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가 美 아닌 中에 베팅하는 이유

🔎 월가가 美 아닌 中에 베팅하는 이유

올해 미국과 중국, 두 거대 주식 시장을 전망하는 글로벌 금융권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국은 지고, 중국은 뜬다’는 건데요.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식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할 거라고 합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통하는 모건스탠리 마이클 윌슨 수석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약 2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관련 기사).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전략가들 역시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습니다.

반면 중국 증시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할 거란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새해 중국 증시는 순항 중입니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국경을 개방한 이후 리오프닝 기대감에 거래가 몰린 겁니다. 전망도 상향 조정 중입니다. 골드만삭스는 MSCI 중국 지수의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에서 80으로 올렸습니다. 10월 저점과 비교하면 약 2달 사이 48% 상승해 다른 시장보다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과연 올해 미국과 중국 증시는 어떻게 될까요?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미국 증시는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줄 요인들을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체 자산의 수익률 증가 : 금리가 오르면 채권 보유 수익률도 오릅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된 채권을 더 보유하고자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주식 투자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단 뜻이죠. 올해 금리 상승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이잖아요. 증시 하락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2️⃣ 제조업 수익성 둔화 : 미국 주가 지수에선 애플 등 제조업 부문 기업들의 차지 비중이 높습니다. 문제는 향후 서비스업보다 제조업 부문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위기 국면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서비스업은 이미 활력을 얻는 중입니다. 고용도 많이 창출됐고요. 그런데 제조업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정책 당국은 그럼에도 더 가열될 물가 상승률을 우려해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죠. 결국 금리 인상은 제조업 부진을 더 심화시킬 겁니다. 물가 상승 역시 기업 수익성을 둔화시키는 요인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감소해 지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특히 IT·제조 기업의 수익성은 더 타격을 받을 겁니다.

3️⃣ 달러 가치 하락 : 그간 크게 상승했던 달러 가치가 향후엔 더 하락할 전망입니다. 그리 되면 미국 외 다른 나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미국 증시 투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오히려 달러 환산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 주가 하락이 제한되겠지만요.)

4️⃣ 리스크 회피 정도 : 금융 불안정 위험이 높으면 주식 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높습니다. 다행히 미국은 금융 불안 발생 위험이 높지 않은 듯합니다. 원래 민간 부채 비율이 높거나 급속히 높아지면, 금리 상승기나 경기 침체 때 금융 불안 리스크가 커지는데요. 미국은 코로나 전후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고, 높은 수준도 아닙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중국 증시도 장밋빛은 아닐 것

미국 증시 향방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올해는 긍정 요소와 부정 요소가 교차하면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요인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금융 상황 : 금리는 곧 상승세를 마무리할 걸로 예상됩니다. 일단 증시에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높아진 금리가 지속되면서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2️⃣ 인플레 : 실물 경제에선 인플레가 다소 완화된 게 긍정 요인입니다. 하지만 높아진 물가와 더불어 약화된 구매력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기업 실적 : 디지털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도 악화할 가능성이 커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상승세를 지속시킨 비결은 바로 주주의 이익 극대화입니다. 이익이 나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를 부양해 주주 이익을 최우선시한 건데요. 올해 기업 이익이 줄면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증시 부양 효과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한편 중국은 리오프닝 후 경제가 회복된다면 분명 증시에 긍정적일 겁니다. 다만, 잠재적인 불안 요인도 여전합니다. 시진핑식 통제 정책으로 기업 환경이 악화됐고, 그만큼 중국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문제 역시 악재죠. 중국 증시도 기대만큼 장밋빛은 아닐 것 같습니다.

🏡 작년 주택연금 가입자 사상 최대!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매달 노후 생활 자금을 받는 정부 보증 대출 상품이죠. 작년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사상 최대치였다고합니다(🔗관련 기사). 아직 12월치가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1만4000건에 육박해 2019년 종전 최고치보다 24% 늘었습니다. 왜 급증한 걸까요?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국민연금 같은 연금이 아니에요

주택연금은 엄밀히 따지면 원리금 만기일시상환 개념의 대출입니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현재 기준금리를 적용해 월별 수령 금액을 산출하고 이자 등 금융 비용을 추후에 일괄 정산합니다. 일반적으로 수령 방식을 종신형 조건으로 택하기 때문에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부부가 사망하는 시점까지 수령한 돈과 이자 등 총액을 담보 주택을 팔거나 주택 상속자가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회수합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연금 같은 연금이 아닌 거죠. 

특이한 점은 주택연금 신청 시기의 집값을 기초로 하고 변동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점일수록 가입에 큰 이점이 존재한다는 거죠. 전무후무한 집값 형성 시점인 작년말까지 신청자가 몰린 이유이기도 하고요. 주택이라는 부동산 자산에 애착이 상대적으로 강한 우리사회에서 이를 활용한 연금 제도의 활성화는 은퇴자들의 노후 자금 확보가 부실한 우리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한편으론 부동산의 약점인 유동화를 국가가 어느 정도 해결해주면서 은퇴자가 필요한 자금을 융통해주는 복지로서의 이점도 있고요. 더 많은 은퇴자가 혜택을 받도록 경제 상황에 맞춰 조건이 유연화될 수 있게 추가 검토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 미분양 아파트, 울산이 특히 걱정이다?!

전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지역은 어디일까요? 바로 울산입니다. 작년 11월에만 미분양 아파트가 전월 대비 112% 이상 증가하며 전국 1위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입지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도 작년 연말 밀어내기 공급이 증가하면서 앞으로도 울산 지역의 미분양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연쇄 도미노 충격이 걱정이에요

미분양이 무서운 이유는 ‘연쇄 도미노 충격’ 때문입니다.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을 못해 위기에 빠집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역시 부실화되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어려워집니다.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 실물 경제에도 충격이 가해지는 등 파급 효과가 큰 편이죠.

2008년 금융 위기 발생 당시 전국에 미분양 주택은 16만가구를 웃돌았습니다. 한 해 공급 물량의 절반가량이 미분양 주택이었으니 상황이 심각했죠. 당시 PF 대출 부실로 저축은행 30여 곳이 문을 닫았고, 중견 건설사 45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럼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가구 수준입니다.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하면 미분양 가구 수는 현저히 적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속도입니다. 특히 지방부터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미분양 해소 대책을 여럿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로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