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미국-이란 관계를 보면 유가가 보인다

🇺🇸🇮🇷 지금 미국-이란 관계를 보면 유가가 보인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안개 속 국제 유가,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란 핵 합의! : 요즘 국제 유가는 올라야 할 이유와 내려야 할 이유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올라야 할 이유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이 최근 감산에 합의했다는 뉴스 때문이고, 내려야 할 이유는 이란과 미국이 핵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미국이 합의를 도출하면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더 많이 풀릴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내려야 할 이유가 좀 더 파괴력이 있는 뉴스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전세계가 불경기를 겪으면서 유가가 그다지 오르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기는 합니다.

단기적인 국제 유가 흐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그래서 최근 1~2년 사이에 전세계 경제에 가장 큰 화두가 됐던 인플레이션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미국-이란 간 핵 합의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꽤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최신 뉴스는 미국이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걸 막았던 조치를 하나하나 풀고 있다는 것(🔗관련 기사)입니다. 이라크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 27억달러어치가 풀려서 이란으로 들어갔습니다.

미국-이란 관계가 바뀌는 이유 : 왜 미국과 이란은 화해무드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란 입장에선 그 이유가 명확합니다. 미국의 경제 재제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리알화 가치는 최근 5년 사이 10배 이상 폭락했습니다. 2018년에 1달러가 3만5000리알이었는데 작년 연말에는 1달러에 40만리알이 넘었습니다. (🔗관련 기사) 자칫하면 이란 체제 붕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입장은 이처럼 단순한데, 미국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합니다. 미국의 속내를 이해하려면 이란이란 나라가 미국에 어떤 나라였는지 과거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슬람 혁명으로 나빠진 미국-이란 관계 :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과 이란은 매우 가까운 나라였습니다. 이란에도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넘쳐났고 당시 최고의 전투기였던 F-14를 미국은 오직 이란에게만 판매할 만큼 두 나라는 친밀했습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인구도 많고 힘이 세고 역사도 오랜 나라였기 때문에 미국은 이란과 친해야 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 강남 지역의 가장 넓고 큰 도로를 이란의 수도 이름을 딴 테헤란로라고 부르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이런 관계가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으로 모두 바뀌게 됐습니다. 이슬람 혁명 전후로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왜 나빠지게 됐는지는 이 뉴스(🔗관련 기사)에 정리돼 있습니다. 요약하면 세계 어디든 대부분 그렇지만 이란에도 외국과 교류하는 게 좋다는 개화파와 외세를 배격하고 전통을 존중하자는 척사파가 있었는데 그 두 집단의 세력 우위가 바뀐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그 뒤로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란 대신 친구로 두게 됐고, 사우디와 이란은 안그래도 서로 종교적으로 (종파가 서로 달라서) 대립 관계에 있던 나라였는데 미국이 사우디 편을 들면서 미국과 이란은 사이가 더 나빠졌습니다. 그 뒤로 이란은 핵 개발에 나섰고 미국과의 사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핵을 비밀리에 만들고 있는 이란과 북한 둘 중에 누가 더 나쁘고 위험한 나라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경제 봉쇄가 지속됐습니다.

 이슬람에 우호적이었던 오바마 :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좋아진 건 오바마 대통령 임기 때부터 입니다. 이름에 후세인이 들어간(🔗관련 기사) 오바마(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사우디를 지원하면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아랍권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 있는 외교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란과 협상을 시작(🔗관련 기사)합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셰일 가스를 발견하면서 더이상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문화에 보다 우호적이었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핵 협상은 오마바 임기 중인 2015년에 타결되었고 이란은 원유 수출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는데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합의를 파기했습니다.

석유값 70억달러 동결도 풀릴까? : 우리나라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후 2010년부터 이란에서 석유를 사다 썼습니다. 달러를 주고받는 게 아직 어려우니 우리은행 등에 개설된 이란 정부의 원화 계좌에 원화로 석유 대금을 입금하는 식으로 거래해왔습니다. 그런데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면서 이란은 자국 정부의 원화 계좌에 우리나라가 넣어놓은 석유 대금을 꺼내갈 수 없게 됐습니다. 그게 금액이 70억달러어치나 됩니다. 이란이 해외에 묶인 자금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요즘 이란이 해외에 석유를 내다 팔아서 버는 돈으로 환산하면 약 5개월치나 됩니다.) 요즘 미국과 이란이 다시 핵 합의를 도출할 거란 소문이 돌면서 그 70억달러의 묶인 돈이 풀릴 수 있을 거란 뉴스(🔗관련 기사)가 나오는 건 그런 배경입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꺾고 대선에서 이기면서 오바마가 이끌어낸 이란 핵합의를 다시 복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이란과의 관계가 계속 나빠지는 동안 중국이 이란과 손을 잡았고,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기분이 상했던 사우디와도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 미국의 제1 경쟁국인 중국이 이란·사우디·러시아와 모두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큰 포인트가 에너지 자립을 못하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 통로를 장악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동산 석유의 수입 통로를 미국이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헌데 사우디·이란·러시아가 중국 편에 서면 중국은 육로를 통해 석유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죠.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이 뉴스(🔗관련 기사)를 읽어보시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최근에 어떤 기류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우디-이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이슬람 혁명’ : 사우디와 이란은 종교적으로 좀 다른 종파라서 대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 이슬람 혁명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그 수출한다는 이슬람 혁명이라는 것이 요약하면 ‘왕의 축출’입니다. 이란도 이슬람 혁명 이전에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정이었지만 이슬람 혁명으로 성직자들이 왕정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란은 그래서 왕이 사라졌고 이슬람 율법을 기본으로 그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슬람 율법이 매우 권위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 이란은 선거를 통해 정부가 바뀌는 나라이고 그런 시스템을 다른 중동 국가들로 수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출의 대상이 되는 다른 중동 국가들은 사우디도 그렇고 UAE도 그렇고 카타르·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왕정 체제이고 선거가 없는 나라들입니다. 그들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 수출을 달갑지 않게, 때로는 두렵게 바라보고 있는 건 그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랍권 국가들이 이란을 배척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됐으며 아랍 국가들이 이란을 적국으로 규정하게 된 것이 이란이 핵 개발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미국이 이란을 싫어하고 이란이 미국을 배척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이 이란의 경쟁국인 사우디를 지원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더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기사(🔗관련 기사)를 보시면 나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