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 마련하려면 14년 걸린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입니다. 시장 참여자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합니다.

김규정의 부동산 나우

서울 집 마련하려면 14년 걸린다

새로운 사실: 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뜻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 지수가 올해 6월 기준으로 14.1로 높아졌습니다. 서울의 주택 가격과 소득 계층을 각각 5분위로 나누고, 그 중간값에 해당하는 3분위 주택 평균 가격을 3분위 가구 연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3분위(소득 상위 40~60%)에 속하는 서울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1년을 모아야 3분위 평균가격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료 출처: KB부동산

서울의 3분위 PIR 지수는 지난 1월에는 13.6이었고 19년 1월에는 12.9, 17년 5월에는 10.9 였습니다. 지수로 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3.2년 길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기준 3분위 PIR은 5.7에서 5.2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아파트 사려면 11.4년 걸린다: 서울 아파트의 PIR도 11.4로 올랐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온 가족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1.4년이 걸린다는 겁니다. 17년 2분기에는 서울 기준 8.8이었으니 2.6년 늘어난 셈입니다. KB아파트PIR 지수는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평가가격의 중위값을 대출자의 연 소득 중위값으로 나눠서 구하는 지수입니다. 좀 더 실제적인 지표인 셈입니다. 분위 구분이 없고 실제 대출자의 구매력이 다소 높기 때문에 앞선 일반 PIR보다 낮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PIR 지수가 높아졌고 내집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소득은 정체, 집값은 급등: PIR 지수가 높아진 것은 가구의 소득 증가 속도보다 집값이 더 많이, 그리고 빨리 올랐기 때문입니다. 실물 경기가 좋지 않고 고용이나 소득 상황이 정체된 상태에서 집값이 급등하면 가구의 주택 구매력은 떨어지고 주거 안정성도 나빠집니다.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 혹은 ‘집값에 거품이 끼어있다’라는 평가와 우려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PIR지수는 글로벌 주요 도시와 국가의 집값 수준, 거품 정도를 비교할 때 종종 쓰입니다. 명확하게 집값의 거품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 추세에서 얼마나 급변하는지, 가구의 소득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 판단합니다. 글로벌 도시들의 주택 가격과 소득 지표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중위값 기준의 글로벌 서베이 PIR 지수들을 이용해 비교하곤 합니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들에 비해서 집값 거품이 ‘심하다’, ‘아니다’ 라는 논쟁도 이러한 비교 분석을 근거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쟁은 여전하지만 최근 서울의 집값이 오르면서 PIR 지수가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저소득층은 더 힘들어진다: 눈여겨볼 것은 PIR 지수의 변동성에서도 서울의 주택 가격과 가구 소득의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고가 주택의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저소득 가구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체된 소득에 비해 전반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중저가 주택을 찾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가격 장벽이 높아지고 고가주택 시장으로의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1분위 저소득 가구의 부담이 절대적으로 크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5분위 고소득 가구의 PIR 지수 변화도 적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주택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한편 저소득 가구의 내집마련 지원을 확대하고, 고소득 가구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고급형 주택 상품의 다각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경기∙인천 PIR, 서울보다 더 올랐다: 경기도와 인천의 PIR 지수가 높아진 것도 눈길을 끕니다. 올해 2분기 기준 경기도는 8.0, 인천은 7.5로 높아졌습니다. 비교적 변동성이 크지 않던 경기 인천 지역의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PIR 지수의 변동성이 커진 겁니다. 소득에 비교해봤을 때 오름세는 서울보다도 가파릅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서울의 KB아파트 PIR 지수가 11.7에서 11.4로 낮아진 데 반해서 경기는 6.8에서 8.0으로, 인천은 7.0에서 7.5로 높아졌기 때문이죠. 수도권의 인구 유입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인프라 개발과 신규주택 공급이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에 견줄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반의 집값 안정이 요원합니다.

오늘의 이슈

역대 최고로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 따져봐야 할 지점

새로운 사실: 지난 2분기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간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지난 2분기에 받아간 대출은 약 69조원인데요.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분기에 이런 규모의 대출이 나간 것은 처음입니다. 1분기에는 51조원이 나갔고 지난해 2분기에는 22조원이었습니다.

대출을 왜 받아갔을까: 돈이 없어서 또는 돈이 급해서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당장 필요한 돈은 아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혹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돈을 빌릴 수 있을 때 빌려두자는 예비적 수요도 꽤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비적 수요로 인한 대출은 큰 문제는 아닙니다. 불안한 상황이 잦아들면 다시 상환될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비적 수요에 따른 대출 증가는 시중 유동성 규모에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가 최근 많이 늘어났는데 늘어난 이유는 대출이 많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비적 수요로 인한 비상금 목적의 대출은 대출이 시행되더라도 시중에 풀려나오지 않고 잠겨있다가 그대로 상환됩니다. 이런 비중이 높으면 통화량의 증가분이라는 통계 지표도 꽤 부풀려진 허수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함께 해야 합니다.

자영업자나 소기업의 운영자금 부족으로 생긴 대출금이라면 그로 인한 충격은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사라질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생겨난 대출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부담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충격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 경제에 충격이 왔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부채의 주체에 따라 둘로 나뉩니다.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해줘서 그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정부부채를 늘리고 그렇게 조달한 돈을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어느 쪽이든 부채의 총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위기 후에 부채의 원리금 상환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직접 대출을 받으면 꼭 필요한 대상에 집중적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들이 계속 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부채로 조달한 자금을 나눠주면 꼭 필요한 대상이 아닌 계층에게도 지원금이 흘러가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생깁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기업공개 역사 새로 쓴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는 어제와 그제 청약을 받았는데요. 여기엔 59조여원이 몰렸습니다. 최근 상장한 SK바이오팜에 몰린 증거금(31조원)의 두 배 수준입니다. 경쟁률은 약 1500:1이었는데요. 증거금 1억원을 넣은 투자자는 5주(12만원어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금리에 불어난 시중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루에 주가 40% 급등한 줌: 미국의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의 시가총액이 ‘PC의 전설’로 불리는 IBM을 넘어섰습니다. 줌은 1일(미국 시간)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40.8% 급등한 45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로써 줌의 시가총액은 1290억 달러(약 153조원)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19로 화상회의 수요가 급증한 덕입니다. 줌의 5~7월 매출은 6억6350만 달러(약 7870억원)였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1억4580만 달러)의 4.5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순이익도 1억8570만 달러(약 2200억원)를 거둬들이면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훌쩍 웃돌았습니다.

⛈코로나에 다시 가린 한국 수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성적은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8월보다 9.9% 감소한 396억6000만달러(약 47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하락률이 -7.1%로 한 자릿수 하락세에 그치며 회복에 대한 희망론이 나왔지만, 다시 감소 폭이 커진 겁니다. 주요 품목 중 철강(-19.7%), 자동차(-12.8%)의 하락 폭이 특히 컸습니다. 다만 8월 수입도 1년 새 16.3% 감소한 355억4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내수시장에서도 무너진 자동차업계: 자동차 업계는 내수시장에서도 판매 실적이 나빴습니다. 올해 8월 국내·해외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를 뺀 4개사(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가 전부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3만8463대를 팔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3% 줄었습니다. 한국GM은 5898대로 -8.0%, 르노삼성(6104대)·쌍용차(6792대)는 각각 21.5%, 15.5% 감소했다. 현대차만 전년 동월 대비 3.2% 늘어난 5만4590대를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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