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우리집을 들여다 본다
아마존 창립 이래 4번째로 큰 인수합병이 이뤄집니다. 17억달러, 약 2조2000억원을 들여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을 인수하기로 한 건데요. 아이로봇은 위 사진에 나온 ‘룸바’라는 로봇청소기로 이름이 알려진 회사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AI 스피커 ‘알렉사’, 카메라가 달린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로봇’, 보안 카메라 ‘링’ 등 다양한 가정용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젠 로봇청소기 분야까지 섭렵하게 된 겁니다.
이 아이로봇이란 회사와 아마존은 지금까지 협력 관계였습니다. 룸바의 AI 기술은 아마존의 알렉사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클라우드 역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물류 창고 등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두 회사의 기술적 궁합은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룸바는 아마존의 할인 행사인 ‘아마존 프라임데이’의 단골 인기 상품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을 활용하면, 현재보다 룸바는 더 많이 판매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아마존이 아이로봇 인수를 통해 얻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1️⃣ 단번에 가정용 로봇청소기 시장에 최강자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룸바는 지금까지 4000만대가 팔렸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지난해 미국의 가정용 청소 로봇 시장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2️⃣ 스마트홈에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룸바 로봇청소기에는 집의 구조를 기록하는 카메라와 센서가 내장돼 있어 실내 지도 제작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집 구조와 가구 배치를 아마존이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아이로봇 측은 이 데이터의 수익성을 간파하고 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3️⃣ 로봇청소기는 아마존이 그동안 가정에 침투하기 위해 시도한 모든 노력을 단번에 해결할 기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다양한 가정용 기기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 가정에서 꼭 필요한 기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AI 스피커 ‘에코’는 구글홈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AI 스피커이기는 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은 아닙니다. 지난해 공개한 ‘아스트로 로봇’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로봇청소기는 다릅니다. 어느 가정이나 청소는 필요합니다. 이 시장을 잘 공략한다면 아마존은 소비자의 가정 내 정보를 얻기 위해 시도한 지금까지의 그 어떤 노력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일반 진공청소기 대신 편의성이 높은 로봇청소기 점유율이 상승하는 추세이고요.
아마존이 소비자의 집 구조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기존 이커머스에도 긍정적인 기대 효과가 있습니다.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가령 소비자의 집 크기로 소득 정도를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거실에 보행기가 있다면 유아용품을 추천할 수 있고, 캣타워와 같은 반려동물 용품이 있으면 고양이 사료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 확장에 꼭 필요한 일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꺼림칙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기계라고는 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 사적인 데이터가 수집되는 걸 달가워 할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타깃 마케팅과 사생활 침해 사이에서 데이터 활용의 적정선을 찾는 게 아마존의 숙제가 될 것 같네요.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을 승인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전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는 아이로봇을 인수하면서 아마존의 독점력이 강화될 거라는 우려에서입니다. ‘빅테크 저격수’라 불리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의장도 이번 인수합병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하니,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버에서 손 뗀 손정의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가 보유 중이던 우버 주식을 전량 매각했습니다. 매입할 때보다 오른 가격이기는 하지만 기대보다는 차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비전펀드는 2017년 우버에 약 10조원을 투자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시 비전펀드는 중국의 디디추싱(DiDi), 동남아의 그랩(Grab), 인도의 올라캡스(OLΛ) 등 굴지의 모빌리티 업체 최대주주이거나 2대주주 지위에 있었습니다. 우버 최대주주에 등극한 이후 비전펀드는 지역마다 벌어지던 출혈경쟁을 없애고 모빌리티 시장을 지역별 독점체제로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디디추싱과 우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양사의 최대주주였던 손 회장과 비전펀드는 우버 차이나가 지분을 디디추싱에 팔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시장은 디디추싱의 완벽한 독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손 회장은 중국은 디디추싱, 동남아는 그랩, 서구권은 우버가 분할 통치하는 천하삼분지계를 그렸습니다. 전세계 모빌리티 시장이 손 회장 손바닥 안에 있게 된 거죠.
그러나 상장 이후 우버의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코로나19로 모빌리티 시장이 침체됐습니다. 결국 우버의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서 손 회장의 천하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비전펀드의 우버 주식 평균 매입 가격은 34.50달러, 이번 매각 가격은 41.47달러입니다. 20% 정도의 이익만 거둔 셈입니다.
