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매도 금지의 ‘진짜’ 우려는?

이번 공매도 금지의 ‘진짜’ 우려는?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공매도 전격 금지… 시장은 오락가락: 지난 5일 저녁,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시행 첫 날이었던 이번 월요일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7%, 7.3% 급등했고요. 이 급등 현상을 진정시키려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둘째날인 화요일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장중 낙폭이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겁니다. 물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2.3%, 1.8%씩밖에 빠지지 않았기에 상승분보단 덜 하락하긴 했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 발표 이후,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으로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의미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매도 금지하면 주가 변동성 오히려 더 커진다?: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던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발표 현장의 기자들에게선 “불법 공매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 아니냐?” “해외에선 공매도 금지 사례가 없는데 우리만 꼭 해야하는 이유가 있냐?” 등의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공매도 금지 때문에 오히려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왜 변동성 확대가 공매도 금지의 이유가 될 수 있느냐?”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의 ‘공매도 규제 효과 분석’이란 보고서를 살펴보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 경우엔 거래 회전율이 하락하고, 호가 스프레드가 감소하는 등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번 공매도 금지 후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죠.

금융위원장은 이틀간 주식 시장이 급변동한 데 대해 “공매도 (금지)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번 조치 때문만은 아니란 뜻이었겠지만 공매도 금지가 영향을 주기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공매도 금지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도 살펴볼까요?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습니다. 별로 평이 좋지 않았던 건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핵심만 말하면 <명분이 너무 약하고,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고 도로 자체를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비유가 적절한데요.

우려를 구체화하면 크게 3가지입니다.

1) 숏커버링*이 다 끝나면 또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2) 외국인의 한국 정부 정책 신뢰도가 약해지며, 한국 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

3)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해지면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이 점점 더 어려울 수 있단 우려

📌숏커버링: 공매도, 즉 빌려서 판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그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를 의미

정말로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난다거나, MSCI 선진 지수 편입이 어려워졌단 전망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해진다는 지적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지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코스피라는 주식 시장의 삼성전자라는 주식이 거래된다는 건 모든 투자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을 맞추는 사람에게는 상금을 주겠다”라고 말한 게임과 같습니다. 이 게임이 잘 돌아간다는 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리고 공정한 게임이 되기 위해선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싸다고 생각하면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비싸다고 생각하면 주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공매도 금지는 분명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반대 예시도 들 수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어려운 문제를 주고 학생들에게 토론을 통해 정답을 도출해보라고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게 뭘까요? 바로 학생들이 공정하고 질서있게 토론하고, 가장 논리적인 이야기를 한 친구의 의견을 정답으로 제출하게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목소리가 크거나 싸움을 잘하는 아이가 우기는 주장이 정답으로 제출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를 불법적 공매도 사례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공매도 금지로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은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불법적 공매도 세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경우에도 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전망이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기왕 뽑힌 칼이니 앞으로 다신 공매도와 관련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단 이야기가 나오지 않길 응원하며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