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겨루던 미·중, 누가 ‘진짜’ 이기고 있나? 

💪 힘겨루던 미·중, 누가 ‘진짜’ 이기고 있나?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지옥 같은 일을 했다” : 지난 6월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만났습니다. 현직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을 만난 건 2018년 폼페이오 이후 5년 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미·중 관계의 정상화를 논의했습니다. 회담 종료 후 시진핑은 “아주 좋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렸고, 바이든 역시 중국에 방문한 블링컨 장관에게 “지옥 같은 일을 하고 왔다”고 했습니다. ‘지옥 같은 일’은 원문으로 ‘hell of a job’이란 관용어인데 ‘아주 엄청난 일’로 해석됩니다.

최근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적인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긴급히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 만남은 당장 최악의 상황을 걱정할 필욘 없다는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양한 회담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오늘은 중국의 경제 상황 점검을 통해 회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미국 국무부(좌)·CNN 유튜브 영상 캡처(우)

특이했던 사진 한 장 : 이번 회담을 소개하는 공개 사진엔 마치 시진핑이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사진이 이슈가 된 이유는 5년 전 폼페이오와의 회담 때와 극명한 대비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국무장관(권력 승계 서열 4위)와의 만남에서 이런 식의 자리 배치는 이례적이기도 했고요. 사진을 통해 느껴지는 건 ‘미국이 중국에게 큰 양보를 했나보다’ ‘시진핑이 역시 대단하구나’ 정도인데요. 사실 최근 중국의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진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미국의 상황을 점검해보면 : 우선 올해 초부터 미국에선 정신 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3월에는 실리콘밸리 SVB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났죠. 뱅크런이 21세기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란 교훈을 남겼습니다. 5월에는 미국의 부채 한도 이슈가 부각되면서 미국 국채 신뢰에 다시 한 번 금이 가는 듯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이 지나가면서 미국은 오히려 더 큰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일례로 SVB 은행 사태가 조기에 진정됐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물론 이 사태 이후에도 지역은행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연준에서 발표한 새로운 대출(BTFP) 영향으로 진정이 빠르게 됐다는 평이 나왔죠.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두고 더 많은 고민을 하기도 전에 너무 빨리 진정된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부채 한도 이야기를 해볼까요? 부채 한도가 문제가 된다는 건 ‘미국 국채가 최악의 상황에는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채 한도가 이슈가 되는 구간에도 미국 국채를 향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는 꾸준했습니다.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그래도 미국 채권”이라고 했던 거죠. 사실 따지고 보면 부채 한도란 것을 정하고 관리하는 나라도 미국밖에 없긴 합니다.

중국의 상황을 알려주는 몇가지 사례 : 최근 발표되는 중국 지표들은 대부분 예상치를 하회했습니다. 소매 판매는 12.7% 증가로 예상치(13.7%)보다 아래였고, 산업 생산은 전망치보다 0.3%p 낮은 3.5%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런 거시 지표들보다 더욱 심각한 건 중국의 청년(16~24세)실업률입니다. 지난 4년간 무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상 최고치 수준인 20.8%에 육박합니다. 실업률을 적용해 사람 수를 구해보면 심각성이 더 체감됩니다. 코로나 이전엔 실업자가 30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대략 600만명에 이릅니다. 엄청나게 늘어난 거죠.

중국 정부 입장에서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의 불만이 정부 불만으로 이어져 시위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가 구조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등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습득한 기술과 고용주가 요구하는 기술 간의 미스매치가 노동 시장에서 마찰을 일으킨 게 높은 청년 실업률의 원인이 됐다는 건데요. 쉽게 말해 공부는 많이 했는데 그에 맞는 일이 없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지방 정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상하이의 한 식당에서는 허가 없이 채를 썬 오이를 제공한 혐의로 702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식당이 불만을 터뜨린 글이 SNS상에서 이슈가 됐습니다. 벌금을 가장 많이 걷은 광시성을 예로 들면 작년에 벌금을 130억위안이나 걷었는데, 이건 전체 세금의 14% 수준이고 전년 대비 9%나 증가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법인세나 소득세가 아닌 벌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크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이 유리한 상황일까? :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지난 2월로 예정돼 있었던 시진핑과 블링컨의 만남이 4개월이나 지연되는 동안 미국은 여러가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연준에선 ‘경기 침체가 없을 것’이란 선언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중국의 상황은 아무리 다양한 각도로 봐도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어쩌면, 이번에 시진핑이 보여준 사진엔 이러한 상황을 가리고 싶단 의도가 담겨있었던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