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줄 때 정한 위약금, 법적 효력은?

돈 빌려줄 때 정한 위약금, 법적 효력은?
이진혁의 Law&work 나우

법률사무소 여암의 변호사입니다. 사법시험 합격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위약금이란: 위약금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계약을 맺을 때 당사자들이 미리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특정 액수로 정한 금액을 바로 위약금이라고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주택 등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맺을 때 주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하곤 합니다. 효과적으로 계약 위반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추후 혹시라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손해액을 일일이 특정해야 하는 수고 역시 덜 수 있습니다.

돈 빌려줄 때도 위약금 정한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계약에서는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이처럼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계약을 대여 계약이라고 하고 채무자가 원금을 갚아야 하는 시기를 변제기라고 합니다. 이런 대여 계약에서는 변제기에 원금을 갚지 않는 계약 위반에 대비해 구체적인 액수의 위약금을 정해두기보다, 변제기 이후의 이자율을 변제기 전보다 높게 정하는 게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드물긴 하지만, 대여 계약에서도 변제기까지 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특정 액수를 위약금으로 지급하라고 약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변제기 이후 지연 이자율을 정하게 되면 아무리 높게 정하더라도 이자제한법상 연 20%라는 상한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변제기가 며칠 지나더라도 지연이자 액수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무슨 일이 있어도 변제기에 돈을 돌려받길 원하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지연이자율을 높게 정하는 것이 큰 실효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변제기까지 원금을 갚지 않으면 위약금을 원금 상당으로 한다”고 약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만 지나도 원금의 두 배를 갚아야 하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약금을 정하는 것은 변제기까지 원금을 상환하도록 실효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법적 효력도 있을까?: 그렇다면 대여 계약에서 위와 같이 위약금으로 미리 구체적인 액수를 정했을 때 법적 효력은 있을까요? 이에 대해 최근 수원고등법원은 대여 계약에서 위약금을 미리 정해두는 것 자체는 유효하지만, 이자제한법이 정한 이자율의 한도를 초과한 위약금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위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건 개요 

– A는 B에게 2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율은 연 24%(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한도)로 정했습니다.

– B가 변제기까지 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 A에게 별도로 위약금 4억원을 지급한다는 조항도 넣었습니다.

– B는 A에게 변제기까지의 이자는 지급했지만, 원금을 상환하지는 못했습니다.

– 이에 A는 B에게 6억원(원금 2억원과 위약금 4억원)과 원금 2억원에 대한 지연이자(다 갚는 날까지 연 24%의 이자 적용)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A와 B가 체결한 위약금 4억원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고, A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수원고등법원은 설령 위약금을 정했더라도 이자제한법상 최고한도로 제한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A가 제때 대여금을 변제받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는 “그 대여금을 정상적으로 돌려받았을 때 다시 대여해 줘서 얻게 되는 이자 상당액”으로 제한되는 것이 맞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설사 A가 제때 대여금을 받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있으므로, 투자 수익이 반드시 실현될 수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1나14645판결).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전제하에, B는 A에게 1️⃣ 2억원  2️⃣ 변제기부터 다 갚는 날까지 2억원에 대한 연 24%의 이자(4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만을 지급하도록 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이미 이자율이 이자제한법상 최고한도로 정해진 이상, 위약금 4억원은 실질적으로 전부 무효라고 판단된 것입니다.

물론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변제기까지 원금을 돌려받고자 하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채무자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악용해 지나치게 고액의 이자율을 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자제한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위 항소심 판결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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