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000조 시대, 얼마나 위험할까?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지금은 SK증권에서 주식전략을 담당합니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나랏빚 1000조 시대, 얼마나 위험할까?

새로운 사실: 최근 시중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가 지난달 초에는 0.8% 수준이었는데요. 지금은 0.92% 수준입니다. 채권 금리가 상승했다는 이야기는 채권의 가격은 떨어졌단 것을 의미하죠. 금리가 왜 오르고 있는지 국내외 이슈들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이 물가 상승 걱정을 안 한다: 올해 1월,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의장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인플레이션(꾸준한 물가 상승)이랑 싸워왔는데, 인플레는 없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인플레이션과 계속 싸워야 될까?”는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전 연설입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올해 2월부터는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물가 상승보다는 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연준은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 AIT)를 도입하면서 행동에 나섰습니다. 연준은 그동안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으면, 긴축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AIT는 그런 패러다임을 바꾼 정책입니다. 물가상승률이 평균으로 2%를 넘지 않으면, 긴축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저물가를 감안하면, 내년에 물가가 2%를 넘어도 연준이 긴축을 안 하겠구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이렇께까지 해서 인플레이션을 만들겠다고 하는 걸 보니,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도 있겠네? 그럼 연준이랑 싸우지 말아야지” 하는 채권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치울 수 있습니다. 팔고 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물가가 계속 상승하면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준의 변화가 금리 상승을 촉발한 셈입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빌리면 금리가 올라간다: 또 다른 요인은 각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정책입니다. 쉽게 비유해 볼게요. A는 B에게 1억원을 3%에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지기 B가 1억이 아니라 1억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A는 돈이 부족하다면서 금리를 3.5%로 올려주면 그 돈을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금리는 돈의 값이기 때문에 빌리는 사람이 더 빌려주라고 하면, 값(금리)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대규모 재정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마침 이번주에 우리 정부도 대규모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예산안 내용은 아래처럼 요약됩니다.

이번 예산안 요약: 1) 정부가 버는 돈은 줄었습니다. 작년에는 정부의 수입이 연 평균 4.8%씩 증가할 것을 예상했는데, 올해는 경기 부진 등의 이유로 세수 증가율이 3.5%로 줄어든 겁니다. 2) 그럼에도 쓸 돈은 많습니다. 내년 예산은 555조원인데요. 올해 예산안보다 8.5%나 늘어난 겁니다. 3) 그래서 대출을 더 받아야 된다는 겁니다. 국가채무는 올해 805조원에서 내년 887조원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되고요.

코로나19 때문에 경기가 부진해 세금이 덜 걷힐 테니, 정부가 돈을 못 벌게 됐단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또한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돈을 많이 빌려야(적자 부채 발행)한다는 것도 이해됩니다. 역시 문제는 그 돈을 누가 빌려주느냐입니다. 최근 시중 금리는 이 때문에 오른 걸로 봐야 할 듯합니다.

빚이 늘었으니 큰일일까?: 이번 예산안 발표 이후 이대로면 2022년이면 나랏빚이 GDP의 50%인 1070조원에 달할 것이니 큰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 비해서 한국 정부의 부채가 너무 빠르게 상승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이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까요?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논문은 “어느 순간 부채가 너무 많은 걸 깨닫고 망했다 싶은 생각이 들 때 나타나는 현상(자기실현적 부채 위기)”이 언제 현실화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으면 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채가 늘어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채 부담이 늘지 않게 하려면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금리가 낮게 유지된다는 것은 곧 정부가 치를 이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경제가 커나가는 속도에 비해 이자 부담이 낮다면, 당연히 빚이 어느 정도 늘어나더라도 잘 버틸 수 있겠죠.

물론 부채 규모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부채 위기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데요. 위 논문은 어느 정도가 낮은 부채인지, 높은 부채인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59~120% 정도면 낮은 부채 수준, GDP 대비 121%~204% 정도면 높은 부채 수준으로 기준을 세웠죠.

