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봇’은 인간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 ‘테슬라 봇’은 인간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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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 행사 시작과 함께 손을 흔들며 등장한 옵티머스 첫 번째 시제품 범블C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테슬라 AI 데이(🔗관련 내용)’가 열렸습니다. 인간형 로봇, 완전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 등 일론 머스크 CEO가 그간 각종 SNS에서 예고했던 결과물이 바로 이날 공개됐습니다. 모든 세션이 각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건 개발 후 8개월 만에 시제품을 선보인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였습니다. 

옵티머스는 172cm 키에 56kg 무게를 가진 로봇입니다. 이날 행사장에 등장한 옵티머스는 2종이었는데요. 인형 탈을 쓴 사람이 춤을 추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습니다. 첫 번째로 등장한 시제품 ‘범블C’는 기계부품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으로 직접 무대로 걸어 나와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테슬라는 사전 제작된 영상을 통해 범블C의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는데요. 영상에서 범블C는 상자를 들어 옮기거나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화분에 물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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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021년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념도, 올해 2월 개발한 최초의 시제품, 자체 제작한 액추에이터를 적용한 최신 시제품

이어 테슬라의 자체 장비가 추가된 두 번째 시제품이 등장했는데요. 간단히 손과 팔을 움직이는 정도의 동작만 보일 뿐 걷지는 못했습니다. 머스크는 이 제품에 더 많은 기능이 있지만 “무대에서 넘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며 당장 시연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로봇이 넘어짐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기능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체를 ‘제법’ 비슷하게 구현한 옵티머스

통상 로봇이 인체와 유사하다는 건 이족보행, 섬세한 손동작, 그리고 지능 세 가지를 갖춘 상태를 말하는데요. 테슬라 역시 이를 위해 인체의 근육과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동할 때마다 인간의 무릎에서 전달되는 힘과 각종 파의 패턴을 분석해 인간의 다리와 가장 유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걸을 때의 상황, 또 무릎을 굽히거나 펼 때의 상황 등을 가정해 데이터로 수집했습니다. 4절의 힘과 선형적인 움직임을 데이터로 뽑아내 패턴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죠. 그 결과 26개의 액추에이터(actuator⋅로봇 관절 구동장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로봇에서 액츄에이터는 우리 몸의 근육과 뼈가 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아시다시피 우리의 뼈는 각 부위마다 모양과 크기가 저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이를 똑같이 로봇으로 제작하려면 제작 원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범주화를 시도했습니다. 26개의 엑추에이터를 유사한 이동 방식으로 분류한 건데요. 그 결과 6개 유형의 엑추에이터가 도출됐고, 이를 26곳에 적절히 배치했습니다. 즉, 하나하나 26개를 제작하는 대신 6개의 대표형을 만들어 원가를 절감한 겁니다. 

한편 테슬라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폴리에스터 소재의 합성 힘줄 대신 일반 철강 소재를 사용해 인간의 힘줄을 구현했습니다. 아무리 신소재라 하더라도 강도나 퍼포먼스, 경제성 측면에서 일반 강철 소재가 월등히 우수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옵티머스는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움직이는 로봇을 원하는 것이 아니죠.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위치와 상황 파악하면서 특히 손으로 사람처럼 일할 수 있는 인간과 닮은 로봇을 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게 바로 ‘두뇌’입니다.

인간의 두뇌를 따라할 수 있을까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보행 시 넘어지지 않는 등 인간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에는 두뇌가 필수적으로 관여합니다. 즉,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아직까지 로봇은 하드웨어 중심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이식하긴 하지만 초기 단계이고, 인간이 조정하는 측면이 크죠. 현재 옵티머스에는 테슬라의 통합칩(SoC), 와이파이나 LTE 통신 모듈, 오디오 기능, 보안 기능 등 아주 필수적인 기능만 탑재돼 있습니다. 테슬라 경영진들도 “단순 작업만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기초적인 움직임만이 가능합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볼 때 옵티머스가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입니다. 앞서 설명한 로봇 내의 액추에이터는 500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9kg의 가방을 들어올리기도 버겁습니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미세한 작업 공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죠. 하드웨어는 갖췄으나 여전히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무엇보다 옵티머스의 가장 큰 단점은 잘 넘어진다는 겁니다. 앞서 공개된 범블C는 실제 무대에는 홀로 걸어나왔지만,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등 특정 행동을 할 때에는 등 뒤에 줄을 달아 천장에 매단 모습이었습니다. 테슬라 자체 엑추에이터를 탑재한 최신 시제품은 아예 걸음을 내딛지도 못했습니다.

사람은 넘어지면서 본능에 따라 걸음마를 떼지만, 로봇은 이것을 데이터로 배우고 시스템에 학습시켜야 합니다. 주변 시각을 분석해서 이것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며, 처리한 내용을 토대로 발을 내딛기까지 모든 과정에 기술이 필요합니다. 테슬라는 이 모든 것을 사람에게 동작 감지기를 씌워 학습시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동 속도는 최대 시속 8km에 불과합니다. 

데이터 기반 성장 기대해봄직

그럼에도 테슬라의 이번 인간형 로봇 발표는 지난해에 비하면 많은 부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 CEO는 이 과정이 8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테슬라가 빠른 기간에 하드웨어와 시제품 출시를 할 수 있었던 건 데이터 분석 덕분입니다. 데이터 분석의 핵심에는 인공 일반 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있습니다. AGI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지적인 업무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가상적인) 기계의 지능을 말합니다. 테슬라는 현재 자율 주행과 옵티머스 개발에 인공 일반 지능을 활용 중인데요. 돌발 상황 처리에 특히 주요한 요소입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를 개발할 때 자동차 설계에 적용했던 원칙, 즉 높은 신뢰성과 저렴한 비용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생산 원가와 판매 가격이 비싼 로봇을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대량 생산에 출시하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최소 3년에서 5년 이내에 수백만 대의 시제품을 양산하고 자동차보다 저렴한 2만 달러 수준에서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차량인 테슬라 모델3보다도 싼 가격입니다. 

이번 AI 데이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립니다. 1년도 안 되는 개발 기간으로 보인 성과 치고 훌륭했다는 반응도 있는가 하면, 지난해 현대차가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로봇 개발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실제로 아틀라스는 옵티머스와 달리 자연스럽게 춤을 추거나 앞구르기, 물구나무서기 등 고난도의 동작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Comment : 형사 가제트 같은 로봇팔을 언젠가는 출시하겠다는 장난스러운 답변 외에 일론 머스크가 사회적 변화를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옵티머스는 풍요의 미래 및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가난이 없는 미래를 말하며,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 했는데요. 과연 로봇의 대량 출시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요? 테슬라가 제시한 시점은 이제 최대 5년 남았습니다. 

Pickool은 국내 테크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국내/외 테크를 심층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