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엔 안 보이는 아마존 셀러의 진짜 위기

💣 통계엔 안 보이는 아마존 셀러의 진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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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두 개의 아마존이 있습니다. AWS(Amazon Web Services)와 AGS(Amazon Global Selling)인데요. 그 중 AGS가 27일 주최한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행사는 익숙한 레퍼토리의 발표로 시작했습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 시장이 뜨고 있고, 그러니 많은 한국 판매자들은 해외 마켓플레이스, 특히 아마존에 입점해 기회를 보라는 내용이었죠.

📌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 기업과 국경을 넘어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해 외국의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방식

아마존 발표를 많이 본 분들이라면 너무나 친숙한 숫자의 나열이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 한국 AGS 발표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소매업의 성장률은 연평균 3.8%로 예측되지만, 같은 기간 이커머스의 성장률은 14%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이커머스 중에서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28.4%씩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했습니다. 또한 2021년 1분기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성장률은 12.1%였는데, 온라인 수출만 따로 뽑자면 무려 150.9%가 성장했다며 수출기업들은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뜨는 거 맞나요?

그런데, 정말일까요?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최근에야 조금 나아졌지만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류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습니다. 물류 병목으로 운임은 급등했고, 물류 처리를 위한 선박과 항공기의 공간은 웃돈을 내더라도 못 구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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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운송이든 해상운송이든 태생적으로 국제물류가 수반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운임’에 특히 민감합니다. 그렇다고 올라간 국제물류비만큼 글로벌 현지 상품 판매 가격을 덩달아 올린다면 로컬 판매자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겠죠. 이러한 이유로 지난 3년간 글로벌 판매자들의 고충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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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존이 뜬다고 했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숫자는 오히려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를 나타내는 ‘온라인 수출액’은 최근 몇 년째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해외직접 판매액(역직구) 규모도 감소 추세입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6조46억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5조9824억원으로, 2021년에는 4조3915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온라인 해외 판매액 도표
최근 3개년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 및 구매액 국가 통계. 가장 최근 발표 자료인 2022년 2분기 기준 해외직접 판매액은 직전 1분기 대비 10.9%, 전년 동기 대비 58.6% 큰 폭으로 역성장했다. ⓒ통계청

감염병 예방 조치로 취해진 각 국가의 폐쇄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은 면세점 매출(aka. 중국 따이공* 판매)을 제하더라도, 최근 2년의 숫자가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 따이공 : 중국어로 ‘대신 전달하는 사람’. 국내 면세점에서 한국 제품을 사다가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을 지칭

“아직 할 만 한데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현업 실무를 뛰고 있는 ‘글로벌 셀러’들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존 등지에 입점해 사업을 전개 중인 글로벌 판매자, 리셀러, 브랜드업체 대표자에게 업계가 체감하는 진짜 분위기를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국가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과는 다르게 ‘할 만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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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업계의 말이 다른 이유

그렇다면 왜 국가 통계와 글로벌 셀러들이 체감하는 업계 분위기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걸까요? 

1️⃣ 대표적인 이유는 국가 통계가 글로벌 셀링 업계의 모든 숫자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국가 통계에 합산돼 계상되는 면세점 등의 채널 매출은 아마존 같은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셀러들에게는 크게 상관없는 숫자입니다. 국가 통계에서 해외 직접 판매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 매출의 붕괴는 면세점의 위기이지, 글로벌 셀러의 위기로 해석하기엔 비약이 있다는 뜻입니다.

2️⃣ 또 하나는 B2C가 아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채널의 존재 때문입니다. 통계청은 해외 고객들의 구매건에 대해 현지 고객이 수입자로 지정되는 ‘B2C 온라인 수출액’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취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셀러들은 과거처럼 B2C 온라인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이미 상당 부분 B2B 수출을 함께 응용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예컨대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활용하는 글로벌 판매자들은 아마존 물류센터에 상품 재고를 사전에 입고시켜야 합니다. 아마존의 물류센터에 공간이 없다면, 긴급 보충을 위해서 해외 현지 물류거점을 수배해두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전 배치되는 물동량은 해상운송 등 다양한 국제물류 수단으로 해외로 이동하고, B2B 수출통관을 거치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숫자가 통계청의 데이터에서는 잡히지 않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회색지대’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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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성장한 글로벌 판매자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 출발하는 상품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한 상품을 글로벌 현지 마켓플레이스 고객에게 FTC(Factory To Customer)로 공급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고요. 반대로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한국의 구매대행 판매자들이 미국 아마존 상품을 동남아시아 마켓플레이스에 입점시켜 파는 일도 예전부터 횡행했습니다. 역시나 이렇게 해외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물동량은 한국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물류비’는 괜찮나요?

