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상품수지는 흑자잖아요

올해 무역수지는 적자가 맞아요. 그러나 상품수지는 23개월 연속 흑자입니다. 똑같아 보이는 두 개념이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상품수지는 한국은행에서 집계하고, 무역수지는 관세청에서 집계하며, 집계 기관이 다른 만큼 집계 방식도 조금 다릅니다.

무역수지는 상업과 관계 없는 물품도 포함한 모든 물품의 이동을 집계합니다. 반면, 상품수지는 상업적 물품만 집계합니다. 또 무역수지가 수출가를 상품을 선박에 실을 때 가격으로 평가하고 수입가를 선박 적재 이후 각종 운임과 보험료를 얹어 평가하는 것과 달리, 상품수지는 수출입 가격 모두 선박에 실을 때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역수지는 물품의 통관 시점에, 상품수지는 대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계산해 기재합니다. 종합하면, 상품수지는 각종 비용이 더 포함되는 무역수지에 비해 흑자가 더 크게 나오게 됩니다.

어떤 개념을 봐야할까요? 저는 상품수지 쪽에 손을 더 들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각국 경제 성장 가늠쇠인 GDP가 무역수지가 아닌 상품수지를 기준으로 측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의 대외 무역 상황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경상수지까지 나빠지면 진짜 문제

최근 무역수지는 적자였지만, 경상수지는 아직 흑자입니다. 경상수지는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뿐 아니라 외화 송금 등 국가간 모든 돈 거래를 포함한 통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의 지속적 흑자가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향후 경상수지의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기간 세계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제조업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제조업 상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여행이 늘어나 여행수지 적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수입이 수출보다 많다는 것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이는 다시 환율을 추가로 올리고,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국내 물가 역시 상승하게 됩니다. 물가 상승은 다시 경상수지를 악화시켜 재차 환율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물가 상승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면 해외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늘기 때문이죠) 이에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찬영

Premia Partners Company 한국 담당 이사

42년 만에 적자 앞둔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지난 수년간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제품의 자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엔화 약세가 수입 물가만 올리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이는 상당한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엄청난 순대외자산을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자·배당 소득을 벌어들이는데요.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무역 적자가 생기면서 올해 이례적으로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 상황을 참고해야 합니다. 최근 원화 약세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만큼 대외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우리로선 원화 약세에 더욱 취약한 상황입니다. 일본 같은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 경제 주체가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원인입니다

사우디가 최근 돌연 유가를 내린 속사정엔 미국과의 원유 증산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계기는 치솟는 인플레였습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잡아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선 원유 생산을 늘려 기름값부터 잡아야 했죠. 그러나 물건값이 치솟는데 스스로 내려줄 장사꾼이 있나요? 사우디 등 오펙(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원유 증산에 미적댔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이들을 인플레의 주범급으로 간주해 괘씸죄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5일 미 상원 법사위에서 통과된 노펙(No Oil Producing or Exporting Cartel) 법안이에요. 말 그대로 “석유 수출 카르텔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인 노펙은 오펙 회원국끼리 협의를 통해 석유 증산 혹은 감산을 결정하는 행위를 담합으로 간주해 다스리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당연히 중동 산유국들은 강력히 반발했고, 올해 3월 석유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위안화로 바꾸겠다는 협박도 했습니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은 전제군주제인 사우디의 체제 안정을 보장해주고 사우디는 미국에게 원유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해 공생했는데, 그 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최근 사우디의 유가 인하는 기사 해석처럼 사우디가 중국 등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에 기민하게 대응한 것보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페트로 달러 체제를 혹여 깨뜨리면, 왕권을 위협할지 모를 수많은 왕자가 있는 사우디 왕실의 안정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비용 인식이 크게 다가왔을지 모릅니다.

📌 페트로 달러 체제 : 페트로 달러란 ‘석유를 팔아 얻은 달러’를 말함. 국제 정치경제학적 의미에서 이 체제는 ‘달러로만 원유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현 국제 원유 거래 체제’를 가리킴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유가, 너무 내려가도 문젭니다

사우디가 봉쇄 장기화에 따른 중국의 소비 둔화가 무섭긴 무섭나 봅니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중국의 코로나 재봉쇄 정점·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점인 2월 말에 비해 여전히 10달러가량(11일 오후 6시 기준) 높습니다. 여전히 유가엔 전쟁발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유가가 내려간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물가 안정과 무역 수지 개선엔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재봉쇄와 전쟁 이슈가 부각되기 전 수준인 90달러 초반보다 밑으로 내려가면 경기 둔화 우려만 오히려 증폭돼 버릴 수 있습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중국의 인플레 대응 방안된 ‘자원 무기화!

최근 ‘자원 무기화’가 글로벌한 산업계 화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몇년 전부터 이 화두에 익숙해져 있어요. 당장 작년의 요소수 부족 사태뿐 아니라, 그에 앞선 중국 희토류·일본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 수입 제한이 즉각적으로 우리 경제에 파장을 불러왔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의 각종 에너지·광물 자원 공급이 충분히 안정화된 상황은 아닙니다. 앞서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정쟁화되며 사실상 중단된 측면이 있고, 최근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우리의 자원 공급 안정성이 더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 집약 산업에 대한 통제 완화·전략물자 적극 활용을 자국의 인플레 대응 방안으로까지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국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자원을 무기로 한국 등 수입국들을 더 압박할 수 있단 얘기죠. 알몬티 CEO도 언급했듯 주요 자원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의 중장기 이슈로 회자될 것 같습니다. 정부로서도 민간 기업들의 자원 확보 노력에 대한 지원책 강구가 필요합니다.

