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위기가 금리 인상 효과를 냈다고?

🏧 은행 위기가 금리 인상 효과를 냈다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금리 고민 더 깊어진 미국: 요즘 미국 경제의 이슈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어느 정도 더 올려야 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오래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느냐입니다. 물가가 생각보다 잘 안 떨어지고 있어서 이런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체로 금리를 생각보다 더 높게 올리고, 고금리 상황 역시 생각보다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키우는 중입니다.

그런 미국의 고민에 대해 미 금융권의 꽤 영향력 있고 유명한 인물 두 명이 전망을 내놨습니다. 고금리가 꽤 길게, 그리고 금리 수준도 지금보다 더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관련 기사). 

“금리 안 올려도 된다”는 재닛 옐런 : 그렇다면 미국 연준이 지금보다 금리를 더 올린다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코멘트를 참고할 만합니다. 옐런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은행위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 논리는 이렇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과 돈이 풀리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물가는 돈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죠. 시중에 돈이 풀리는 경로는 대출입니다. 사람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유동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대출을 줄이면 시중에 돈이 풀리는 수도꼭지가 잠긴다는 뜻입니다.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대출의 수도꼭지가 잠기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은행 밖에서 손님들이 대출받기 위해 줄을 서는데 은행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이 잘 나갈 수 없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은행위기가 바로 그 연결고리가 됐다는 게 옐런 장관의 설명입니다(🔗관련 기사). 

실제 SVB 사태 후 미국 내 대출 줄어 : 실제 3월에 실리콘밸리뱅크(SVB) 사건이 터진 후 미국 은행에서는 약 4000억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예금이 빠져나가면 은행은 대출해 줄 재원이 부족해집니다. (정확히는 예금 인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은 대출을 멈추고 예금 인출에 대비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2주 동안 미국 은행 대출은 1년 전보다 약 100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런 은행위기에 잘 대응할 것이라고 베팅하면서 금리와 달러 가치가 낮아졌습니다. (연준이 잘 대응하거나, 또는 잘 대응하지 못해서 일이 커지면 곧 금리를 내려서 대응할 것이라는 쪽으로 베팅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대출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은행위기가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를 가져왔다는 옐런 장관의 설명이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 역시 비슷합니다. 경기가 나빠진 것 자체가 은행들이 대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 : 어떤 이유에서건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은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줍니다. 최근 1~2년간 미국이 앞장서서 전 세계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요. 금리 인상 대열 맨 앞에 있던 미국이 등산을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니 뒤에서 따라오던 나라들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았는데도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렸던 나라들은 금리 인상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관련 기사). 이외에도 다양한 반응이 다양한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관련 기사). 캐나다와 호주도 금리 인상을 중단한 반면, 유럽과 뉴질랜드는 여전히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 향방은? : 미국의 금리는 조금 더 오를 수도 있고,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길게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른 나라들은 한 걸음 더 따라가든 그 자리에서 머물든 큰 차이는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남은 이슈는 ‘금리 인상을 따라가느라 훼손된 경기를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느냐’일 텐데요. 우리나라에 그 질문을 던지면 답은 그 문제는 중국에 달렸다는 답이 주로 나옵니다(🔗관련 기사).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올해 우리나라 경기는 나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최근 시장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수출시장 점유율 역대 최저…진짜 문제는?
오늘의 이슈

컨테이너

두 달 연속 경상수지 적자 : 우리나라의 고민은 미국의 금리 또는 그에 따른 경기 위축보다 좀 더 심각한 곳에 있습니다. 경상수지와 관련한 고민입니다.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요(🔗관련 기사). 주범은 수출 악화입니다. 수출 악화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있습니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2008년 이후 최저 : 한국 수출 규모가 전 세계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결국 수출에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의 반복인데요. 한 가지 더 정보를 담고 있다면 다른 나라 수출은 비교적 괜찮은데 우리나라만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출액 점유율이 하락한 것이겠죠.) 특히 반도체 수출이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다행히 자동차 수출이 60% 이상 늘어 적자 폭을 줄이고 있습니다. 

대중 수출 감소 :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중국으로 부품과 반제품을 보내고 중국에서 조립해 수출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산 제품 수출이 여러 곳에서 막히고 있는 이유도 있겠죠.) 

인도·동남아로 수출 늘까? : 그렇다고 전 세계인이 그동안 구매하고 사용하던 제품을 쓰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중국이 만들어 팔지 않는 제품을 어딘가에서는 조립해서 판매할 것이라는 의미죠. 아마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정부의 고민은 한국산 부품과 소재, 반제품이 중국에서처럼 인도와 동남아시아 기업에도 최선의 대안으로 선택될 것이냐는 내용입니다. 

아쉽게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거리가 가깝고, 중국 기업과의 관계나 거래 관행 등으로 선택됐던 부품·소재·반제품 등은 특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치솟은 설탕값에 슈가플레이션 우려 커져 : 국제 설탕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3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27로 올해 1월(116.8)보다 약 9% 올랐습니다(🔗관련 기사). 설탕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이라고 했을 때, 현재와 가격 차이를 나타낸 수치입니다. 가격지수가 100보다 크면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인데요. 올해 3월 설탕 가격지수는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17% 높은 수준입니다. 전 세계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설탕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빵,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오를 수 있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 ‘서울만 완판’…1분기 청약 시장 양극화 심화 : 청약 시장에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단 소식입니다.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새로 분양한 아파트 60%가 미달됐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미달 단지 비율이 2.5배 이상 급증한 건데요. 서울에서 분양한 3개 단지는 100% 청약 마감에 성공한 반면, 나머지 지역은 모두 미달됐습니다(🔗관련 기사).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도 미달률이 각각 75%, 80%에 달했습니다.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효과가 서울에만 집중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분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이후 청약 결과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2분기 청약 결과 성패에 따라 올해 시장 전망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