물론 코로나19 기간 높아질 대로 높아진 물류비는 그대로 아마존 셀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운임 협상력이 떨어지는 소형 판매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죠.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수요 악화로 물류 병목이 풀리고 국제물류 운임도 하락하는 움직임이 나오는데요. 이런 혜택이 소형 판매자들에게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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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자면 물류비가 부담은 맞지만 글로벌 셀러들에게 큰 위기로 체감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물류비 인상은 한국의 모든 글로벌 셀러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이슈이므로 누구 하나의 비교우위나 열위로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요.

앞서 전했듯 규모가 큰 브랜드업체들은 알아서 물류비 절감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판매자 역시 늘어난 물류비를 상품 가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데요. 현지 판매하는 상품의 배송비를 최소화하되, 상품 가격을 올리면 어느 정도 이익을 보전하면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흔해진 무료 배송 마케팅이 해외에서 복제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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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외부’에 있다

문제는 ‘외부의 적’입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한국 판매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입점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아마존만 하더라도 중국사업을 철수했지만, 중국 판매자를 영입하는 조직은 현지에 남겨뒀고요. 아마존을 좋아하는 한국의 쿠팡도 중국 판매자를 대거 국내 플랫폼에 유입시킨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셀러들은 한국뿐만 아닌 ‘전 세계’ 판매자와 경쟁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격 파괴자’로 한국 판매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것은 단연 중국 셀러들인데요. 이들과 원가 경쟁을 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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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판매자들에 대응하고자 한국의 글로벌 셀러들은 압도적 가격 우위를 갖춘 중국 판매자들이 다루지 않는 ‘카테고리’를 찾고자 애쓰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공산품’에서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면, ‘뷰티’나 ‘식품’처럼 한국산(K)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상품 카테고리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요.

리셀러의 종말, ‘브랜드’가 온다

 취재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거대한 ‘위기감’이 있었는데요. 초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리셀러’들이 차차 정리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판매자들 사이에서 들렸습니다. 이건 아마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마켓플레이스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움직임이라고요.

첨언하자면, 여기서 ‘리셀러’란 한정판 브랜드를 사서 웃돈 올려서 파는 사람(전 한정판 리셀러는 금융업자에 가깝다고 봅니다.)들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요. 말 그대로 누군가의 상품을 사입하거나 위탁하여 원가에 ‘웃돈’을 올려서 되판매하는 중간 유통상을 의미합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구매대행’ 판매자가 대표적인 리셀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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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셀러들은 다가오는 ‘멸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까요? 이때 당장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자구책이 있습니다. 좀 당황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방법은 ‘브랜드업체’와의 직접 경쟁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업체와 리셀러의 직접 경쟁 결과는 너무나 훤히 보입니다. 브랜드업체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낼 겁니다. 그러므로 리셀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브랜드가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의 상품들을 찾아서 공략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있는 모든 제조사 브랜드가 아마존에 입점해 활발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니까요.

예컨대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삼양의 불닭볶음면은 제조사가 직접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때 리셀러들은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은 한국 볶음면 중 하나를 찾아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모레퍼시픽이 아마존에 직접 입점해 뷰티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면,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은 올리브영 특가 선크림을 구매하여 되파는 식으로 생존 전략을 짤 수 있겠죠.

하지만 브랜드와 제조사의 직접 온라인 진출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 추세는 막을 순 없을 겁니다. 종국에는 리셀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 자명해 보이는 배경입니다. 한때 유튜버 신사임당이 유행시킨 위탁판매, 구매대행 판매자들이 대부분 ‘브랜드화’의 길을 밟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뾰족한 스토리텔링과 창의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성장시키고자 하는 글로벌 셀러들의 고민이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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