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 커머스 압도적 1위의 3가지 비결

 👗 버티컬 커머스 압도적 1위의 3가지 비결

지는 종합몰 vs 뜨는 전문몰

대한민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정리된 모습입니다. 그 중 최근 우위를 보이는 곳은 ‘쿠팡’입니다.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종합몰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활로를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얼마 전 SSG닷컴은 작년 6월 런칭한 오픈마켓 사업을 접고 ‘버티컬’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SSG닷컴이 인수한 오픈마켓 지마켓은 역성장이란 암흑기를 걷고 있습니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제휴로 활로를 찾았지만,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1세대 3인방으로 불렸던 티몬은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큐텐(Qoo10)’에 팔렸고, 위메프는 메타 쇼핑*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네이버 쇼핑이라는 압도적인 메타쇼핑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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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 쇼핑 :  메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커머스 플랫폼. 상품의 가격, 후기, 최저가 구매처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쇼핑 콘텐츠의 집약체

종합몰이 위기를 겪는 와중, 커머스 업계에서 돋보이는 건 ‘전문몰’이라고도 불리는 특정 상품 카테고리에 특화한 버티컬 커머스입니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월간 사용자 수(MAU) 기준 인테리어 버티컬 커머스 오늘의집(541만)과 패션 버티컬 커머스 에이블리(511만)가 종합몰인 티몬(427만), 위메프(395만)의 동기간 트래픽을 뛰어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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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가장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버티컬 커머스’는 어디일까요? 같은 분석 업체에 따르면, 에이블리가 8월 MAU 638만명을 기록해 2위인 오늘의집(453만), 3위인 지그재그(381만)를 크게 앞섰습니다. 특히 10대 MAU는 동기간 152만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에이블리는 8월 한 달간 에이블리 앱의 총 실행 횟수가 약 12억4000만회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와이즈앱, 전문몰 순위
에이블리는 특히 ‘10대’ 사용자의 선호도에서 단연 압도적인 트래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와이즈앱

물론 커머스 업체의 성장을 가늠하는 다른 지표인 ‘거래액’ 측면에서 에이블리가 1등을 자신하진 못합니다. 작년 에이블리의 거래액은 7000억원이었는데요. 경쟁사인 지그재그(작년 거래액 1조원), 무신사(작년 거래액 2조3000억원)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다만 경쟁업체에 비해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작년 에이블리는 재작년 대비 84% 성장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1조5000억원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머지 않아 거래액 순위 변동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누구나 판매자가 되는 생태계

에이블리 파트너스
에이블리 파트너스 운영 구조. 판매자는 사진 촬영 및 에이블리 플랫폼 업로드까지만 담당하고, 이후 모든 과정을 에이블리가 수행함 ⓒ에이블리

에이블리의 최대 강점은 셀러와 상생하는 플랫폼이라는 겁니다. 에이블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C2C 플랫폼입니다. 상품 판매 경험이 많고 운영 인프라를 갖춘 전문 셀러뿐만 아니라, 아무런 경험이 없는 누구나 판매를 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에이블리는 ‘에이블리 파트너스’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동대문 패션 도매 시장에서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촬영해 에이블리에 업로드하면, 물류와 CS 전반은 에이블리가 대행하는 방식입니다. 상품이 판매되면 매출의 10%를 판매자가 가져가고 운영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에이블리의 이익이 됩니다.

에이블리 건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에이블리 도심 물류센터 모습. 이 물류센터에서 판매한 상품에 대한 동대문 사입과 소비자 대상 배송까지 전담 ⓒ에이블리

흥미로운 건 이렇게 이익을 공유 받는 구조에서 에이블리 파트너스 참가자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상품 판매에 나선다는 건데요. 자신의 SNS 계정과 메신저를 활용해 팔로워는 물론 주변 지인에게까지 적극적으로 링크를 전합니다. 일종의 마케터 역할을 판매자가 자처하게 된 거죠. 이렇게 모인 에이블리 파트너스 판매자들이 현재까지 누적 3만3000명에 달합니다. 에이블리는 2018년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론칭한 이듬해 오픈마켓 서비스인 ‘에이블리 셀러스 솔루션’을 출시했는데요. 판매 수수료를 0%로 운영해 더 많은 셀러를 에이블리로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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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만든 3가지 요인

에이블리가 공식으로 꼽은 약진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빠른 배송 : 에이블리의 상품 기반인 ‘동대문’은 고객 주문을 받은 이후 도매상에 방문해 ‘사입’ 하는 구조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장 쇼핑몰 물류센터에 ‘재고’가 없으니 동대문 방문 사입까지 추가 시간이 소요되고, 동대문 도매상에 방문하더라도 재고가 없어 사입을 못하는 일이 왕왕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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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7월 오후 6시 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출고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 ‘샥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잘 팔릴만한 상품을 선사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해 둠으로써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선사입 구조는 안 팔리고 남을 재고 부담을 야기합니다. 팔다 남은 사장(死藏) 재고는 그 자체로 비용을 끌어올리는 애물단지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에이블리는 축적된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수요 예측으로 풀었습니다. 고객의 연계 구매 상품을 고려해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는 등 운영 과정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고요. 그 결과 론칭 1년이 지난 지금 ‘빠른 배송’은 거래액 성장에 톡톡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샥출발 카테고리 거래액은 160% 성장했고, 주문 수도 2.5배(158%) 늘어났습니다.

