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를 폭망시킨 창업자, 재기할 수 있을까? 

위워크를 폭망시킨 창업자, 재기할 수 있을까?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위워크, 파산보호신청: 공유경제의 화려한 아이콘이었던 위워크가 6일(현지 시각)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습니다. 이른바 ‘챕터 11’이라고 불리는 파산보호신청은, 어떤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이를 해결해가며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법으로 만들어 놓은 절차를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챕터 11 절차에 돌입하면, 해당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하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위워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파산보호신청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빌딩 장기 임차에 따른 부채만 무려 16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릅니다. 연간 임차료와 이자 비용은 27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연 매출의 80%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다른 비용들까지 생각하면, 절대 흑자를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 세부적인 내용은 다양한 관련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파산 이유는?: 위워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로는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우선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2) 그럼에도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 39개국에 850여 개 지점을 운영(현재는 약 700개)할 정도로 무리하게 확장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3)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사무실 임대 수요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창업자의 기이한 행보도 사업 악화에 영향: 여기에 더해 창업자이자 CEO로 위워크의 확장을 이끌다 2019년 9월 사임한 애덤 뉴먼도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기행적이라고 할 정도로 정상적이지 않은 경영을 해온 애덤 뉴먼의 이야기는, 심지어 애플의 OTT 서비스인 애플TV+에서 <우린 폭망했다(WeCrashed)>(관련 내용) 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이게 설마 사실이겠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덤 뉴먼의 다양한 만행들이 등장합니다. 개인 소유 건물들을 회사에 임대하여 임대소득을 올리고, 회사 이름을 변경하면서 자신이 그 이름에 대한 로열티를 받았습니다. 또 회삿돈으로 다양한 부동산들을 매입해 호화로운 생황을 이어갔죠. 경영 부실이 한창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임 압박을 받았을 때도 대표이사 자리를 떠나지 않으려 하기도 했습니다.

위워크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물린 소프트뱅크는, 상황이 악화되자 애덤 뉴먼과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소프트뱅크가 약 4억8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애덤 뉴먼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퇴임 이후 4년간 막대한 자문료도 지급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위워크에 총 22조원을 물린 손정의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사업 시작한 애덤 뉴먼: 그 뒤 몇 년간 절치부심하던 애덤 뉴먼은 재기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주택 임대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파트를 공유하고 임대하는 플로우(Flow)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본인이 미국 몇 개 도시에 구입한 약 3000개의 아파트를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8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투자자인 안드르센 호로위츠의 벤처 캐피털 회사 a16z가 플로우에 무려 3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악명 높은 애덤 뉴먼이 창업했고 아직 공식 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인데, 막대한 자금이 투자돼 바로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에 업계가 크게 술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유니콘 기업: 기업 가치가 10억달러(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르는 말

위워크 폭망의 직접적 원흉으로 지목받는 애덤 뉴먼의 이러한 재기 시도가 성공할 것인지는, 플로우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어봐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즈음엔 위워크가 회생 가능성도 어느정도 결정날 것으로 보이는데, 현 시점에서는 매우 회의적인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소프트 뱅크와 손정의 회장의 심정이 매우 착잡할 것이 분명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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