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 애플TV+ 오스카를 뒤집어 놓으셨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애플TV+ 오스카를 뒤집어 놓으셨다
외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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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열린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모든 화제를 윌 스미스의 폭행 사건이 집어삼켰지만,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는 그 외에도 특별히 주목할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애플TV+ 영화인 ‘코다(Coda)’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애플TV+는 애플이 2019년 출시한 OTT 플랫폼입니다.

2년 전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최우수 외국어 영화를 포함해 3개의 오스카상을 수상한 적이 있지만, OTT 영화가 작품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OTT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헐리웃이 OTT 플랫폼을 영화 배급 채널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뒤늦게 진출한 애플 입장에서는 이번 수상이 대단한 쾌거입니다. 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최강자 넷플릭스도 수년 동안 아카데미 작품상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코다는 애플이 자체 제작한 작품은 아닙니다. 애플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출품된 ‘코다’를 발견하고 250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배급권을 매입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00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코다는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관객상, 앙상블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코다의 작품상을 위해 아카데미 시상식 레이스에서 애플이 쏟아부은 금액이 10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애플이 오스카 작품상을 얼마나 원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오스카상 수상은 애플TV+ 입장에서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큰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지만, OTT 시장에서 애플TV+는 약자의 입장입니다. 애플TV+는 넷플릭스는커녕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 애플TV+가 넷플릭스도 오랫동안 꿈꿨으나 이루지 못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으니 애플은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관심도 없었던 애플TV+라는 브랜드가 영화 애호가들의 뇌리에 박혔습니다.

오스카상 수상은 실제 시청자를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테크 뉴스레터 미디어 프로토콜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사흘 동안 애플TV+에서 14만6727만 가정이 코다를 시청했다고 합니다. 코다는 지난해 8월 애플TV+에 공개됐는데,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되기 전까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로 시청자가 몰려든 것입니다. 오스카 수상 이후 사흘 동안의 시청자가 전체 코다 시청자의 15%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관심을 끌었다는 얘기죠. 원래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만 돼도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시상식 일주일 전부터 시청한 가정도 37만5000입니다.

오스카 시상식은 애플TV+ 시청자를 늘리는 효과 이외에도 콘텐츠 수급 경쟁에서 애플TV+에 힘을 더 실어줄 전망입니다. 각 OTT 플랫폼이 독점 콘텐츠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오스카 작품상이라는 성과를 보여준 애플에 창작자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애플TV+는 브랜드 강화에 힘쓸 계획입니다. 당장의 가입자를 늘리는 전략보다 명성을 쌓는 전략입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애플TV+의 콘텐츠를 선택할 때 순전히 재정적인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존재 이유가 있는 훌륭한 작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는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큰 화제를 일으키는 중입니다.  4대에 걸친 한국 이민자 가족의 수난과 희망을 담은 이 작품은 평단과 시청자들에게 모두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쟁사 대비 부족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애플TV+가 이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듯합니다.

◊ ‘후루룩 뉴스’

아마존에 처음으로 노조가 생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아마존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길 듯 보입니다. 지난 1일 미국 뉴욕시의 섬 스테이튼아일랜드 아마존 물류 창고(JFK8) 노동자들은 투표를 통해 노조 결성을 결의했습니다. 유권자 8304명 중 투표에 참여한 4850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2654명(54%)이 노조 설립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반대는 2131명(43%). JFK8은 미 전역에서도 규모가 큰 아마존 핵심 물류 창고로, 이번 투표 결과는 다른 물류 창고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듯 보입니다.

아마존에서 노조를 둘러싼 갈등은 첨예합니다. 회사 측은 노골적으로 노조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노조 결성 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포스터, 간판, 우편물, 온라인과 광고 홍보를 진행해왔죠. 회사 측은 “중간에 노조가 있으면 신속하고 민첩한 행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상위 노조 없이) 경영진과 직원이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주주서한에서 “회사와 종업원들 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견고하다”면서 노조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죠.

