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은 왜 3.5조원 매머드 합병을 택했을까

💰 셀트리온은 왜 3.5조원 매머드 합병을 택했을까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가시화된 셀트리온 계열사 간 합병: 대한민국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대표 기업인 셀트리온 그룹은 지난 17일, 코스피 상장 기업 셀트리온과 코스닥 등록 기업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절차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온 사안이긴 합니다만, 예상보단 느리게 진행되다 드디어 가시화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관련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도 크게 관심을 보이는 중입니다(🔗관련 기사).

셀트리온 그룹 계열사 간 합병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이른바 분식 회계 및 지배 구조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사안입니다. 2012년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셀트리온은 약 3500억원의 매출 중 약 95%를 서정진 회장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였던 당시 비상장사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창출하는 다소 기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셀트리온의 기형적 사업 구조: 게다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렇게 구매한 제품들을 대부분 판매하지 못하고 재고로 쌓아 두고 있었습니다. 2012년 셀트리온에서 구매한 금액이 약 3300억원에 이르렀지만, 매출은 고작 338억원에 불과해 나머지는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몇년간 쌓인 재고 금액이 2012년말 기준 무려 6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습니다.

터져나온 분식 회계 의혹: 이런 상황은 당연히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셀트리온은 3502억원의 매출과 19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는데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연결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만들어진 가공의 매출과 이익일 수 있다는 ‘분식’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때문에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셀트리온은 코스닥 기업 중 공매도가 가장 많은 기업이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그 뒤로 서정진 회장의 시세 조종 의혹, 일감 몰아주기 의혹, 외국계 기업으로의 매각 추진 등 일련의 복잡한 사건들을 거치며 셀트리온 그룹 사업 구조 및 지배 구조의 개편 필요성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2015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상장한 후 셀트리온과 합병하면서 지주회사 체계로 변환해 분식 논란의 원천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 공식화됐습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본격적인 코스닥 등록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분식 논란이 다시 제기돼, 한국공인회계사회 주도의 정밀 감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다행히 그 결과 경미한 징계 사안 정도로 마무리 됐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7년 7월 코스닥 등록에 성공합니다(🔗관련 기사). 하지만 양사의 합병은 바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분식 회계 논란이 또다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주요 3 관계사 모두 합병 고려”:  금감원의 감리가 한창 진행되던 2019년 초, 셀트리온 그룹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하는 셀트리온제약까지 주요 관계사 3개를 모두 합병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주주들의 동의를 전제로, 그룹의 지배 구조를 명확화하고 분식 회계 논란을 완벽히 잠재울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죠.

하지만 금감원 감리가 지속되는 중에 펜데믹 등 외부 환경도 급변하면서, 그런 합병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습니다. 결과에 따라 거래 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금감원의 감리는 지난해 초 ‘중과실은 맞지만 고의는 아니다’고 최종적인 결론이 났습니다(🔗관련 기사). 10여년을 끌던 논란이 진짜로 마무리 된 것입니다.

이번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우선 합병 후, 셀트리온제약과의 추가 합병이라는 순차적인 계획이 가시화된 것은 이 일련의 복잡한 사안들이 마무리된 결과였던 것입니다. 과연 3사의 합병이 무난하게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마무리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를 통해 탄생할 매출 3.5조원의 거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