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들 ‘후분양’ 선택

변화는 빠르게 찾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6월 24일부터 시행할 HUG의 고분양가 산정기준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시 재건축 조합의 일반분양가가 고분양가로 판정이 되면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분양보증 없이는 선분양이 불가능하므로 조합은 다음 중 선택을 해야 합니다.

1) 분양가격을 HUG의 심사기준에 적합하게 낮추거나

2)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 없도록 후분양을 선택하거나

여러 기사들에서 반포우성재건축의 일반분양,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의 일반분양 등이 후분양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단지로 거론됩니다. 과천주공1단지나 반포주공1∙2∙4지구도 후분양제 확정이거나 예상되는 단지들이구요. 이처럼  후분양제는 고가 아파트라고 불릴 만한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도입을 검토하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서울/과천 등지의 고가 아파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하반기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로또 청약’ 쉽지 않다

2019년 청약시장의 키워드는 ‘로또청약’과 ‘줍줍’ 이었습니다. 줍줍은 현금이 많은 가구가 청약통장을 소진 하지도 않고, 청약에서 발생하는 미계약분 등을 매수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줍줍’이 유행이 되자 정부는 규정을 개정해서 공급물량의 80%만큼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던 기준을 500%만큼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도록 바꾸기까지 했죠.

그 결과 “올해는 청약이 된다면 로또다”, “미계약분이 나오면 줍줍을 하자” 그런 생각들이 시장에 만연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로또성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청약 경쟁률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죠. 시장은 빠릅니다.

그런데 6.24 고분양가 기준 시행 시, 재건축의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오히려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로또청약이라는 키워드가 다시금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주변 시세 대비 30~40%이상 낮은 가격의 일반분양 아파트라니, 이는 마치 공공택지의 민간분양 아파트처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것과 같은 수준의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었겠죠. 

준공 후 한국 최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되는 둔촌주공 아파트(약 1.2만세대)의 일반분양이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받게 된다면 3.3m²당 3400여만원 수준의 분양가가 2700여만원 이내로 낮아질 거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는 34평형 아파트 기준 약 11.5억원에 분양될 걸로 생각한 일반분양 아파트가, 약 9.5억원에 분양 될 가능성이 생긴것이고 2억원 이상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HUG의 고분양가 기준은 로또급 아파트 청약시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다수 였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재건축 사업을 하는 조합이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기 시작하게 된 것이죠. 왠만큼 낮다고 생각하면 HUG의 규정을 따르겠지만, 새로운 기준대로라면 원래 기획한 만큼의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에, 조합총회를 열면서 적극적으로 후분양을 검토하는 단지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후분양의 리스크로 인해서(3년후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지금 저가에라도 분양을 하자는 입장도 있을테니, 여러모로 조합사업은 차질을 입게 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재건축은 시간이 돈인데 말입니다.

후분양도 ‘양극화’

공교롭게도 재건축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는 단지와 없는 단지로 다시 한번 양분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범 강남권/과천/성남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제를 선택해서 공급을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재건축 아파트는 HUG의 분양가 규제 속에서 선분양을 그대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죠.

이쯤되면 후분양이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어야 하는 제도가 아닌가 합니다. 더구나  후분양제를 선택하면 분양가격은 오히려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또청약은 사라지는 것이죠. 후분양은 오히려 사업비용을 높이면서 분양가격을 높게 끌어올릴 것입니다.

애초에 후분양을 선택한 목적이 분양가격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인 만큼, 조합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분양을 할 이유가 없죠. 3년전 4.6억대에 일반분양한 서대문구 백련산 아이파크 34평형의 사례를 보면, 준공 임박해서 후분양한 잔여물량 공급에서 분양가는 2억원 이상 올라 6.6억원대에 분양을 했듯이 말이죠.

규제의 시대의 부동산 일상

9.13 체제는 실수요와 투자수요 모두를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한 것이 부동산 공급(준공)이므로, 수요를 직접 관리하는 정책변화로 적극적 수요억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킨 것입니다. 투자수요는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로, 실수요는 대출규제와 청약제도 개편 등으로 수요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변화속에서 시장은 전체적으로는 수요억제의 영향 속에 놓여있고 거래감소, 증여증가와 함께 가격 역시 안정화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시장 한편에서는 여러가지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서 정부의 규제망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흐름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유세 강화를 신탁으로, 개인 양도세 강화를 법인설립으로, 고분양가를 후분양으로 회피하려는 것들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잡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가 더 등장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변화들에 다소 덤덤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 정책에 대해서도 눈앞의 현상만 잡으려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는 만큼, 더 심도있는 고민 후 발표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