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4國4色의 금리 대처법

강달러의 주된 요인은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입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크게 올렸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유럽·한국·일본·중국은 왜 금리를 낮게 유지할까요? 각 국가를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유럽은 미국 못지 않게 물가 상승률이 높은데도 금리 인상에 미온적입니다. 금리를 크게 올리면 국가 부채 비율이 높은 남부 유럽의 재정 불안이 재발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한 듯해요. 실제 남부 유럽 국채 금리는 올랐지만, 독일 국채 금리는 내리는 등 격차가 커졌습니다. (독일과 남부 유럽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격차는 유럽 금융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립니다.)

🇰🇷 한국도 비슷합니다. 미국보다 물가 상승률이 소폭 낮지만, 가계 부채 수준은 높습니다. 급격히 금리를 올렸다가 금융 불안정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겁니다.

🇯🇵 반면 일본 상황은 다릅니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일본도 식료품·에너지 등 일부 분야 물가는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낮아요. <수입 물가 → 생산자 물가 → 소비자 물가>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생산자 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넘어가지 않는단 뜻입니다. 왜일까요? 일본은 판매자가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이 행태가 지속되는 거죠.

🇨🇳 중국도 일본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국유 기업 차지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외부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이 있어도 정책에 따라 가격 인상을 자제할 수 있죠. 때문에 금리 상승 유인도 적은 겁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수출 오를 것!(단, 10월 이후로)

환율은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에 달려 있습니다. 6월 말 이후 달러 강세는 한동안 주춤했어요. 인플레 압력이 다소 완화되면서 조만간 긴축 기조를 마무리할 거란 기대가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준은 거듭 긴축 의지를 밝혔습니다. 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된단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6%까지 내렸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다시 3%를 초과 상승했고 달러는 다시 강세입니다.

그럼 연준 통화 정책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바로 인플레 향방에 달려 있습니다. 인플레가 정점을 지나 하락해도 4% 수준에 머물 경우, 연준은 기준금리를 4% 정도로 높인 후 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2%대인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내년 초까지 긴축 기조가 이어지겠죠. 내년 초까지 달러 강세는 유지되고 그 이후에도 높아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단 뜻입니다. 

한국은 환율 상승 덕에 수출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J커브 효과*에 따르면, 수출 증가까지는 통상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환율이 4월부터 올랐으니 10월 이후엔 수출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 J커브 효과 : 환율이 상승하는 초반엔 무역 수지가 오히려 나빠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좋아지는 현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기업이 곧바로 수출 물량을 늘릴 수는 없어 수출액은 단기적으로 낮아지게 됨. 하지만 차후 수출 물량이 점점 늘면 수출액도 커짐. 이 추세를 그림으로 그리면 알파벳 J와 유사해서 J커브 효과라는 이름이 붙음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 환율 오르면 수출 유리? 글쎄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하다고들 하죠. 그러나 환율과 수출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환율 상승에 수출도 증가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1️⃣비용이 원화 표시로 고정
2️⃣전체 수출품 생산 공정에서 외화로 표시되는 수입 원자재·중간재 비중이 높지 않음
3️⃣높은 수출 가격 탄력성 

과거 방직 등 노동 집약적 품목이 이에 해당할 겁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주력 수출품은 반도체, 2차 전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제품이죠. 앞서 언급한 조건들에 다소 맞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환율 상승은 우리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같은 원화로 구매할 수입품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죠. 결국 종합적으로 봤을 때, 환율 상승으로 경제 전체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과거보다 훨씬 클 듯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득보다 실이 훨씬 큽니다

튀르키예의 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클 겁니다. 터키 중앙은행은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를 7%p 인하했습니다. 그간 리라화 가치는 3배 넘게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했고, 인플레는 80%에 육박하네요.

만약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 있습니다. 리라화 가치 하락이 수출을 늘려 튀르키예 경제에 득이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현재로선 인플레로 인한 비용이 수출 증가 편익보다 훨씬 커 보입니다. 다행히 환차익을 노린 투자 자금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외환 보유액이 다소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데요. 여전히 높은 인플레 비용과 비교하면 그 편익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추후엔 디벨로퍼 감소도 불가피

디벨로퍼의 증가 추세는 바로 ‘틈새 시장’에서 기인했습니다. 최근 10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고, 이를 제어하려 정부 규제도 연달아 나왔죠. 그러자 다른 부동산 자산으로 수요가 분산됐습니다. 도시형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근린상가시설, 분양형 오피스 등 아파트 투자 수요를 대체할 비슷한 금액대의 분양형 상품이 대량 공급됐죠. (덕분에 일반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선택 폭이 넓어졌고 진입 장벽도 낮아졌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가 관심을 받게 된 것도 디벨로퍼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겁니다.

다만 올해 상승세는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개발 호황의 시차에 따른 결과일 뿐입니다. 최근엔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공사비 증가로 사업수지 확보가 어렵죠.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때문에 증권사와 저축은행도 신규 대출 주선보단 그 이전 단계 대출 만기를 연장하며 관망 중입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추후 디벨로퍼 수 조정도 불가피할 겁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경기 호조 미리 준비해야

디벨로퍼가 늘어난다고 해서 개발 대상까지 늘어난다고 말하긴 어렵죠. 현재 국내의 수익성 있는 상품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한 건 데이터센터가 유일할 겁니다. 물류 시설 인기도 좀 시든 것 같고요. 그런데 데이터센터 같은 특수 목적용 부동산 상품은 개발이 까다롭습니다. 일반 건축물과 달리, 토지 확보 외에도 전파 피해 방지, 전력 문제 해결 등 처리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죠. 다만 2~3년 후 경기 회복을 예측한다면 지금이 사업 준비를 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발 사업의 리스크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시장 냉각기, 신규업체 생존 쉽지 않아

부동산 개발 업체 중엔 영세 사업자가 많습니다. 신규 등록 업체 사이에선 더 많을 거고요. 때문에 신규 업체 증가만 가지고 부동산 개발 시장 훈풍과 연결 짓긴 어렵습니다. 현재 시장 상황을 평가해 보자면 오히려 찬바람 부는 쪽에 가깝습니다. 건설 원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 냉각이 동시에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까지 계속된 활황장에 취해 이제 막 부동산 사업을 개시한 플레이어라면 지금은 참 쉽지 않은 시기일 겁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사람을 믿고 보는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

시드 단계 펀딩은 엔젤 투자*이거나 지인 투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죠. 건너 건너라도 믿음이 좀 더 가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 기사의 의미는 <초기 스타트업의 몸값 상승>에 있다기보단 <기존의 유니콘급 대형 투자가 꺼려진다>에 있을 겁니다. 현재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만든 현상인 셈이죠.

📌 엔젤 투자 : 창업자만 믿고 벤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아주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뉴스레터도 옥석 가려지는 시기

2020년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엄청 뜨거웠던 해였습니다. 클럽하우스 등 오디오 플랫폼, 서브스택 같은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이 대표적인데요.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에 열광한 ‘인싸’들이 열심히 활동하면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 거품은 빠르게 꺼져버렸고 마찬가지로 붐이었던 뉴스레터를 향한 관심도 많이 식은 것 같습니다. 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뉴스레터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뉴스레터 플랫폼 회사들이 큰 매출을 내며 성장할 수 있을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성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뉴스레터의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뉴스레터도 이제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오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