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클럽’ 실패 쏘카, 롱런하려면?

🚗 ‘1조클럽’ 실패 쏘카, 롱런하려면?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

쏘카의 유니콘 특례 상장

차량 공유 기업 쏘카가 22일 ‘유니콘 특례 상장’ 1호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주당 공모가는 2만8000원입니다. 확정 공모가를 적용한 쏘카의 기업 가치는 9666억원. 지난 3월 쏘카의 3대 주주인 롯데렌탈의 지분 투자 당시 인정 받았던 1조3000억원보다 낮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롯데렌탈은 평가액 기준 손실을 볼 여지가 높아졌습니다. 공모 후 지분율은 2대 주주인 SK가 17.94%, 3대 주주인 롯데렌탈이 11.81%입니다.

현재 공모가대로면 쏘카의 2대 주주인 SK는 이익이지만, 롯데렌탈에게는 손해입니다. SK는 2015년 590억원을 투자해 쏘카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또 2017년 쏘카가 발행한 전환사채와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여 왔는데요. 쏘카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상장 전 지분율 약 19.0%를 확보했습니다. 쏘카의 기업 가치를 약 5300억원으로 산정한 셈입니다.

다만 3월 롯데렌탈은 쏘카 투자를 결정하면서 최대주주 풋옵션*과 우선매수권을 지정했는데요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월 리포트를 통해 최대주주 풋옵션 조항과 회사 우선 매수권을 고려할 때, 앞으로 롯데 렌탈이 추가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 풋옵션(Put Option) : 미래의 어느 시점에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자산 가격이 하락할수록 이익을 얻게 됨

쏘카의 기업 가치는 약 3334억원가량 줄어들었는데, 그럼에도 쏘카가 상장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뭘까요? 지난 3일 쏘카의 기업 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쏘카는 이 날 “전략적 투자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동, 유통, 운송 등 사람과 사물의 모든 이동을 포함하는 약 350조원 규모의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략적 투자’, ‘유통’, 그리고 ‘운송’입니다. 쏘카가 그간 추구해온 ‘이동’이란 가치를 넘어서는 확장을 시도하려는 거죠.

롯데렌탈의 의중

올해 2분기 사업 실적을 기준으로 롯데렌탈의 매출 구성은 자동차 렌탈(3976억원, 전년 동기 대비 +12.4%), 중고차 판매 (1923억원, +12.3%), 일반 렌탈 (550억원, +14.4%), 카셰어링(389억원, +10.1%)으로 돼 있습니다. 일반 렌탈을 제외하면 쏘카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매우 유사합니다.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두 회사. 특히 지난 3월 롯데렌탈이 쏘카에 약 1832억원을 투자한 이후 롯데렌탈의 경영 실적에는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투자 이전인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롯데렌탈은 42dot(자율주행),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과 체결한 MOU를 설명했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전략과 관련해선 롯데 그룹 쇼핑과의 연계,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연계된 모빌리티, 호텔・마트 등 자체 인프라를 활용한 모빌리티 플랫폼 전략을 발표합니다. 롯데렌탈의 모빌리티가 ‘롯데 그룹’과 함께 한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죠. 

쏘카에 투자한 이후인 5월 9일 롯데렌탈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는데요. 이때 롯데렌탈은 전기차 충전 및 주차, 내비게이션, 방문 정비 등을 포함한 모빌리티 슈퍼 앱으로 진화하겠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특히 단기 렌터카와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합하겠다는 게 골자였죠. 차량 호출(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고요. 사실 이용자 관점에서는 대면이냐 비대면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단기 렌터카와 카셰어링 서비스는 매우 유사합니다. 참고로 롯데렌탈은 카셰어링 시장에서 쏘카에 이은 후발 주자인데요. 작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카셰어링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4%, 올 2분기에는 5.4%로 감소했습니다.

쏘카 상장을 앞둔 지난 5일, 롯데렌탈의 2분기 경영 실적이 발표되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롯데렌탈의 비전과 중장기 전략 방향이었습니다. 롯데렌탈은 2023~2025년 1단계 전략 방향을 자산 기반 플랫폼 서비스의 확장 시기로 정의했습니다. 자산을 기반으로 한 ‘주차’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참고로 쏘카는 ‘모두의 주차장’을 인수해 주차장 관리 또는 주차장 가격의 탄력적인 요금 책정도 가능한 상황이죠. 목적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나 차량 구독 서비스 등도 쏘카의 패스포트 같은 유료 구독 모델을 참고하거나 느슨한 형태로 연계해서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롯데렌탈이 제시한 2026~2030년 2단계 전략 방향은 ‘중개 서비스의 확장’인데요.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 비즈니스 솔루션입니다. 지난 6월 저희가 발행한 ‘쏘카의 증권 신고서를 통해 본 중장기 전략 방향은?’(🔗링크) 글에서 말씀드린 차량 관제 SaaS 사업과 데이터 비즈니스 솔루션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규 매출원 차량 관제 시스템

쏘카 측은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차이점으로 ’차량의 직접 보유’를 꼽았습니다. 차량 이동 데이터와 사용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결합, 차량 배치에서부터 가격 결정, 프로모션 등에 활용하고 있기도 한데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 가동률을 높이고, 차량 관리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해왔습니다. 

쏘카는 예약 시간, 예약 장소, 실시간 수요를 반영해 탄력 가격을 적용합니다. 또 10분 단위로 파편화된 예약 명세로 차량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있죠. 쏘카는 이 차량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차량 관제 시스템을 서비스화해 신규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주요 고객은 물류・운송 기업이 되겠죠. 쏘카가 ‘운송’과 ‘유통’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솔루션 사업은 솔루션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선 롯데렌탈이 보유한 자동차 렌탈 26만2481대나 그린카 1만250대를 대상으로 쏘카의 차량 관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겠죠. 올 하반기 롯데 그룹의 물류 기업인 롯데로지스틱스와 시범 사업에 나서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쏘카 입장에서는 롯데렌탈 또는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협업이 구체적인 성과나 활용 사례로 도출될 경우 수익화에 탄력이 붙겠죠. 

이러한 동향은 다른 글로벌 렌터카 기업에서도 발견됩니다. 세계 2위 렌터카 기업인 엔터프라이즈 홀딩스는 ‘엔터프라이즈 차량 관제’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8년 연속 두 자릿수의 차량 대수 및 매출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3위 렌터카 기업인 에이비스 버짓 그룹은 2019년 11월 발표한 사업 보고서를 통해 기존 차량 관제 서비스를 SaaS 형태로 다른 모빌리티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주요 플랫폼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밝힌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쏘카가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시장을 개척할 경우 대상 고객은 차량을 운행하는 기업이나 물류 회사, 지방 자치 단체, 공공 기관 등 기존 고객의 풀보다 훨씬 넓어질 겁니다. 쏘카는 차량 관제 시스템의 시장 규모를 국내에서는 1조8000억원, 해외는 33조원으로 추정했습니다. 대외적인 평가도 비슷합니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 역시 작년 차량 관제 시스템 시장 규모를 182억달러(약 24.3조원)로 산정했고, 2029년까지 연평균 18.3% 성장한다고 예측한 바 있으니까요(🔗관련 기사).

Comment : 국내 모빌리티 산업을 대표하는 유니콘 스타트업 쏘카의 상장. 시장은 앞으로에 주목합니다. 쏘카는 상장 이후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요. 기업 공개에서 밝힌 성장 방향과 롯데렌탈이 경영 실적을 통해 밝힌 중장기 전략은 얼마나 더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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