샥출발 결제 추정액
샥출발 론칭 이후 에이블리의 결제 추정액 증감 추이 ⓒ와이즈앱

2️⃣ 개인화 추천 : 에이블리가 꼽은 두 번째 성장 요인은 앞서 이야기한 ‘데이터’와 연결됩니다. 에이블리는 왓챠 출신 강석훈 대표가 창업한 업체로, 창업 초기부터 ‘개인화 추천’에 진심이었습니다. 에이블리에 쌓인 누적 3500만개의 리뷰와 8억개의 상품찜 데이터를 딥러닝해 고객 개개인이 선호하는 상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추천하는 건데요. 

예컨대 서로 다른 고객이 에이블리 앱에서 ‘청바지’를 검색한다면 두 사람의 검색 결과는 다르게 노출됩니다. 왓챠가 사용자의 영상 콘텐츠 별점을 유도해 특정인이 선호할 것이라 생각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듯 에이블리는 상품찜을 기반으로 고객이 선호할 법한 패션 상품을 예측하고, 상품 자체가 갖고 있는 메타 데이터와 연결해 추천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3️⃣ 카테고리 확장 : 에이블리가 꼽은 마지막 성장 요인은 ‘카테고리 확장’입니다. 에이블리가 동대문 기반 ‘패션’ 카테고리에서 성공한 커머스 업체는 맞지만, 에이블리의 목표는 ‘버티컬’에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패션을 넘어 모든 상품을 개인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커머스로 성장하고자 하는데요.

실제로 현재 에이블리는 뷰티, 라이프(잡화, 문구, 간식) 등 다양한 버티컬 카테고리로 판매 상품을 확장했습니다. 물론 패션에서 활용하던 데이터를 ‘식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기에, 여기서도 개인화된 상품 탐색 방법과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에이블리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에이블리에게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늘어나고 있는 ‘적자’가 시장의 우려 요소가 되는데요.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작년 매출은 935억원으로 재작년(526억원) 대비 77.6% 성장했지만, 작년 영업 손실 역시 695억원으로 재작년(384억원) 대비 81.1%가량 늘었습니다. 작년까지 숫자만 보면 매출 증대와 적자가 함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지난 21일 진행한 ‘테크 채용 설명회’에서 현재까지 누적 1730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고 점차 손익이 개선되는 흐름이라며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강 대표가 꼽은 미래 성장을 이끌 3가지 키워드는 ‘카테고리와 사용자 확장’, ‘체인 플랫폼’과 ‘글로벌’입니다. 이 문제를 잘 풀어내는 게 앞으로 에이블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 카테고리 확장 : 앞서 에이블리의 성장을 만들었다고 언급한 다양한 상품군은 앞으로도 에이블리의 경쟁력을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와 함께 현재 에이블리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10대 고객군 외에 다른 연령대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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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체인 플랫폼 : 파트너스 판매자들에 대한 통합 지원 플랫폼인 ‘체인 플랫폼’은 에이블리 파트너스와 연결되는 변화입니다. 에이블리는 현재 판매자들이 상품 사진을 찍어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 이후 물류, CS 등을 대행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제조’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원한다면 자신의 상품 취향에 따라서 직접 상품을 제조해 판매할 수 있도록요.

3️⃣ 글로벌 : 마지막 에이블리의 성장 과제는 ‘글로벌’인데요. 에이블리는 작년 7월 ‘파스텔’이라는 일본앱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한국의 중소형 판매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개별 추천하는 방식인데요. 현재 MAU 기준 90만, 일본 전체 이커머스 플랫폼 중 1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에이블리측 설명입니다. 이 플랫폼을 연말까지 한 손가락 안으로 진입시키는 게 에이블리의 목표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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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면 버티컬 커머스 1위를 자신하는 에이블리의 목표는 ‘버티컬’에만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패션을 넘어서 모든 상품을, 10대를 넘어서 모든 연령대에게, 한국을 넘어 글로벌에서 판매하고 싶은 비전이 보입니다. 사용자단에서의 ‘개인화 추천’과, 판매자단에서의 ‘풀필먼트(체인 플랫폼)’가 에이블리의 성장 과정에서 계속 함께할 것이고요. 일반적으로 풀필먼트라 불리는 ‘이커머스 물류센터’에는 보이지 않는 광의의 부가 가치가 에이블리의 사업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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