우리나라는 아직 GDP 대비 부채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 논문의 분류 기준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는 부채비율이 낮은 나라에도 포함되지 못할 정도라는 겁니다. 부채비율이 낮은 국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59~120%이니 말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중은 작년 말 80% 수준에서 올해 100%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금리가 빠르게 올랐고, 정부에게 돈을 누가 빌려줄 건지 질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난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예금잔액이 다시 늘어난다

새로운 사실: 한동안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가파르게 감소하다가 지난달에는 약간(1조원가량) 늘어났습니다. 0%대 이자를 받더라도 정기예금만한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예금주들이 많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주로 기업들이 보유한 정기예금의 잔액 증가분이 많습니다. 기업들이 미래의 위험을 대비한 예비적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전까진 예금 줄고 있었다: 지난 3월말 650조원이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최근 628조원 수준으로 떨어져있습니다. 정기예금에서 빠져나온 돈은 주식시장의 예탁금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CMA같은 수시입출금 계좌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카카오게임즈 같은 공모주 투자 기회를 고려한다면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있다가 중간에 깨는 것보다는 CMA가 이자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예금 이자율은 내려간다: 은행들도 특판예금 같은 이자를 많이 주는 예금상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출 수요가 많으면 그 재원마련을 위해 서로 예금을 끌어들이는 경쟁을 할 이유가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금이자가 낮으니 굳이 정기예금에 넣지 않고 월급통장에 목돈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은행은 더 낮은 이자로 예금을 유치하는 셈이 되니 마진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예금이자가 낮아지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내려갑니다.

대출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대출 경쟁이 치열해서 대출금리를 높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금금리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마진을 위해서는 예금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이미 기준금리가 매우 낮은 상황이어서 예금금리를 더 낮출 공간도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는 중입니다. (마진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출규모를 늘려서 박리다매로 수익을 늘리는 중입니다)

코로나 성수기 맞은 배달음식 시장

새로운 사실: 코로나19 등으로 음식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배달기사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 수요는 최근 한달 사이 주말 기준으로 약 25%가 늘었는데 배달기사 숫자는 8%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지금은 배달 성수기: 배달기사를 구인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배달료도 오르고 있습니다. 주말에 배달료가 비싸지는 때를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50만원을 버는 배달기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나 음식점은 배달료가 너무 비싸다는 주장이고 배달기사들은 고액을 버는 배달기사 측은 극소수의 사례일 뿐이며 배달료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반박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의 구조로 볼때 음식 배달 서비스의 요금은 완전자유경쟁 시장입니다. 배달 기사가 부족하면 배달 기사를 구하기 위해 요금을 올리고 그 비싸진 요금으로 인해 프리랜서 배달 기사들의 지원이 늘어나면 다시 요금이 내려가는 매우 탄력적인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싼 배달료를 냈다는 의미는 휴가철 숙박비처럼 하필 비쌀 때 배달 서비스를 신청했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 19 같은 특수한 상황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유발한 배달음식의 비용상승 현상인데요.

배달료를 제한해야 할까?: 이걸 막기 위해 배달료를 일정액으로 제한하면 배달기사를 더 구하기 어려워져서 배달이 늦어지거나 아니면 배달이 쉬운 곳에만 배달이 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하루에 한끼만 배달해먹기’ 같은 수요억제책도 가능한 선택이지만 불편을 전제로 합니다. 배달비를 극단적으로 높이면 배달기사 지원이 늘어나고 배달이 원활해지면서 다시 배달비가 내려갈 수는 있지만 당장은 비싼 배달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과 그 해결책들의 딜레마와 매우 흡사한 구조입니다. (아파트는 배달기사처럼 공급이 쉽게 늘어나지도 못합니다. 다만 아파트는 음식배달과는 달리 미래의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안사고 기다리는 게 가능한 상품이라는 차이는 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또 앞서나가는 엔비디아, 주문 따낸 삼성전자: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엔비디아가 새로운 세대의 GPU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제품의 성능과 가격이 모두 시장 기대를 뛰어넘자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이번 제품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데요. 마침 새로운 폴더블폰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어제 3.68% 올랐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도 다시 보자: LG화학과 효성티앤씨 등 국내 화학업계가 올 들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불거지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인데요. 주요 고객인 코카콜라, 나이키,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을 받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집값 뜨는 행정수도 세종: 행정수도 이전 논란 이후 세종시의 집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8월 한달 동안에만 9.2% 급등했는데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올해 초에 비해선 34%나 올랐습니다. 외지인들도 나서서 세종시 아파트를 사고 있습니다. 5월 38.2%였던 외지인 매입 비율은 6월 40.5%로 올랐고 7월에는 43.4%까지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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