이 때문에 노조 설립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이미 소매·도매·백화점 노조연맹(RWDSU)에 가입 의사를 묻는 투표가 이뤄졌으나, 찬성률은 30%도 넘지 못해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이 투표에서 사측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미국 노동청은 재투표를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투표가 진행됐지만 유권자 자격 논란이 일면서 결과 공표가 늦어지는 중입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로, 노조가 설립되면 미국 노동계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노조 조직률이 높지 않은 나라인데, 코로나 이후 노동 시장이 경색되면서 노조 운동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타벅스에서 노조가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액시 인피니티, 해킹으로 7600억원 날려

작년 돈 버는(P2E) 게임 시장의 인기를 이끈 ‘액시 인피니티’가 최근 대규모 해킹을 당했습니다. 엑시 인피니티 내 사이드체인인 ‘로닌’에서 약 7600억원 규모의 가상 자산이 유출됐습니다. 액시 인피니티측은 해킹 발생 후 1주일이 지나서야 해킹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이드체인이란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보조체인입니다. 메인 블록체인에서 사이드체인으로 가상자산을 옮기고, 옮긴 블록에서 가상자산을 운용하다가 필요한 경우 다시 메인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이번에 해킹된 로닌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구동하는 액시 인피니티에 사용자가 몰려서 이를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해커는 로닌에 있는 9개의 노드 중 5개 노드의 키를 해킹해 해커의 지갑으로 자금을 옮겼습니다. 로닌 체인에서 가상자산을 입출금 하기 위해서는 9개의 노드 중 5개의 노드 승인이 필요합니다. 해킹 사건 후 로닌은 노드 임계값을 5개에서 8개로 늘리고 해킹 방지를 위해 로닌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이런 해킹 문제는 블록체인 자체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과 연계되어 있는 외부 서비스를 공격합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직접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닌처럼 데이터를 전송하는 단계에 개입하는 형식으로 공격이 이뤄집니다.

가상 자산 업계의 해킹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억원의 소중한 자산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블록체인 자체는 해킹 위험성이 거의 없지만,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에는 보안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악성코드를 이용해 사용자 개인 정보를 탈취하고, 지갑 인증에 필요한 정보를 해킹합니다. 반복되는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사용자 본인과 서비스 제공 업체 모두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패션쇼도 이제 메타버스에서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서 메타버스 패션위크가 열렸습니다. 이전 온라인 패션위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메타버스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패션위크에는 돌체앤가바나, 에스티로더, 타미힐피거 등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신생 업체도 다수 참여했습니다.

포에버 21은 이번 메타버스 패션위크를 위해 디센트럴파크에서 45만 제곱피트를 임대해 가상 의류를 판매했습니다. 타미힐피거, DKNY 등 다양한 브랜드는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이번 패션위크에 참여한 유일한 뷰티 브랜드인 에스티로더는 대표 상품인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세럼을 거대하게 전시해 이번 패션위크를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신생 브랜드들은 메타버스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실상품이 아닌 디지털 의류만을 판매한 업체도 다수였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패션 회사 ‘NFT XRCouture’는 이번 패션위크를 앞두고 NFT 지원 디지털 의상 18개를 판매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메타버스 패션위크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돌체앤가바나 패션쇼에서는 그래픽 결함, 로딩 지연으로 인해 제대로 관람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최근 패션업계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주요 소비자층이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의류를 다수 구입하면서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디지털 의류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2030년까지 가상 럭셔리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LGBTQ 문제에서만큼은, 애플이 투사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정치적 이슈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졌을 때 유리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입장에 의해 고객이 떠날 수도 있고, 정치권으로부터 불필요한 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최근 다소 의외의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 아이오와, 텍사스, 플로리다 등 보수적인 주에서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퀴어) 보호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폴리티크에 따르면, 애플이 이 법안 저지를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뒤에서 로비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법원에 자료를 제출하고, 다른 기업에게 서한을 보내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정치적 주장 관철을 위해 거리낌 없는 모습입니다.

애플은 LGBTQ에 우호적인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5월 17일에는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을 맞아 애플워치 프라이드 에디션 밴드와 워치페이스를 선보이기도 했죠.

이는 평소의 애플과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애플은 원래 다른 테크 기업에 비해 로비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을 조심스러워하고 특정 선거 캠프에 기부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LGBTQ 문제에 대한 애플의 입장은 매우 이례적인 셈이죠.

많은 이들은 애플이 LGBTQ 문제에 앞장서는 배경으로 팀 쿡 CEO가 게이라는 점을 꼽습니다. 팀 쿡은 2014년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포춘500대 기업 CEO 중 커밍아웃을 한 것은 그가 처음입니다.

하지만 폴리티크는 이런 애플의 행동 배경이 단순히 CEO의 성 정체성에만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LGBTQ 제한 법안을 추진하는 주에서는 직원의 채용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LGBTQ 지원은 인재확충 전략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이 정치적으로는 애플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LGBTQ에 적대적인 일부 정치인들은 애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잭 넌은 “주정부 차원의 공공정책 어젠더를 (애플과 같은 기업이) 강요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