비전펀드는 올 2분기 약 28조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여파로 소프트뱅크도 연결기준 약 30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입니다. 소프트뱅크가 2분기 연속 적자를 본 것은 2005년 이후 17년만입니다. 우버의 주식을 처분한 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비전펀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쇼핑’ 접는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오는 10월 1일 부로 페이스북의 ‘라이브 쇼핑’ 기능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역량을 숏폼 동영상 서비스 ‘릴즈’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비디오 쇼핑 플랫폼인 ‘패키지드’를 인수해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당시 아마존이나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비슷한 시점에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자 영상을 통한 커머스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죠. 크리에이터나 브랜드가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상품 판매를 할 수 있게 하고, 이 과정에서 잠재적인 새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페이스북 측의 가설이었습니다.
결과는 탐탁지 않았습니다. 팬데믹으로 늘었던 온라인 쇼핑 수요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메타는 별도의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종료하고 영상과 관련한 솔루션을 하나의 서비스에 통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술 산업 출판사 테크크런치는 라이브 커머스 사업 축소가 시장의 흐름이 될 거라고 진단합니다. 최근 틱톡 역시 라이브 커머스인 ‘틱톡 숍(Tik Tok Shop)’을 미국과 유럽 등 지역으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틱톡은 아시아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영국에 틱톡숍을 열고 라이브 스트리밍 커머스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고, 영국 현지에서 프로젝트에 손을 떼는 바람에 외부 확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커머스는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소비자 인식이 낮습니다. 성장 잠재력이 낮은 만큼 틱톡과 메타에 이어 라이브 커머스를 접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로빈후드의 멈출 줄 모르는 추락
거래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MZ세대를 주식시장으로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부상한 로빈후드의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지난 4월 직원 9%를 해고한 데 이어 추가로 약 25% 직원들이 해고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로빈후드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43.7% 급감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지난 해 8월 최고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입니다. 이자율 상승 등으로 시장에서 자본의 유동성이 사라진 탓입니다. 비트코인 시장이 위축된 것도 로빈후드 실적악화의 큰 원인입니다. 로빈후드 이용자들이 반복 구매하는 품목 1위는 애플이나 테슬라 주식이 아니라 비트코인이기 때문입니다.
매출 급락과는 별개로 로빈후드의 미래에 대한 분석은 엇갈립니다. JP모건은 로빈후드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비관적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반면 골드만 삭스, 파이퍼 샌들러, 미즈호 등 미국 월가의 상당수 분석가들은 인원 감축으로 로빈후드의 주가가 반등할 거라고 전망을 내다 봤습니다.
300자 간추린 뉴스 악시오스(Axios), 통신사 손으로
미국의 정치비평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5억 2500만 달러(약 7000억원)에 통신기업 콕스 엔터프라이즈에 매각됩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악시오스는 폴리티코 출신 3명의 언론인이 주축이 돼, 짧고 간단한 뉴스 스타일로 비교적 단기간에 영향력을 쌓아온 매체입니다.
정보의 홍수에서 가치 있는 뉴스만 간결하게 전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미디어 스타트업 악시오스는 모바일 기기에서 읽기 쉽도록 최적화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측근 사면 등에 대한 특종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악시오스 창업자 3인은 매각 뒤에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뉴스 편집 등에 관여할 거라고 합니다.
한편 악시오스를 인수한 콕스는 애틀랜타 기반 가족 경영 기업입니다. 데이튼 데일리 뉴스 등 일부 지역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고, 최근 미디어 사업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비트코인에 ‘올인’했던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 바뀌었다
마이클 세일러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CEO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올인 전략으로 유명한 인물이죠. 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자금뿐 아니라 빚까지 얻어서 비트코인을 매수해왔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런 투자는 회사를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12만9699BTC이며, 평균 매수가는 3만664달러입니다. 현재 비트코인(BTC) 가격은 2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올 2분기까지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투자로 1조원이 넘는 손해를 봤습니다.
CEO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세일러가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며,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일상적 경영은 CFO 출신의 ‘퐁 레’가 맡습니다.
큰 손실을 봤음에도 세일러의 비트코인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의장과 CEO의 역할을 나눠서 비트코인을 매수 및 보유하는 전략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사업을 성장시키는 전략 두 가지를 모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