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빌라 주의보

무자본 갭투자 빌라 주의보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새로 분양하는 어떤 빌라의 분양가는 4억원입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새 빌라의 전세도 약 4억원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런 동네에서 무자본 갭투자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생기는 일입니다.

어떤 방식의 거래인가: 새로 지은 빌라는 잘 팔리기도 하지만 위치나 품질에 따라 잘 안 팔리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집을 보유하거나 보유한 경력이 있는 경우 정부가 저렴하게 분양하는 아파트를 받을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선뜻 빌라를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대개 전세로 거주하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를 노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전세 수요는 늘고 매매 수요는 감소하면서 전세는 오르고 빌라는 팔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럴 때 빌라 분양 중개인들은 인터넷에 <무자본 갭투자를 하시면 100만원을 드립니다>라는 광고를 합니다.

거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무주택자A는 분양가 4억원인 빌라를 분양받습니다. 중개인들은 그 빌라에 전세 4억2000만원에 들어갈 세입자B를 찾아옵니다. A는 B에게서 받은 전세금으로 분양대금과 취득세까지 모두 낼 수 있습니다. 약속대로 100만원도 줍니다.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 한 채가 생긴 것입니다.

문제는 그 동네 빌라의 전세금은 최근 이상 급등한 것이어서 2년 후에는 4억2000만원의 전세금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전세금이 3억원으로 내려가면 그 빌라를 구입한 A는 어딘가에서 1억2000만원을 구해서 B에게 내주고 다른 세입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돈이 없습니다. 결국 B도 피해를 입습니다.

다행히 B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전세금상환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그 돈을 공기업들이 물어줍니다. 가끔은 A와 B가 모두 짜고 벌인 사기극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표준 거래가라는 게 대강 있지만 빌라 분양가는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입니다. 날림공사로 공사비를 아끼면 전세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분양할 수도 있습니다. 4억2000만원이라는 전세가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지만 4억원이라는 빌라 분양가는 빌라 분양업자가 그냥 매긴 가격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전세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빌라가 지어지는 낡은 주택 밀집 지역의 땅값이 아파트보다 현저하게 저렴하게 거래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의 땅은 평당 1억5000만원쯤입니다(대지지분 10평쯤 되는 30평대 아파트가 15억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가정입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의 단독주택은 대지 평당 3~4000만원에 거래됩니다. 우리나라의 주택 형태에서 아파트 프리미엄이 유독 높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런 단독주택 지역의 땅을 사들여 빌라를 지으면 30평짜리 빌라의 대지지분 땅값은 3~4억원이면 충분합니다.*
* 서울 중심부가 그렇다는 의미이니 외곽으로 나가면 더 저렴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건축비 포함 5~6억원 정도가 원가인 빌라가 탄생하는데 그런 빌라와 인접한 30평 아파트의 전세금은 10억원에 육박합니다. 바로 옆의 신축 빌라 전세가 7억원이라면 지불할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빌라를 누군가는 7억원에 매수해서 <무자본 갭투자>를 합니다.

무주택 자격이 주는 메리트 때문: 전세금이 높아지면 차라리 집을 사는 쪽을 검토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무주택을 유지하다가 저렴하게 분양되는 새 아파트를 사는 게 최고>라는 전형적인 내 집 마련 전략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의 가격을 계속 낮추고 그런 주택의 전세금은 계속 올립니다.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하게 되는 또 다른 배경입니다.

서민들의 전세금 보증은 좀 위험해도 해줘야 한다는 여론에 밀린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 등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도 이런 무자본 갭투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보증보험사가 사기업이라면 그런 위험한 빌라 전세금에 대한 반환 보증을 해줬을리가 없습니다.

빌라 전세는 반드시 보증보험에 가입하시는 게 필요하고, 빌라를 전세 끼고 구입하는 무자본 갭투자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공매도 재개되면, 어떤 주식이 떨어질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5월 3일부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재개됩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다시 허용되면서 개인들도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좀 더 나아졌습니다.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주식을 빌려주는 풀이 과거보다 좀 더 종류와 양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공매도가 가능하게 된 것은 과거보다 더 까다로워진 조건입니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 받아야 할 온라인 교육을 실제로 받은 개인투자자가 약 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매도를 하기 위해 미리 주식을 빌려놓는 대차거래의 잔액도 연초 40조원에서 지금은 54조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종목별로 대차잔고가 늘어난 정도를 보면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어떤 종목을 미리 빌려놓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갑자기 더 많이 빌려놓았다면 공매도를 위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 뉴스를 보시면 어떤 회사 종목이 최근 대차잔고가 늘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CJ CGV나 카카오, 현대중공업지주, 한화시스템, 오뚜기 등의 대차잔고가 최근 꽤 늘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주문 들어와도 수출을 못한다: 선박이 부족해 수출을 하지 못하는 화물 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2979.7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4월 말(818)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오른 겁니다. 한국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이 특히 크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미국·유럽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면서 ‘2차 화물대란’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는 겁니다.

🇮🇳 인도서 빠지는 투자금, 목적지는 한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에서 자금을 빼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1일로 끝난 한 주간 5억2700만 달러를 순매도했습니다. 인도 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P BSE 센섹스지수는 2월 고점에서 8%가량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인도에서 뺀 자금을 한국과 대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들어 한국 증시엔 13억달러가량이 유입됐고, 대만 증시엔 약 5억7500만달러가 유입됐습니다.

🥕 유니콘 된 당근?: 당근마켓의 기업가치가 2조원에 가까원 기업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는 한국경제의 보도입니다. 2019년 9월에 400억원을 투자 받을 당시에 인정 받은 기업가치(2000억원)의 10배가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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