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반도체 지원법, ‘독이 든 성배’인 이유

매일 국내 주식 흐름을 정리해드리는 리멤버 ‘증시 브리핑’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

🇺🇸 美 반도체 지원법, ‘독이 든 성배’인 이유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반도체 칩 미국 국기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새로운 사실 :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한 세부 조건이 발표돼 화제였습니다. ‘10년간 중국 내 공장 신·증설 금지’ 등 이미 알려진 조건 외에 ‘초과 이익 공유’, ‘군사용 반도체 공급’, ‘회계 내역 제출’ 등 정부가 민간 기업에 강요할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조금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조만간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보자 : 새롭게 발표된 보조금 심사 요건들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과 리스크도 큰 문제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중국 문제입니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의 기능과 역할, 향후 방향성을 결정해야 미국 보조금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미 보조금과 별개로 18나노 이하 D램, 14나노 이하 로직, 128단 이상 낸드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생산 시설은 1년간 유예를 받았지만 계속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언제든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단 얘기죠.

애물단지가 될 중국 공장 : 대통령이 바뀌어도, 집권당이 바뀌어도 미국의 중국 견제는 변화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시설 역시 반도체 장비 수급이 어려워진다고 봐야겠죠. 중국 현지에 있는 엔지니어 얘기를 들어보면, 이미 필요한 장비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향후에는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공장에 추가 투자를 할 수 없다면 중국 내 D램, 낸드 공장은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메모리 생산기지 역할은 힘들어 : 중국에서는 18나노 이상의 제품만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보고 개발하는 신규 공정, 즉 선단 공정의 제품과 기존 레거시 제품의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선단 제품이 몇 년 후에는 레거시 제품이 되니까요. 결국 어떤 제품을 만들든 설비 투자는 필수인데요. 투자와 기술 수준이 제한된다면 중국은 더 이상 메모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유일한 방법은 중국 공장의 용도 변경 : 그렇다면 결국 중국 공장의 용도를 바꾸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미국에서 통제하는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기술을 사용하는 곳으로 말이죠. 예를 들어 파운드리 공장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0.1마이크로미터(100나노미터) 이상의 공정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도 많이 있으니까요.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쉽지는 않아 : 하지만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시설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이래저래 중국 내 설비 투자는 필수적이라는 뜻이죠. 용도 변경을 위한 투자이니 신·증설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는 있겠지만, 그 논리가 미국에 통할지는 모르겠네요. 미국의 반대로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면 이미 수십조원이 투입된 시설들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반도체 지원법이 독이 든 성배가 된 이유 : 지금처럼 메모리를 생산하든 낮은 기술 기반의 파운드리로 전환하든 중국 내 설비 투자는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보조금은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맙니다. 보조금을 받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되는 것이죠.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니 일단 보조금을 신청하고 외교적으로 해법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데는 보통 시간이 걸립니다. 결과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측면이 있죠.

보조금 받지 않을 방법은? : 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한국이 미국과 반도체 동맹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방법은 다양합니다. 일정 부분 미국 내 투자를 집행하고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죠. 중국 내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한 후, 2라운드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주담대 9년 만에 감소…빨라지는 디레버리징 :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9년 만에 줄었단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전월 대비 3000억원 감소했다는데요. 신용대출도 역대 최장인 15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높아진 금리에 가계 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네요.

> 尹대통령, 16~17일 訪日…기시다와 정상회담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에 갑니다(🔗관련 기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 방일은 3년9개월 만인데요. 앞서 정상회담 협의는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한 이후 급물살을 탔습니다. 한·일 정상이 1년에 한 번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매일 국내 주식 흐름을 정리해드리는 리멤버 ‘증시 브리핑’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