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키운 장인들의 ‘아마존’

🧵 팬데믹이 키운 장인들의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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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업을 하는가?

요즘 국내에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부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업자 자격을 내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온라인 스토어를 열 수 있기 때문이죠. 직접 제작한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는 스토어도 부쩍 늘었습니다. 작년 수공예 제품 시장 규모는 6800억달러에 이르렀고, 2027년까지 1조2520억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수공예 제품은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과 다른 장인 정신, 유일성 면에서 희소성이 있습니다. 본인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표현하고 싶은 MZ세대가 수공예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죠.

오늘 소개할 기업은 ‘수공예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엣시(Etsy Inc.)’입니다. 2018년 미국 내 이커머스 플랫폼 5위를 차지하기도 한 엣시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으로 수공예 제품만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액세서리, 의류, 신발, 가구, 인테리어, 웨딩이나 파티 소품, 장난감, 책, 전자기기, 영화, 음악 등 수공예 제작이 가능한 모든 제품을 취급합니다. 오래된 빈티지 카테고리도 따로 있습니다. 엣시에서는 1억개가 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데요. 판매 중인 제품 88%가 시중에선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합니다. 

엣시는 팬데믹 수혜를 본 기업 중 하나입니다.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던 시기 엣시 플랫폼에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사이 큰 인기를 얻게 된 건데요. 엣시는 판매자들에게 마스크 재료와 디자인 정보를 보내 마스크 제작을 독려했습니다. 그 덕에 전 세계 사용자는 2020년 8190만명으로 급증했고 연간 총 매출액은 103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떨어진 주가는 마스크 대란 이후 600%나 급등했습니다. 

엣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배고픈 예술가가 많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엣시는 수공예 제품이라는 니치 시장을 공략해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를 이뤄냈습니다. 수공예 작업은 오랜 시간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들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더 많은 판매자를 플랫폼으로 포섭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일반인이든 아티스트든 본인이 직접 만든 제품에 판매 가치를 부가할 수 있게 한 거죠.

엣시 홈페이지
엣시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제품 목록

핵심 인물은?

1️⃣ 창립자 롭 칼린(Rob Kallin) : 뉴욕 출신의 젊은 목수인 롭 칼린은 엣시 창설 1년 전 2004년, 한 뉴욕대 교수의 아내로부터 ‘GetCrafty’ 웹사이트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프로그래밍을 할 수 없었던 롭은 훗날 엣시의 공동 창설자이자 당시 뉴욕대 해커의 전설이라 불리는 크리스 매길과 손을 잡습니다. 웹사이트 개설을 위해 매일같이 만나던 어느날 디자인과 목공예 기술을 가진 롭 칼린은 자신이 만든 테이블이나 목재 컴퓨터 케이스를 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떠올렸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는 이미 대세인 이베이(eBay)가 있었지만, 수공예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니치 시장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의 예상대로 엣시는 초반부터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창설한 지 2년인 2007년 사용자 45만 명을 확보했고 300만달러 펀딩을 유치했습니다. 2008년 공동 창설자인 크리스 매길과 하임 스코픽이 기업을 떠났지만 롭 칼린의 도전은 계속됐습니다. 같은 해 야후 출신 차드 디커슨을 최고 기술 경영자로 임명해 기술 인프라 설립에 공을 들였는데요. 디커슨은 엔지니어링 팀을 꾸려 웹사이트에 더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합니다. 2011년 롭 칼린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뒤를 디커슨이 이었습니다. 창업자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실은 롭 칼린의 리더십과 경영 자질에 의문이 많아져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롭칼린
잡지 커버를 장식한 엣시 창설자 롭 칼린

2️⃣ 조시 실버맨(Josh Silverman) : 2017년 디커슨은 엣시의 자문위원회에 남기로 하고 새 CEO로 스카이프 CEO 출신인 조시 실버맨을 임명합니다. 실버맨은 브라운대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MBA를 거친 전문 경영인입니다. 실버맨은 총매출 1000만달러 미만 프로젝트를 빠르게 정리하고 기존에 있던 엣시 플랫폼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 아마존에 버금가는 AI 구동 컴퓨터 비전을 도입해 제품을 보다 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는 2020년 코로나 마스크 대란으로 큰 혜택을 받은 엣시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를 저었습니다. 바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해 제품 홍보에 나선 겁니다. 그 외에도 실버맨은 엣시의 다양한 전략부문에 기여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경쟁사는?

1️⃣ 마이클스(Michaels) : 엣시의 주 경쟁사로 언급되는 기업으로는  텍사스에서 시작된 오프라인 수공예 판매점 마이클스가 있습니다. 타겟 고객층은 비슷하지만 엣시가 온라인 강자라면 마이클스는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마이클스는 한창 이커머스 붐이 시작되던 시점에도 오프라인에 주력했는데요. 고객 대부분이 수공예품을 구매할 때 질감과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을 통해 가치를 제공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한 수공예 제품은 기성품과 다르게 고객이 직접 눈으로 보고 매장에서 발견하는 경험이 중요하므로 오프라인 상점에서 구매율이 더 높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신에도 마이클스는 결국 작년 사모투자사인 아폴로(apollo)에 인수됐습니다.

2️⃣ 아마존(Amazon) : 엣시에게 위협적인 경쟁사는 단연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엣시가 수공예 제품 P2P 플랫폼으로 성공을 거두자 2015년 기존 플랫폼에  핸드메이드 카테고리를 개설했습니다. 아마존 핸드메이드는 론칭 후 8만 개 이상의 제품이 등록됐고 60개 이상의 국가에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은 심지어 엣시 판매자에게 접근해 엣시에서 팔던 제품 정보를 아마존 핸드메이드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아마존을 통해 일반 제품을 손쉽게 구매하던 소비자는 더 이상 엣시를 이용할 필요 없이 비슷한 수공예 제품을 아마존 핸드메이드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된 거죠. 

엣시의 미래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엣시는 수공예 제품 전자상거래의 선두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니치 마켓을 타깃해 대기업의 진출 기회가 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떠오르는 와중에 올해 전 세계 사용자 기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커머스 플랫폼 9위에 오른 것을 보아 앞으로도 엣시를 대체할 기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엣시는 인플레로 인해 위태로운 미국 증시 내 다소 안전하게 지켜볼 만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으로 성장세가 폭발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2배 급증하고 주가는 250%나 올랐습니다. 코로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플랫폼의 강점을 보여준 거죠. 작년 6월 엣시는 16억3000만달러로 영국 중고 패션 거래 앱 ‘디팝(Depop)’을 인수해 주가가 200%나 급등했습니다. 지난 4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5.2%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아마존 핸드메이드의 위협에도 전문가들은 엣시의 성장 가능성을 꽤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엣시는 최근 남미 수공예 이커머스 플랫폼인 헬로 세븐(Hello 7th)을 인수해 더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중고 의류 판매 기업을 인수했단 점도 기대 요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컨슈머리즘이 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중고 판매 시장이 당분간 호황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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