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리더에게 달려있지 않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김태규의 HR 나우

리더십은 리더에게 달려있지 않다

🙎‍♂️  오래된 고민: 훌륭한 리더는 어떻게 탄생되는가 : 경영학에서 답을 찾기 위해 긴 시간 노력해 온 질문입니다. 그 결과 많은 이론이 나왔죠. 크게 성격 및 자질이론, 행동이론, 상황이론, 복합이론 등이 있습니다.

리더십 이론의 초창기에는 ‘리더는 특정한 자질과 성격을 가진 채 태어난다’라고 믿었습니다. 리더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회, 경제적 지위라는 겁니다. 리더도 세습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불과 100여년 전의 리더십에 대한 인식입니다. 이를 ‘성격 및 자질이론’이라고 합니다. 물론 소수의 학자들은 여전히 부분적으로는 리더십과 성격을 연관 짓기도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반적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지위 세습에 대한 반감도 더해지면서 자질 이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습니다.

그 무렵 대두된 것이 ‘행동 이론’으로, ‘리더는 특정한 행동패턴을 보인다’는 이론입니다. 당시의 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지적한 효과적인 리더의 행동 패턴은 배려와 추진력입니다. 그런데 배려와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리더는 이론으로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 학계에서의 힘을 잃게 됩니다.

‘상황 이론’은 행동 이론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현실적으로 리더 개개인은 배려 혹은 추진력 중 하나에 강점을 보이는 데,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 개인의 강점과 그가 처한 상황적 특성이 잘 합치가 돼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리더의 자질, 행동,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복합이론이 주류입니다. 익히 들어보셨을 변혁적 리더십, 카리스마 리더십, Level 5 리더십, Servant 리더십 등등이 그 예입니다.

🏢 리더십에서 중요한 건 리더 뿐만이 아니다 : 말씀드린 이론에서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모든 리더십 이론이 ‘리더’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리더십 이론이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리더십이란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에 대한 것이죠. 리더 개개인의 성향이나 행동, 상황도 중요하지만 팔로워 개개인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리더가 아닌 리더와 팔로워의 쌍방향 관계 (Dyadic Relationshp) 로 리더십의 초점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강력한 근거는 팔로워들이 저마다의 성향, 관심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팔로워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것(Interest)이 모두 다릅니다. 그 다양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죠. 과거의 직장은 내가 공헌한 만큼 보상받는 경제적 거래의 장소 개념이었을 뿐이지만 연간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진 지금은 경제적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자아실현, 자기개발 등 다양한 이유로 직업을 선택합니다.

저희 학교의 노조 위원장 및 간부를 대상으로 1년 짜리 프로그램의 주임 교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제 노조 조직화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조합원 각각이 추구하는 것이 너무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졌다는 거죠. 저희 학교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요청을 정리해서 사측에 요구사항으로 전달한 항목이 97개에 이르며, 우선 순위조차 매길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 1대 N이 아니라, 1대 1의 반복으로 : 경제적 그리고 비경제적 요인의 몇 가지 조합으로는 팔로워를 동기부여 시킬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과거처럼 조직이 리더를 중심으로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리더와 팔로워, 팔로워와 팔로워 간 다양한 충돌을 경험하는 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1명의 리더와 N명의 팔로워가 있을 때, 과거에는 1대 N의 리더십이었다면 이제는 팔로워의 다양한 인식과 추구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1대 1을 다양한 형태로 N번 반복하는 리더십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리더의 역할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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