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정책 지속은 선거 결과에 달렸어요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정책의 일환입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단 뜻입니다. 그간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화석연료 사용 억제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공화당이 이기면 미국 내 석유 생산을 장려하고,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제동을 걸 겁니다.

다만, 공화당의 선거 승리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양당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중국 견제 정책이 더 강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반도체 등 고급 기술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정책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한편 미국은 과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고 문제 삼았는데요. 지금은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광범위하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재정 건전성이 높고 지출 여력이 크다면, 보조금 지급이 실제 산업 경쟁력 강화 효과를 낼 겁니다. 각국과의 경쟁도 유리하겠죠.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핵심 기술 공급망 둔 패권 싸움

미·중 갈등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갈등이 내재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 역시 이러한 갈등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앞으로도 중국과 미국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을 두고 패권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점은 이번 보조금 지급 법안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것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 대부분은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과 코발트 등을 많이 보유한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인니에 합작 공장을 설립 중인데요. 아직 생산(내후년 상반기 예상)까지 기간이 남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공정 경쟁이 사라지고 있네요

이번 미국의 배터리 보조금 정책은 보조금 차별 지급을 금지한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겁니다. 그러나 WTO가 따지더라도 미국은 항변하겠죠. “그간 중국도 각종 보조금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했는데 왜 방관했냐.” 중국뿐 아니라 최근 선진국들이 앞다퉈 AI·반도체·배터리 등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지급 중이기도 합니다. 점차 시장 중심의 공정 경쟁이 사라지고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로 회귀하는 듯합니다. 

아무튼 현재 배터리 핵심 소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한국 입장에선 난제입니다. 소재를 미국에서 조달하려면 엄청난 물류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면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기 때문입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쿠팡을 믿어보자고요

작년 말 모건스탠리는 소프트뱅크의 ‘아픈 손가락’ 쿠팡 주식을 7748만7138주 매수했습니다. 올 1분기 추가 매수까지 해 지분 8.6%를 보유한 쿠팡의 3대 주주가 됐죠. 제2의 아마존이 될 쿠팡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겁니다. 모건스탠리의 쿠팡 투자는 소프트뱅크의 부진한 성적표에도 낙관적 전망을 그려볼 만한 시그널로 볼 수 있습니다. 

작년 쿠팡은 연 매출 20조원을 달성했습니다. 기술 프로세스 혁신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 지속 성장 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의 지표만 봤을 때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눈에 들어옵니다만 유통 사업의 폭발성을 고려할 때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 가장 성공한 투자 사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성적 초라하지만, 손 회장 대응은 깊은 인상

한 분기에 30조원. 글로벌 벤처 거품을 만들어내며 적극적인 투자를 해 온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받은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전 세계적인 주식 시장 침체와 급격한 엔저 현상의 영향도 있었는데요. 이를 감안해도 시장에서 예측한 것보다 적자 폭이 훨씬 더 큽니다. 손 회장은 비전 펀드의 비상장 투자 회사의 경영실적도 철저히 평가해 손실에 반영했고,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로 큰 환차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기 최대 적자에 손 회장은 통렬한 반성과 함께 성역 없는 비용 절감을 결심했습니다. 비전 펀드의 전 세계 운영인력을 줄이고 6년 전 미국에서 인수한 대형 투자펀드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도 매각할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한국의 소프트뱅크 투자법인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매각설도 이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됩니다. 소프트뱅크가 그동안 한국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면서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큰데 무척 아쉽네요. 어쨌든 실적을 솔직하게 반성하며 정면 돌파하는 손 회장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나름 선제적 대응한 연준의 쾌거

기대 인플레 하락은 연준이 의도한 (좋은) 결과입니다.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상이 경제 주체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거시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적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현재 유가 하락은 공급이 늘어난 덕분이 아닙니다.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부진 우려가 커졌고 석유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도 떨어진 겁니다. 이게 기대 인플레 하락으로 이어졌고 물가 부담이 줄게 됐습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없이도 말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공급이 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유가는 안 내렸을 겁니다. 물가 상승률이나 기대 인플레도 그대로 높았겠죠. 이 경우 연준이 결국 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 과격한 금리 인상은 진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금리가 계속해서 올라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이를 해소하는 데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금리도 올려야 하고, 경기 침체도 해소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경제 주체들이 얼마나 선제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실제 경기 상황도 좌우됩니다.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경제 정책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소비재·서비스 인플레는 이제 시작

기대와 다르게 인플레가 쉽게 수그러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기대 인플레 하락은 물론 긍정적이지만, 왜 하락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간 물가를 올렸던 원자재·곡물 가격이 6월 하순부터 안정되기 시작한 영향으로 여겨지는데, 문제는 그 둘에서 시작된 인플레가 소비재·서비스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점입니다. <물가 상승 → 임금 상승 → 기업 원가 상승 및 제품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2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대 인플레가 낮아졌다곤 하지만, 6.2%는 여전히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내년 말 기준금리가 6.2%는 넘어야 실질 금리가 플러스가 된단 뜻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입니다.) 통화 정책이 수요 억제 효과를 내려면 실질 금리가 플러스여야 합니다. 때문에 연준은 내년에도 공격적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아직 낙관하기는 일러요

아직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미국 고용 지표가 나아지고 있고, 구인난 때문에 전 업종에 걸쳐 임금이 오르고 있습니다. 임금 상승은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Again 2009 될 수도! 

