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자는 더 부자 되게 돕는다

코로나가 부자는 더 부자 되게 돕는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러온 여러가지 골칫거리 중에 꽤 중요하면서도 심각한 것은 ‘빈부 격차의 확대’입니다. 이건 개인의 영역에서도 기업의 영역에서도 심지어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거의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를 몇 가지 보죠.

1. 중앙은행이 돈을 열심히 풀어서 위기를 막았는데 그 결과 그 돈의 상당부분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갔고 그래서 대형IT업체들의 주가를 올렸다.

2. 코로나19 이전부터도 그래왔던 일이긴 하지만 아마존과 구글 등의 승자독식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3. 일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급여 차이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과 한국에서도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

4.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들의 대응력 차이로 인해 국가들 간의 부의 격차도 더 커진다.

5.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부의 증가폭이 더 커지고 있고 빈곤층 인구는 더 늘었다.

코로나19가 왜 양극화를 더 키우나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부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계속되어 오던 일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식당이나 가게 등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일자리에 더 큰 타격을 줬습니다. 고소득 일자리는 대개 혼자 일하고 그 일의 결과를 조직 안에서 공유하면 되는 것이어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지만 저소득층 일자리는 육체 노동을 직접 제공해야 하는 것들이어서 재택근무도 어렵습니다.

기업들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기업들(A)의 매출과 이익은 올라가고 고객과 직접 만나야 하는 기업들(B)은 매출이 줄었습니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B 업종은 고객의 지리적 위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도 다양하고 파편적입니다(예를 들어 강원도 횡성의 인테리어 업체와 경기도 광주의 인테리어 업체는 서로 경쟁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객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A업종은 극소수의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합니다. (검색 서비스는 전 세계에 하나의 서비스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이 업종이 흥할수록 소수의 기업들이 돈을 더 버는 이유입니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양극화가 줄어들까요: 정부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돈을 계속 푸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고 이상하게 계속 부자들만 더 부자가 된다는 게 현재의 고민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1000만원씩 나눠주면 그들은 그 돈으로 빙그레 우유나 LG TV나 삼성 휴대폰이나 현대 자동차를 삽니다. 누구나 소비하는 그 품목들을 그들도 소비하니까요. 결국 6개월쯤 뒤에 그 돈은 빙그레, LG, 삼성, 현대의 금고로 들어가게 됩니다.

비슷한 사례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에서도 관찰됩니다.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주면 그 중소기업은 그 지원금에 힘입어 더 저렴한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월 100만원씩 주면 중소기업은 월 300만원을 줘야 하던 직원에게 월 200만원만 쓰면 됩니다. 그러면 그렇게 낮아진 인건비를 원가절감에 투입해서 개당 500원에 납품하던 부품을 470원에 납품할 수 있게 됩니다. 대기업은 개당 30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게 되는데 그 돈은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지원한 월 100만원에서 나온 돈입니다.

