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미국 경제 성장을 걱정해야 할 이유?

🇺🇸 이제 미국 경제 성장을 걱정해야 할 이유?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 : 먼 훗날 2023년의 금융시장을 기억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를 뽑는다면, 아마도 연준의 금리 결정보다는 AI와 초전도체 등 과거에 보지 못했던 과학기술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기술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세계화를 통해 성장 이뤄온 미국 :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성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 그동안 미국은 ‘세계화’와 ‘부채’를 활용해 왔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진했던 성장 전략은 팍스아메리카나 혹은 브레튼우즈체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 전략을 쉽게 말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그동안 식민 지배를 받던 많은 나라들에 “너희들이 물건을 싸게 만들 수만 있다면 내가 사줄 테니, 자유롭게 무역을 하자”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물건과 돈이 오가면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를 통해 물건을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저물가’가 가능해졌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엔 부채 활용한 성장 시도 :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미국이 주도했던 세계화는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만든 아주 중요한 성장동력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화라는 성장 동력이 꺼지기 전에 남겨둔 유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물가입니다. 세계화는 마치 전 세계에서 물건을 가장 싸게 만드는 국가나 기업을 찾는 것과 같았는데요. 결국 세계화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저물가가 고착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저물가 때문에 QE(Quantitative Easing·양적완화), 쉽게 말해 돈 풀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양적완화는 통화량의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곧 물가 상승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만약 세계화의 유산인 저물가가 아니었다면, 돈 풀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저물가는 QE의 라이선스와도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죠.

한편 QE가 가능해지면서 미국은 부채를 활용한 성장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부채를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갚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요. 이때 필요한 것도 결국 ‘성장’입니다. 성장이 전제돼야 만 부채를 갚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테니까요.

최근 정부 부채 급증하며 이자도 수직상승 : 그런데 최근 미국의 부채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2011년 부채한도가 이슈였을 때  18조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얼마 전 33조달러를 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금리 역시 4%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 이에 미국이 연간으로 내야 하는 이자만 1조달러를 넘겼다는 이야기는 다들 한 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2011년과 비교하면 원금도 금리도 2배씩 증가한 셈이니, 내야 하는 이자가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미국 정부가 내야 하는 이자는 정말 말 그대로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본주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성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래 상대방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거래가 되지도 않겠죠. 그런데 우리가 주변에 돈을 빌려줄 때를 생각해 보면 상대방을 믿기 때문에 빌려주기도 하지만, 위협을 당할 때도 빌려주긴 합니다. 얼마 전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미국의 반응을 보면, 후자의 경우가 떠오르곤 하는데요.

JP모건의 다이먼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미국(AA)보다 높은 AAA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나라들은 미국의 군사 시스템 때문에 먹고 사는 나라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물론 미국이 협박해서 돈을 뺏어간다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동안 성장 이끈 세계화·부채 모두 문제 봉착 : 자 여기까지 설명하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자본주의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화와 부채를 통해서 성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문제에 봉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자유로운 무역을 추구했던 미국은 이제는 동맹국 간의 교역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부채의 문제는 ‘저렇게 해도 되나’라는 걱정이 들 정도이고 말이죠. 자본주의를 지탱해 줄 성장에 구조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요.

이때 등장하는 것이 과학 기술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과학 혁명이 자본주의의 ‘엔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실제로 과학 혁명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계속된 성장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ChatGPT, AI, 초전도체와 같은 과학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