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이 모양인데 연준은 왜 안 움직일까

시장이 이 모양인데 연준은 왜 안 움직일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정한 움직임은 <시장은 리스크가 커 보이는데 과거에는 열심히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던 연준이 이번에는 좀처럼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원인입니다.

연준 회의는 다음주 후반인 16일에 있는데 그때까지 연준 관계자들은 어떤 발언도 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에 걸려서 연준은 일주일간 뭘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쉽게 안정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연준은 왜 정책 카드를 선뜻 꺼내들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꽤 설득력 있는 설명 가운데 하나는 연준이 나서는 게 불안감을 더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그 설명은 이렇습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금리 상승이고 금리 상승의 원인은 물가 상승이며 물가 상승의 원인은 경기 회복 가능성입니다.

그런데 연준은 경기가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그런 흐름을 일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뭔가 카드를 꺼내들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기대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오른다 생각하면 정말 오른다: 물가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형성되는 물가상승률 예상치(그걸 기대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입니다. 예를 들어 한해에 물가가 5%는 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월급이 최소한 5%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할 것이고 고용주도 물가가 그정도 오를 걸로 보기 때문에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월급이 올라가고 그게 물가에 반영돼서 물가가 실제로 그만큼 오릅니다.

그래서 물가를 잡으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데 <경기가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던 연준이 갑자기 금리를 내려누르기 위한 정책 카드를 꺼내들면, 경기가 정말 빠르게 회복되는 쪽으로 연준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사람들은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형성된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갑자기 올리게 됩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서서히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흐름이지만 연준의 움직임을 오해하고 실물 경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형성되면 그것이 지속되기도 어렵고 경기에 대한 불안과 혼란만 자극한다는 게 연준의 생각입니다.* 연준이 웬만해서는 정책카드를 꺼내들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입니다.
* 정확히는 그게 연준의 생각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부연하면 연준이 말하는 <아직 멀었다>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경기가 좋아지고 있으나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입니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좋아지고는 있으니 장기금리를 억지로 누르는 정책까지 펼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금리가 더 많이 오르면 그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니 개입할 수 밖에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금리상승은 용인할만하며 그냥 놔둬도 금리가 빠르게 계속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연준의 생각입니다. (고용상황이 아직 뜨겁지 않으니)

섣불리 개입을 해서 장기 금리를 낮추면 연준이 경기를 부양한다는 인상보다는 경기가 급격히 좋아지는 걸 억누른다는 인상을 주고 그게 정말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는구나 하는 기대감과 증시의 불안감을 더 증대시킵니다. 그러면 그런 것들이 괜한 혼란과 노이즈라는 것입니다.

달러 값이 갑자기 오른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올해 초 1090원이던 달러∙원 환율이 서서히 올라서 어제는 1141원까지 올랐습니다.

환율은 사람으로 치면 몸무게와 비슷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므로 두어 달 사이에 환율이 5%가량 오른 것은 꽤 이례적인 움직임입니다. 특히 최근 2주간 달러∙원 환율은 무려 30원이 상승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아야 달러 오른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는 그것을 반영해서 미국의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바람에 투자자금들이 미국으로 쏠리는 것 등이 달러화 강세의 배경으로 설명됩니다.

요즘은 제조업 국가들의 경기가 회복 중: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풀고 있고(이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요인입니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의 제조업 경기가 슬슬 회복되고 있는 것은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를 막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흐름도 아직 변화를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외 주식가격이 하락해서 주식을 팔고 되돌아오려는 수요가 생기면 달러가치는 하락(원화 가격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증시엔 악재: 달러∙원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고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오르더라도 원화 자체의 가치가 하락해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주식 투자를 꺼립니다.

환율 상승세가 잦아들면 환율 상승기 동안 낮아진 원화가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저가 메리트가 되기도 합니다만 환율 상승 흐름이 지속될 때는 외국인들의 투자가 소극적이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쿠팡∙배민도 뛰어든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는 요즘 유통 업계의 핵심 전략입니다. TV 방송으로만 가능했던 홈쇼핑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 진행하는 셈인데요. 지난해 이 시장의 규모는 3조원에 달했고, 내후년엔 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시장의 강자는 네이버와카카오인데요. 신세계와 롯데 등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도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 중입니다. 신흥강자인 쿠팡과 배달의민족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입니다.

🇯🇵 서비스업으로 변신하는 일본 전자기업들: 일본 파나소닉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블루욘더를 약 7000억엔(약 7조3087억원)에 인수합니다. 블루욘더는 인공지능(AI)으로 제품의 수요와 납기를 예측하고 공급망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인데요. 파나소닉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제조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서비스업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이익률이 서비스업에 비해 낮기 때문입니다. 2008년까지만 해도 파나소닉보다 기업가치가 낮았던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고, 현재는 소니의 시총이 파나소닉의 4배가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