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가 외면 받는 이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펀드 투자가 외면 받는 이유

새로운 사실: 요즘 주식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인, 외국인, 기관 가운데 유독 기관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관들은 연기금을 제외하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주식을 계속 파는 건 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공모 펀드에 넣어둔 돈은 지난해 말 45조원에서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40조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기 시작하니 펀드는 보유 종목을 팔 수밖에 없고 그러면 보유종목의 주가는 내려가고 펀드의 수익률은 낮아지는 악순환도 나타납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서 개인들이 직접 투자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똑똑해진 개미들: 펀드 등 간접투자는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예측 대응이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판단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SNS 등 다양한 정보 습득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늘어나고 직접 투자의 불리함이 해소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참고할 만한 각종 투자 정보들이 늘어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여론에 영향을 줄만한 전문가들이 언론을 통해 인용되는 소수의 전문가들 뿐이어서 이들이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해석을 내놓으면 시장에서도 정부의 정책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되며 부동산 가격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제도권 전문가들보다 더 영향력이 큰 다양한 개인들이 저마다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겁을 주거나 용기를 주는 게 거의 전부인 심리전입니다. 당장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데 그 수요는 심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시장: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수익률이 다른 종목들에 비해 압도적인 것도 펀드의 몰락을 재촉하는 요인입니다. 투자 경력이 길지 않은 개인들의 투자는 일부 유명한 종목들로 쏠리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니 그런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오히려 더 높아지고 개인들의 직접 투자 수익률이 펀드의 수익률을 압도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여러 산업들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다른 종목들의 실적은 저조한 반면 개인들이 잘 아는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개인들의 투자 수익률을 높인 비결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펀드의 수수료 모델도 불신의 원인: 펀드를 운용하거나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는 펀드에 넣은 돈의 1~2%를 매년 가져갑니다. 그게 운용사나 판매사의 수익모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번 수익이 아니라 ‘펀드에 넣은 돈’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것입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수익률이 나빠도 좋아도 일정한 돈을 가져갑니다.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은행 증권사 등)들도 펀드의 투자수익률과는 무관하게 판매수익을 가져갑니다. 고객이 수익을 거둘 만한 좋은 펀드를 팔기보다는 아무 펀드나 많이 팔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들도 고객이 손실을 입어도 수익이 일정한 구조라서(손실이 아주 많이 나면 펀드를 환매하는 고객이 많아져서 수입이 줄어들기는 합니다) 열심히 펀드를 굴릴 유인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자산운용사들이 본인들이 굴리는 펀드의 수익률을 일부러 떨어뜨리지는 않겠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경을 쓸 유인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펀드들이 생기는 이유는 그래도 운용수수료를 일정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는 펀드에 돈을 맡긴 고객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합리적인 고객이라면 이런 수익구조를 가진 대리인에게 돈을 맡기기 어렵습니다.

오늘의 이슈

내년 수도권 입주물량 확 준다

새로운 사실: 매년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 중에 실제로 입주물량으로 나오는 규모는 4만가구 안팎입니다. 지난해에는 4만4000가구, 올해는 4만8000가구입니다만 내년에는 이 물량이 2만5000가구로 줄어듭니다.

참고로 경기도의 입주물량도 작년에는 14만가구, 올해는 12만가구, 내년에는 약 9만가구로 줄어듭니다.

아파트는 착공 후 입주까지 약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입주물량이 줄어든다는 건 2~3년 전에 착공된 물량이 과거보다 적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에서 아파트가 새로 공급되려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한 방법이 유일하므로 그 전에 재건축 또는 재개발의 진행이 차질을 빚었거나 진행이 잘 안 됐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4년 전이면 부동산 가격이 좋지 않을 때여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4~5년 후의 아파트 가격을 예측하고 진행해야 되는 일이어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일치되기 어려운 작업입니다. 거기에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의 정책변수가 더해지면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는 일단 보류하고 관망하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집값보단 전셋값에 더 영향 미친다: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변수는 집값보다 전∙월세 가격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줍니다. 새 아파트가 지어지고 입주를 시작하면 빈집으로 두기는 어렵기 때문에 낮은 전세가로도 세입자를 구하려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물량이 예년보다 줄어들면 전반적으로 전세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내년에도 수도권 전세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임대차3법 등 전세 가격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하필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시기와 맞물리면 정책의 부작용이 더 도드라질 우려도 큽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미국 대선 전까지 증시 출렁인다: 미국 증시에선 대선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12월까지 대선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선물∙옵션 파생상품 시장에서 그 단서를 찾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옵션 시장은 선거인단 선거 바로 다음날인 11월 4일 S&P 500지수가 2.8% 출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BBQ 2대 주주에 인수된 노랑통닭: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이 국내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 코스톤아시아에 인수됩니다. 노랑통닭의 몸값은 약 700억원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2대 주주여서 시장에선 두 브랜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2의 테슬라는 사기?: 수소자동차계의 테슬라로 각광 받던 니콜라의 사기 의혹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하나도 만들지 못한 이 회사는 시연 차량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으며, 수소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결국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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