📌 전략물자 : 일반 산업에 쓰이나 미사일 등 각종 무기의 개발·제조에도 이용할 수 있는 물품. 예를 들어 테니스 라켓 제조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미사일의 동체를 만드는 데도 사용될 수 있어 전략물자로 분류됨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IMF 때 팔려나간 곡물 종자들을 기억합시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우리의 많은 곡물 종자들이 외국 회사에 다량으로 매각된 일이 있습니다. 재배된 곳은 한국이지만 해외 종자 업체에 로열티를 내고 이 먹거리들을 구매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텅스텐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국내에 제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미국에 광석을 수출한 뒤 미국 업체들이 가공한 텅스텐을 우리가 역수입해야 하는 것이죠.

자원은 광석 자체만으론 전혀 효용이 없습니다. 산업에 곧바로 쓰일 수 있는 완제품을 비축할 수 있어야 완벽한 자원 수급 안정화가 이뤄집니다. 채굴에서 제련, 비축에 이르기까지 민간 기업과 정부가 역량을 집약한 합동 대비가 필요합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상업용 프롭테크, 아직은 블루오션!

부동산과 기술을 결합한 산업을 프롭테크라고 합니다. 주거용 프롭테크 업체인 직방과 다방이 대표적인데요. 편의성을 바탕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다만, 오피스를 비롯해 상업용 부동산 프롭테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임대 면적이 다양하고 건물별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거 분야가 아파트처럼 정형화된 상품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죠.

그나마 기사에도 등장한 알스퀘어는 업계 1위일뿐더러 사무실 임대차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는 업체인데요. 거래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분명 난도가 높은 시장은 맞지만, 아직 블루오션인 만큼 상업용 부동산 통합 서비스 분야에서 성공하는 업체가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 오피스는 성장 가능, 상업용은?

1️⃣ 오피스 중개 프롭테크 성장 가능 : 서울 주요 업무 권역에서 오피스 임대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일부 프롭테크 기업들이 오피스 빌딩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면서 임대차 중개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공사 등 관련 서비스도 일괄 제공해 차별화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런 점들이 임대인 및 임차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왔기에 지속 성장이 예상됩니다. 

2️⃣ 상업용 중개는 한계 있어 :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용보다 물건별 특성이 다양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요구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상업용 임대차 중개에서는 특화된 전문 역량이 더욱 요구되지요. ‘규모의 경제’로 승부해야 하는 프롭테크 기업들과는 맞지 않는 면입니다. 매매 중개도 한계가 예상됩니다. 고객 요청으로 매매 중개 시장에서는 매도·매수 정보들이 쉽게 공개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다수에게 제공하는 과정이 필수인 프롭테크 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죠.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 순식간에 레드오션 될 수도 있어

오피스 중개 플랫폼은 시장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2개 업체가 독과점을 누리는 레드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유 오피스 자산을 직접 보유한 패스트파이브 등이 이 사업에 진입 중입니다. 물론 이들은 공유 오피스 보유 외 데이터베이스나 노하우 면에서 부족하긴 하지만,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 간다면 알스퀘어 등 기존 오피스 중개 플랫폼을 단숨에 위협하는 주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 데이터 공개, 약인가? 독인가?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은 데이터 공개 수준이 상당히 높은 시장입니다. 정부가 각종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고, 많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제공·분석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오피스 임대, 매매 시장은 상대적으로 공개 수준이 높지 않고 정보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중개 플랫폼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정보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으로는 오피스 임대인이나 기존 중개인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객관적 지표로 쉽게 매물 정보를 비교하게 되면, 유사한 오피스 임대인들의 경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임대수익률 하락 및 해당 오피스에 투자하는 상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반면 정보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던 오피스 매물과 관련 투자 상품들은 반사 혜택을 누릴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가격보다 안정 선택한 브룩필드

한국 부동산 역사에 남을 만한 대형 딜의 주인공은 미래에셋이었습니다. 이번 거래의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낮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매도자가 택했다는 것. 현재 긴축과 금리 인상 등 거시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인데요. 이 때문인지 매도자가 가격보다는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로 대형 자산이긴 하지만, 여의도 업무지구 내 최상위급 건물의 수익환원율*이 4% 정도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희소한 핵심 자산에 장기 투자하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 수익환원율(cap rate) : 부동산 투자 가치를 따질 때, 인수 가격 대비 임대료 수입이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하는 비율. 예를 들어 100억을 주고 매수한 부동산에서 공실로 인한 손실과 운영경비 등을 제외하고 연간 순 운영소득(NOI)이 10억이 나온다면 수익환원율은 10%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대표적인 머니게임의 승자

미래에셋의 부동산 투자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지역 시장을 리드하는 자산에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회사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요인들이 많아 투자 타이밍상으로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도심의 대형 건물 투자업은 자본과 자산 집약적 산업이고, 머니게임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미래에셋과 같은 대형 금융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업의 핵심은 좋은 임차인이 장기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일 겁니다. 입주한 임차인들이 현재의 임대료뿐 아니라 향후 임대료 인상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예상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이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닐까요.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위버스 핵심 인력이 시작한, 위버스와는 다른 사업

쿠팡은 입점 절차를 거쳐 모두가 하나의 정책과 방법에 따라 판매하는 ‘플랫폼’이고, 카페24는 각각의 판매자가 개성 있는 쇼핑몰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도구(IT 솔루션)’를 제공합니다. 하이브의 위버스, SM의 디어유가 쿠팡이라면 비마이프렌즈는 카페24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마이프렌즈에 직접 들어보니 본인들은 팬을 가진 모든 이를 위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꼭 연예인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팬덤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는 것인데요. 어딘가에 입점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팬덤 비즈니스를 할 수 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채널의 보완재로서도 활용도가 높아 보입니다.

CJ도 위버스처럼 팬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팬덤 경제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한 IT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이 동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