주변에 국유지이면서 방치해 놓는 토지들을 보면 ‘나라도 싸게 매입해서 개발하면 대박나겠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실제 국유지 활용엔 여러 난관들이 있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2009년부터 지방 혁신 도시에 공공 기관이 이전하면서 필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해당 공공 기관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했었는데요. 총 120개 중 현재까지 매각이 안 되는 시설이 ‘LH 정자동 사옥’ 등 4개나 됩니다. 매각된 시설들도 그린벨트나 연구 시설 등 용도 제한과 높은 가격 등 문제로 오래 유찰된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국유 재산 매각 활성화 방안도 실제 대상지들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각종 제한 사항들이 있다면 단순 매각 공고만으로는 재정 확충이란 취지를 살리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물건별 특성에 맞는 민간 기업 인센티브와 정부 지원책을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원활한 매각 위해선 경기 흐름 바뀌어야

국유 재산 매각은 보통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권에서 시도합니다. 즉, 조직을 줄이면서 관련 사업을 축소할 때 수반되는 게 자산 매각입니다. 공공 사업이 축소되면서 나오는 매물 중엔 알짜 매물도 있습니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 상승 국면에 진입할 때라면 민간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자산 매각은 시기나 자산 성격상 모두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막 지나 침체로 가고 있는, 가장 고점일 때 매각 계획 발표라뇨. 매각 대상에도 이미 ‘유휴’ ‘저활용’ 등의 수식어들이 붙었습니다. 지금 같은 경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구매 희망자들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더구나 현금화가 가장 더딘 자산이 부동산입니다. 이건 가계뿐 아니라 국가에도 마찬가집니다.

앞으로 원활한 매각을 위해선 가격이 저렴하거나, 용도 변경이 유리하게 이뤄지거나, 경기 흐름이 바뀌는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돈 주머니를 쥐어짜는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듭니다. 시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국유 자산 최고가 낙찰 방식, 재고해야!

국가나 공기업이 토지 등 자산을 매각할 땐 공개 입찰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간 사업자들은 이 입찰에 참여해 토지를 낙찰 받고, 그 땅 위에 주택이나 상가를 지어 다시 일반인에게 분양하거나 임대 사업을 진행합니다. 문제는 이런 토지 매각이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민간 사업자에게는 원자재 성격인 토지 가격이 과다하게 치솟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때문에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분양·임대 가격도 올리게 되는 겁니다. 물론 국가 재원 확충 차원에선 최고가 낙찰 원칙이 유리하겠지만, 이젠 지역 발전까지도 고려한 자산 매각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매각 말고 장기 임대도 생각해봐야죠

국유 재산을 다루는 전반적 제도 체계를 시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합니다. 행정과 경영이 다르긴 하지만, 과거 어느 기업의 총수가 구조조정할 때 강조한 게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 입니다. 자산이라고 다 같은 자산이 아닌 거죠. 그만큼 어느 자산이나 쉽게 매각하기란 어렵습니다. 때문에 매각 일변도보단 장기 임대를 병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지역 상황에 맞는 탄력적 대응이 용이할 겁니다.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

📳 시니어들도 디지털 친화적이에요

MZ세대와 디지털 플랫폼을 뗄 수 없는 단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더 살펴보면, 현재의 40~50대, 나아가 60대 시니어들도 상당히 디지털에 친화적인 세대입니다. 5~10년 후 이들이 은퇴하는 나이의 고령인구가 된다고 해도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대상입니다. 상당한 소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니까요. 2000년대 20대들의 전유물이었던 리니지를 이제 40대가 주로 이용하고 있고, 어머니 세대들의 스트리밍 총공격에 힘입어 임영웅 노래가 멜론 탑순위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퀸잇 등 40~50대를 겨냥한 패션플랫폼이 등장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업체들은 앞으로 어떻게 이들을 지속적인 충성 고객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실제 소비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40대들이 여전히 즐겨 하는 리니지처럼요.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아직 노인이 누릴 앱 서비스는 탄생 전

고령 인구의 양극화, 핵가족 가속화 등으로 1인 노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가 복지 제도로 커버되지 않는 노인 케어 니즈는 분명 존재합니다. 이 니즈와 그를 둘러싼 문제를 스타트업이 해결할 수 있다면 매우 의미있을 겁니다. 특히 홀로 계신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는 자녀들의 마음은 이런 니즈의 강력한 동력입니다. 요양 중개 분야가 크게 성장 중인 게 이를 뒷받침하죠.

이렇게 가족들이 혼자 계신 어른들을 케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들 스스로가 도움을 받거나 즐길 수 있는 앱 서비스들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아직 노인들이 편히 다룰 수 있는 UI를 가진 앱은 탄생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만일 이런 앱을 가능케 하는 스타트업이 나온다면 막대한 부도 창출하고 사회 기여도 굉장히 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