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뱅크데믹, 미국·유럽 다음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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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뱅크데믹, 미국·유럽 다음 일본?

은행권의 파산 공포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공포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진다는 뜻에서 ‘뱅크데믹(Bankdemic·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주말 사이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휘청인 데 이어 일본 지방은행들로도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단 경고음이 나옵니다. 

지난 10년간 일본 은행들은 예금을 활용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투자해 왔습니다. 글로벌 채권계의 ‘큰 손’으로도 불려왔는데요. 작년부터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며 이 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져버렸죠. 이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일본 은행들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 겁니다. 실제 일본 지역은행이 보유한 달러 표시 채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이 2014년보다 2배 정도 늘어난 걸로 추산된다네요(🔗관련 기사).

더구나 고물가와 맞물려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이 끝날 경우 더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채 금리도 오릅니다. 반비례 관계인 국채 가격은 하락합니다. 아주 쉽게 말해 일본 국채를 보유한 은행의 자산 가치가 하락한다는 겁니다. 채권에 물린 일본 지방 은행들의 위기 요인이 겹겹이 쌓인 형국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일본 금융 위기? 과장일 이유 4가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엔화 강세 기조가 나타나면서 환율 면에서도 불리해졌습니다. 일본 지방 은행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엔화 환산 평가손실이 더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심각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외화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외환 보유고를 유지 중입니다. GDP 대비 일본 전체 순대외투자자산 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2️⃣ 연준이 3월부터 달러 공급을 늘려 달러 유동성 위험이 줄었습니다. 연준과 상설 통화 스와프를 맺은 국가들엔 자금 공급 주기를 주 1회에서 매일로 변경한 겁니다. 일본 역시 연준과 상설 통화 스와프를 맺었죠.

3️⃣ 일본은 작년까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올해 1월 중엔 적자였습니다.) 달러 순수입이 더 많단 얘기죠.

4️⃣ 엔화는 여전히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기관 불안이 심해질수록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며 엔화도 강세입니다.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종착점은 또 부동산? 2008년 공포 엄습

은행 위기와 관련해 현재는 미국 국채 투자로 인한 손실이 부각되고 있지만, 다음 뇌관으로 부동산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코로나 펜데믹 기간 막대하게 쌓인 고객들의 예금을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하고, 상업용 부동산에도 막대한 돈을 대출해줬습니다. 특히 SVB 같은 중소 은행들이 말이죠. 부동산 시장이 제로 금리를 등에 엎고 활황이었으니까 수익률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정반대 상황에 맞닥뜨렸네요.

미국 부동산 시장,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높은 금리와 공실률로 인해 가격이 폭락한 상태입니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차환 등을 거부하고 있고, 이 역시 가격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대출 및 파생상품의 부실화 -> 은행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건 저만의 느낌인가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금융 위험의 전이 경로가 달라졌기 때문

은행의 자산 구성이 바뀌면서 금융 위험이 전이되는 경로가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전통적인 은행은 예금을 받아 주로 대출에 사용했습니다. 이땐 차주의 신용 위험과 은행 간 대출이 주된 위험의 전이 경로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금융의 증권화가 이뤄졌습니다. 은행들이 투자 자산의 비중을 늘려갔습니다. 은행 건전성은 이제 부동산, 증권 등 자산 가격의 변동에 민감해져 버렸습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은행의 주담대를 담보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 가격이 하락하자 해당 증권에 투자한 금융 기관들이 부실화된 게 화근이었죠. 

그 이후 미국은 금융 기관의 투자 은행 업무를 전통적인 은행업과 분리하는 법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SVB 사태에서 보았듯이 불씨는 도처에 잠복해 있습니다. 작년부터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자산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이들 자산에 투자한 금융 기관들은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겠죠. 이 평가손실은 금융 기관이 유동성 부족이나 예상외 손실로 보유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실제 손실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금융 기관을 도산에 이르게 하죠.

