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이윤 추구만 하면 안 되는 이유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김태규의 HR 나우

기업이 이윤 추구만 하면 안 되는 이유

⚖️ 살기 위해 저지른 살인, 유죄일까? : 1835년, 캐나다 앞바다에서 배가 좌초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좌초된 배의 선원 중 18명만이 살아남아 13일을 음식없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탈진해 죽음 직전까지 갔을 때 선장이 제안을 했습니다. 제비뽑기를 해서 1명을 희생해 나머지 17명을 살리자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즉각적 동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명의 의사표현에 의해 제비뽑기가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가장 나이가 어린 15살의 수습선원이 희생양이 됐죠. 이들은 3일 뒤 지나가던 어선에 의해 구조됩니다. 그리고 얼마 뒤 17명의 선원은 살인죄로 기소됩니다. 살기 위한 정당방위라는 주장과 팽팽히 맞서게 되죠.

🙎‍♂️ 의무론과 목적론, 윤리의 잣대 : 여러분이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법적인 판단을 넘어 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고대로부터 지혜로운 사람들이 ‘무엇이 윤리적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의무론과 목적론이 주류 이론으로 자리잡았죠. 의무론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이나 로크나 루소 등의 사회계약설이 이러한 흐름에 해당합니다. 목적론은 행위의 윤리성은 그 결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으로 집약되는 공리주의가 대표적입니다.

캐나다의 선원들을 유죄라고 판단하신다면 여러분의 윤리의식에는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라는 의무론적 사고가 개입한 것입니다. 반면 무죄라 판단하신다면 ‘한 사람의 희생을 통해 17명의 목숨을 구했다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을 높인것이다’ 라는 목적론적 사고가 작용한 것이고요.

🏢 이해관계자이론과 주주자본주의론, 기업윤리의 잣대 : 기업윤리에 대한 판단도 의무론의 맥을 이은 에드워드 프리만의 ‘이해관계자이론’과 목적론의 영향을 받은 ‘주주자본주의론’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해관계자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자신들의 모든 활동에 의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 받는 모든 주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강의할 때 쓰는 포인터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영자는 이를 구매한 소비자, 이용하는 저, 혹시나 오작동하면 수업의 질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되는 학생들, 그리고 이 학생들을 위해 수업료를 부담하는 부모들에게까지 전방위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반면 주주자본주의론은 경영자가 주주의 대리인임을 명심하라고 말합니다. 주주의 부를 증가시키는 것이 주주의 최대 책임이며, 이를 통해 사회전체의 효용을 높이는 것이 곧 윤리적 경영이라는 것입니다. 주주자본주의론에 따른다면 기업의 경영자가 수해를 입은 시민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한 행동입니다. 주주의 이윤창출을 위해 고용된 대리인으로서 그 밖의 사회적 책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부금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매출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경영자는 기부행위라는 영역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합니다.

물론 2가지 주장 모두 우리의 일상과는 조금 떨어진, 이론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개개인이 기업의 활동에 대해 윤리적인 판단을 할 때, 잣대로 삼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고대 철학자들의 윤리적 주류 이론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도 흥미롭죠.

⚖️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찾아라 :  앞서 말씀드렸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선원들은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모두 풀려납니다. 아마도 당시의 사회 통념으로는 목적론이 우세했을 겁니다. 법관도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법적지식, 윤리적 신념을 통해 판단했겠죠. 그러나 무죄로 풀려난 17명의 선원 모두 평안한 마음으로 여생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선원 개개인은 각자 다양한 윤리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나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거야’ 라고 믿었지만 누군가는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괴로워했습니다.

사람들은 의미론과 목적론 선상에서 제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이를 명심해야 합니다. 한 쪽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나와 다른 윤리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이해관계자 이론에 신념을 두고 있을 경우 교회윤리와 기업윤리를 혼동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신념만으로 경영에 임한다면 사회의 중요한 구성체로서 주어지는 여러 가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시대배경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에 대한 시각과 정의에 있어 경영자는 의무론과 목적론의 선상(혹은 이해관계자이론과 주주자본주의론의 선상)에서 균형 잡힌 시각과 판단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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