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올린 연준의 ‘진짜’ 속마음은?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드디어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연준 : 美연준이 이번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정책 금리(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습니다. 2018년 12월 마지막 인상 이후 첫 인상입니다. 이로써 연준은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금리를 0%로 내린 이후 2년 만에 다시 금리 인상으로 선회했습니다.

동시에 연준은 그동안 공격적으로 진행해 온 양적 완화도 멈췄습니다. 자금을 뿌려대며 국채·주택담보증권(MBS)을 대거 사들인 연준의 자산은 코로나 사태 이전 4.2조달러에서 8.9조달러로 불어난 상태에서 일단 멈췄습니다.

대체로 이번 연준의 결정은 매파적(Hawkish)이었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시장 반응은 “안도”였습니다. 오늘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분수령일 수 있는 3월 FOMC 회의에서 있었던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준의 전망은 어떻게 바뀌었나? : 1년에 8번 진행되는 FOMC 회의 중 4번은 경제 전망을 발표합니다. 지난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FOMC 회의에서 경제 전망(성장률, 실업률, 인플레이션)이 진단됐는데요. 우선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2월 4%에서 2.8%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실업률 전망치는 변화가 없었지만 물가 전망은 근원 물가지수(core CPI) 기준으로 2.7%에서 4.1%로 높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1️⃣경기가 너무 좋아서 2️⃣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번 전망은 물가 상승 우려만 높아지고 경기 회복 기대는 낮아졌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 근원 물가지수(core CPI) :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 식료품과 에너지는 날씨, 국제 유가 등 일시적인 외부 요인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데, 이런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 물가를 가리킴

연준 전망의 아이러니 : 연준은 점도표(dot plot)를 통해 향후 금리에 대한 전망치를 확인시켜줍니다. (점도표란 연준 위원들이 각자 예상하는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우선 이번 점도표를 보면 올해 적정 금리 수준이 전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연준의 금리 전망이 빠르게 바뀔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지난 12월에는 1% 이하에 있었던 올해 정책 금리 수준 전망이 이번 회의 때는 2% 부근까지 상승 제시됐습니다. 총 7번 이상의 상승이 이뤄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더 특이한 점은 점도표에서 장기목표금리(longer run)는 2~2.5% 수준으로 유지됐는데 내년과 내후년 금리는 그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게 반영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금리를 빠르게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연준의 의지를 반영합니다.

연준 의원 만장일치 “인플레 전망이 틀린다면 더 높아서 틀릴 것” :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분이 연준 의원이 돼 경제 전망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립을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숫자 하나를 딱 정하라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겁니다. 대략 인플레이션이 4~5% 정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여러분은 4% 또는 5%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4%를 선택했다면 속으로는 생각하겠죠. ‘휴… 일단 4%라고 하긴 했는데, 솔직히 이보다는 더 높아질 것 같긴 해~’라고 말입니다.

그런에 그 마음까지 읽고 싶어하는지 연준에서는 실제로 연준 의원들에게 이런 질문까지 합니다. “만약 당신의 전망이 틀린다면 그보다 높아서 틀릴 것 같나요? 아니면 낮아서 틀릴 것 같나요?”라고 말이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아 놓은 게 Diffusion index(경기동향지수)인데요. 놀랍게도 이번에는 모든 연준 의원이 “만약 내가 틀린다면 인플레이션은 이보다 더 높아서 틀릴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전망을 2.7%에서 4.1%로 크게 높였지만, 연준 의원들의 속내는 ‘그 마저도 보수적인 전망치였다’는 것이죠.

시장의 반응은? : 그렇다면 FOMC 회의 당일 주식 시장이 반등한 이유는 뭘까요? 해석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1달 전 시작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긴장 관계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과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들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며,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급하게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을 테니 말입니다. 여하간 가장 어려운 산이라고 할 수 있는 3월 회의를 시장이 잘 소화해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올해와 내년 세계 자동차 생산 대수가 500만대 이상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모빌리티’가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에서 2년 간 260만대씩 줄인 건데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난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여파로 이미 자동차 생산량 감축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작년 23만대 이상을 생산해 가동률이 117%를 넘던 러시아 현지 공장의 가동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닛산·폭스바겐·아우디 등도 현지 공장을 멈추거나 가동 일정을 전면 조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자동차 값도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테슬라 차값이 나흘만에 540만원 오른 데 이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까지 차값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 아반떼는 2020년 1570만원에서 올해 1866만원으로 296만원이 올랐습니다.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건설업계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시멘트 생산의 연료로 쓰이는 유연탄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증하면서 전국적인 시멘트 공급 대란이 벌어진 겁니다. 러시아는 세계 유연탄의 주요 생산 기지로서 국내 시멘트 업계가 쓰는 유연탄은 75%가 러시아산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와의 유연탄 거래가 중단된 겁니다. 이에 평소 건설 현장 부근에서 시멘트를 공급 받던 시멘트 트레일러 차량들이 먼저 물량을 받기 위해 시멘트 공장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지경이라네요.

🚘 현재 국내 자동차 보험은 UBI(Usage-Based Insurance), 즉 운행자의 주행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품이 대다수죠. 운전 습관이 아닌 경력을 토대로 한 상품들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주행 영상 분석을 기반으로 실제 운전 행태를 반영하는 BBI(Behavior Based Insurance) 보험이 출시돼 왔습니다. 테슬라가 작년 10월 이 유형의 보험을 출시했고, GM도 1분기 내 이 같은 보험을 판매할 계획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BBI 보험이 출시됩니다. 인슈어테크 솔루션 스타트업 카비가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와 인공지능 딥러닝 영상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 행태를 반영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자동차 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