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에 1조 번 해운사! 그런데 걱정되네

분기에 1조 번 해운사! 그런데 걱정되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올해 1분기에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재택근무용 가구 등 내구재 구입 증가, 코로나로 인한 현지 공장 생산량 감소 등으로 중국이나 한국 등에서 미국으로 실어나를 컨테이너 화물이 급증한 덕분입니다. (작년 4분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물동량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물동량보다 26% 가량 증가했습니다)

컨테이너선이 일감이 늘어나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정도의 단순한 뉴스일수도 있지만 몇가지 생각해볼 것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실적이 요동치는 회사들에 대한 가치 평가 문제도 주식시장에서는 꽤 고민거리입니다.

돈 많이 벌었다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 HMM은 2019년에는 1년동안 3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1조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에만 1조원의 영억이익이 예상됩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는 영업이익이 4조원라는 이야기입니다.(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운임이 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기는 합니다)

이 회사의 과거 실적을 거슬러올라가면 매우 드라마틱합니다. 10년전인 2010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을 6000억원 가량 올렸습니다(이때가 마지막 전성기였습니다.) 그런데 2011년부터 2019년까지는 계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이 기간동안 누적으로 5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에는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이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돈이 부족해서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7조원 가량의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작년에는 1조원 흑자 올해는 1분기에만 1조원을 영업이익으로 벌었습니다.

이 회사가 재무적으로 어려워지는 경우는 이 회사가 특별히 뭘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컨테이너 시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 회사가 돈을 잘 버는 시기는 컨테이너 시황이 좋을 때입니다. 내년 실적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이런 업종을 경기순응형 업종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업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계산해요? :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는 대개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는 지표로 계산합니다. 매년 100억원을 버는 회사는 보통 PER 10배를 적용해서 약 1000억원 가량의 기업가치로 평가됩니다.(이때 적용하는 PER은 업종마다 다르고 시기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대략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10년째 매년 100억원을 버는 회사와 3년전에는 5억원 2년전에는 30억원 1년 전에는 50억원 올해는 10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계속 성장하는 회사의 기업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후자의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내년에는 200억원을 벌어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HMM처럼 2년전에는 3000억원 적자 올해는 3조원 흑자로 들쭉 날쭉한 회사는 도무지 이익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은 이익의 규모가 아니라 순자산(그 회사를 청산하게 되면 남는 돈)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합니다.

순자산이 1조원인 해운사의 기업가치는 1조원이기도 하고 때로는 2조원이기도 합니다. 왜 2조원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해운사들도 순자산가치의 2배 정도에 거래되기 때문이라거나 과거에도 실적이 좋을때는 순자산가치의 2배 정도에 거래된 적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좀 이상하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이렇게 실적이 들쭉날쭉한 회사의 기업가치는 저평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2~3조원의 이익이 예상되는 HMM의 시가총액은 11조원입니다. 반면 올해 1분기에 3700억원의 영억이익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은 시가총액이 23조원입니다. 이익의 변동성이 큰 회사의 기업가치는 낮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다른 산업들도 비슷하지 않나요? :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들인 반도체 조선 건설 화학 철강 등은 대부분 LG생활건강같이 실적이 안정적인 회사가 아니라 HMM처럼 이익의 변동성이 큰 산업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내수 중심이 아니라 수출 중심이라서 미국 유럽 등 외국의 경기 변동에 따라서 경기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은 내국인을 상대하는 식당에 비해 바쁜 시간과 한가한 시간의 노동강도나 매출 차이가 매우 큰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편인 것도 이렇게 이익의 안정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저 끌려다닐 수 밖에 없나요? : 세계 경기의 변동에 따라 기업 실적이 들쭉날쭉인 기업은 CEO의 성과를 평가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CEO가 잘해서 좋아진 실적인지 경기가 좋아서 좋아진 실적인지 구별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전문경영인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영향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이 좋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너 경영이 힘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 ‘하늘이 도울 것이라고 믿고’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해서 성공하면 큰 돈을 벌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머리를 써도 실적이 나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그 회사의 오너가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는 갈색머리가 유행일 것 같으니 갈색 염색약을 밀자는 결정은 예측이 보다 쉽기도 하고 그 결과에 따른 실적 변동도 크지 않으니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습니다. 반면 5년후에는 컨테이너 시황이 좋을 것 같으니 컨테이너선을 대량으로 주문하자는 위험한 결정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내릴 수 없습니다. 그러다 회사가 망하면 전문경영인은 책임질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 풀기 중단한 선진국이 나타났다
오늘의 이슈

캐나다가 선진국(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 주요국)들 가운데서는 가장 처음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미국 유럽 일본은 모두 금리를 제로까지 낮추고 시중에 현금을 계속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캐나다는 이들과 똑같히 하다가 이달부터 그 정책을 거두고 현금을 푸는 양을 처음으로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걸 테이퍼링이라고 부릅니다)

시중에 현금을 계속 내보내는 양적완화를 완전히 없애고 나면 잠시 후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캐나다 통화정책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쯤이면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이렇게 제일 먼저 통화정책 변화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받은 고용충격이 꽤 회복됐기 때문입니다.

캐나다가 통화정책의 변화를 시작했다고 미국 등 주요국이 그 뒤를 따를 이유는 없지만, 선진국들 중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구체화되는 나라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캐나다와 비슷하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도 선진국들 가운데서는 비교적 금리 인상이 빠를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초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작 시점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주식, 코인. 더 갈까? 내려갈까? 
오늘의 이슈

요즘 주식시장은 과거와는 달리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물론 작년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다른 경우는 많았지만 소수의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요즘은 서로 다른 의견들이 대체로 비슷한 무게감을 갖습니다. 증시에 대한 기대감과 피로감이 서로 비슷한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어제 하루에도 이런 의견충돌은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몇가지 소개해드리면

미국증시가 더 가느냐 못가느냐의 논란, 

넷플릭스의 실적부진이 일시적이냐 아니냐의 논란,

애플의 혁신이 이제 끝났는지 계속인지에 대한 의견충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가 거품인지 저평가인지에 대한 논쟁 등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공격적 온실가스 감축으로 중국 압박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곧 열릴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 50%이상 감축’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전전임인 오바마 대통령보다도 공격적 목표입니다. (전임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자체를 ‘사기’라며 부인했죠) 외신들은 이 같은 공격적 목표가 중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 소프트뱅크 ‘역대 순이익 신기록!’ :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일본 기업 역사상 가장 높은 순이익 기록을 세울 것 같다는 보도입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대성공을 거둔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2020회계연도에 순이익만 5조엔(약 50조원) 정도를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 재건축, 리모델링 돈 많이 들려나? : 건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창호, 시멘트, 부엌에서 많이 쓰이는 인조석, 강마루 등입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화합물인 PVC의 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PVC는 많은 건자재의 재료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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