시중에 돈을 풀면 풀수록 정부가 지원을 하면 할 수록 좋은 제품이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회사의 금고로 그 돈이 쌓입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왜 자꾸 대기업으로만 흐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계층들이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제품을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는 구글이나 네이버로는 검색하지 말라고 하는 게 가능할까요.) 코로나가 사라져도 양극화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중의 통화량을 늘리면서 양극화는 줄어들기를 바라는 건 모순입니다. 정부가 고소득층이나 부유층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겨서 그 돈을 저소득층에게 뿌리더라도 그 돈은 결국 다시 고소득층에게 갑니다. 고소득층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상품에 기꺼이 돈을 쓰도록 유혹하는 기술이 뛰어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번 돈을 다시 세금으로 걷어서 쓰면 좋은데 번 돈을 100% 세금으로 걷는 건 조세저항 때문이건 조세 과잉에 따른 사업 포기 때문이건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푼 돈은 거의 대부분 대기업이나 고소득자들에게 가지만 그들이 번 돈의 일부만 세금으로 거둘 수 있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면 자산은 계속 한쪽으로 쌓이게 됩니다(그들이 갖게 된 필요 이상의 여유자금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 저금리입니다. 여윳돈을 빌려주려는 계층과 그들이 가진 돈의 양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국가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나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부가 돈을 시중에 푸는> 방법뿐입니다. 그 돈이 결국은 돈 버는 기술(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걸 제공하는 기술)이 뛰어난 대기업, 고소득자, 부유층들에게 가게 되지만 그것이 소비활동의 본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근로자들이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경제 마비 상황에서는 정부가 고용주 대신 돈을 뿌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시중에 푸는> 능력과 용량이 나라마다 다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어서 돈을 얼마든지 찍어서 쓸 수 있고 중국은 외환시장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돈을 찍어서 쓰는게 가능합니다. 일본과 유럽 등 준기축통화 국가들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정부에게 주고 정부가 그 돈을 쓰는 게 가능합니다. 그렇게 돈을 찍어내더라도 당장 그 돈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국가들, 특히 경제구조가 취약한 신흥국들은 정부가 돈을 함부로 찍어서 쓰면 그 통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위기에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돈을 풀 수 있느냐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풀지 못하는 나라는 더 어려워지고 더 가난해집니다.

이건 마치 재벌가 2세가 친구들에게 돈을 마구 빌려서 쓰는 건 괜찮기도 하고 친구들도 계속 돈을 빌려주지만 가난한 이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생각해보면 준기축통화국들은 조상들이 열심히 살았던 덕에 후손들이 좀 여유로운 재정정책을 쓸 수 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넘치는 현금에 급등한 비트코인 가격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비트코인 가격이 요즘 계속 오르면서 2018년 이후 최고 가격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처음 등장할 때는 새로운 거래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금이나 토지 등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거래 수단이 되는 것은 여러 이유로 어렵지만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가능합니다. 물론 비트코인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사람들이 가치저장 기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금이나 부동산처럼 시장에 자리잡고 거래되는 게 가능합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하는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풀려나온 유동성이 어떤 자산으로 이동해서 가격을 흔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원자재나 주택 등 가격이 오를 경우 실수요자들이 힘들어지는 재화들보다는 비트코인같이 실수요와 무관한 가상의 자산에 유동성이 몰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은행보다 싼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

새로운 사실: 일부 보험사들이 시중은행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이유는 보험회사들이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출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받은 보험료를 은행 예금이자보다 더 높은 예정이율로 굴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이 1.5%라면 보험회사들은 2.0% 이상의 수익률로 고객의 자금을 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은행 예금이자 정도의 수익률로 고객의 자금을 굴린다면 고객들은 저축성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보험회사는 매월 납입금의 10% 안팎을 수수료로 떼어 간 후에 남는 돈을 굴리기 때문에 은행예금보다 수익률이 꽤 높아야 고객들이 보험사에 돈을 넣은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자금을 주택담보대출로 굴리기도 합니다. 연 2.5% 안팎의 대출금리는 보험사들이 돈을 굴리기에 나쁘지는 않은 금리 수준입니다. 국고채 3년물 이자율이 1%가 안 되는 상황이어서 연 2%가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낮은 위험에 비해 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투자대상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카카오·토스의 증권 서비스는 다를까: 카카오와 토스는 모두 증권업에 진출했지만, 두 회사의 사업모델은 다릅니다. 카카오페이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잔돈을 펀드에 투자해주는 ‘동전모으기’와 ‘알모으기’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토스증권은 미국의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처럼 직접투자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토스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세 꺾인 해외주식 직구: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이 큽니다. 이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액수도 줄고 있습니다. 10월 들어 미국 주식 매수가액은 51억8300만달러(약 5조8540억원)를 기록 중인데요. 지난달에 비하면 반 이상 줄어든 수준입니다. 이달 말까지 같은 속도로 자금이 유입된다면 미국 주식 매수가액은 지난 6월(88억4100만달러)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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