 시장에서 흡수되면서 금리가 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시장상황을 확인하고 국채 매입에 나설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었습니다만, 결국 5조원 규모의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이런 구조는 추경에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을 한국은행이 발권력으로 찍어낸 돈으로 마련하는 그림이 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팔다리 잘린 화웨이: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강화했습니다. 이번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타깃이 됐습니다. 미국 기술을 활용해 만든 반도체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화웨이에 팔 수 있게 했는데요. 사실상 판매 금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깁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패널을 공급하지 않을 거란 증언도 나옵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중국의 SMIC도 제재하려고 검토하는 중입니다.

🎬넷플릭스∙유튜브도 망 사용료 낼까: 정부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통신망을 사용하면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의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요. 다만 강제성은 없어 실효성은 적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IT 기업들이 국내 통신망에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용료를 거의 내지 않아 ‘무임승차’한다며 비판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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