이렇게 시장을 통해 위험이 전이되는 경우, 전혀 연관성이 없는 금융 기관들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면서 더욱 높아졌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한국도 PF 부실 면밀히 감독해야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해하지만, 일본은 이를 극복할 여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그간 막대한 대외자산을 축적했고, 기축통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엔화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해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단 의미입니다. 다만 자산 중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소형 은행들의 지속적 감독은 필요합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잠재적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한국도 최근 부동산 침체와 함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면밀히 감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취약한 중소 은행들의 예금자 보호 보완 조치 역시 이뤄져야 합니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임기응변식 대응은 시장을 더 혼란케

SVB, CS 사태 이후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이 파산할 만한 대형 이슈가 없어도 ‘혹시’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전 세계 은행을 장악하고 있는 듯합니다.  앞선 두 뱅크런 사태의 원인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은행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SVB는 예금 전액 지급을 보장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고, CS는 UBS에 인수되면서 사태가 수습됐습니다. 이러한 임기응변식 대응은 당장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일본 지방 은행 문제가 혹시 현실화되더라도 아마 일본 금융 당국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글로벌 자본 시장이 더욱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겠네요.

🏘️ 수방사·성동구치소… 흥행 보증 공공분양, 더 늘어난다?

정부의 공공주택(뉴:홈) 사전청약이 지난달 흥행에 성공했죠. 사전청약 평균 경쟁률이 15.1대 1이었습니다. 시세보다 20∼30% 싼 데다 저금리 대출이 지원된다는 장점에 2030이 몰렸습니다. 평형별 최고 경쟁률은 82.4대 1까지 뛰었는데요. 이전 정부 때와 달리 ‘소유’도 할 수 있는 공공분양으로의 전환이 청년층의 수요를 끌어당겼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올 상반기엔 서울 동작구 수방사와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 등 입지가 좋은 서울 내 물량이 사전청약으로 나올 예정인데요. 정부가 공공분양 물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네요(🔗관련 기사). 특히 수방사 부지는 당초 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는 ‘일반형’ 공공분양을 계획했으나, 호응도가 더 높은 ‘나눔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나눔형’은 시세의 70% 이하 가격으로 분양 받을 수 있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매우 긍정 평가될 정책

서울 등 핵심 수도권 지역은 주택 수요가 끊임 없이 생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재화는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급증하니 가치는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게 됩니다. 때문에 모두가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일부 수요는 분산시킬 수 있기도 하죠. 미국이나 유럽의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건 중산층과 서민 대상의 임대 아파트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임대료와 집값이 높기로 소문난 뉴욕 맨해튼은 이 주택을 일부 중산층 이하의 가구를 위해 공급합니다. 좋은 입지 주거로의 진입 장벽을 정책적으로 낮춰주는 거죠.

유사한 맥락에서 현재 공공분양 정책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겠습니다. 과거 외곽에 위치한 공공시설들이 이제 도시 확장으로 인해 핵심 권역에 속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정부 소유지를 활용하는 만큼 사업진행의 불투명성도 거의 없습니다. 과거 공공주택은 공급자 중심이라 실수요자의 관심을 이끌지 못했는데, 이젠 실수요자의 니즈와 정부의 역할이 일치되면서 정책이 좀 더 의미 있는 평가를 받게 될 것 같습니다.

💸 5조 벤처펀드 만기 도래, 벤처 한파 엎친 데 덮친 격?

스타트업 등 벤처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벤처펀드’라 하죠. 올해는 이 벤처펀드들의 만기가 속속 다가오는 해입니다. 연말까지 5조원 이상의 벤처펀드 만기가 도래해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인데요. 이에 국내 스타트업계 불안감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투자 심리 위축으로 IPO가 어려운 상황에서 펀드 만기 연장도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스타트업 비상장주식(구주)이 헐값에 매물로 쏟아질 수 있고, 주식 대신 투자사채로 급전을 조달해야 합니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최근 ‘벤처 대출’ 형태로 5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관련 기사).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2보 전진 위한 0.5보 후퇴 필요한 시점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은 파티의 부작용을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은 더 힘들어졌는데,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무리한 자금 조달이 있었던 기업들을 회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나마 유동성 파티를 즐길 수 있었던 2021~2022년 만기 연장에 성공한 메자닌 채권*들의 주식 전환 시점, 만기 전 상환 요구 가능 시점이 다가옵니다.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대 선택을 내려야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죠. 마땅한 대안이 당장 떠오르진 않습니다. 대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스타트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고비인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물러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조달 금리가 높아져 있기 때문이죠. 결국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는 선택을 할 때 원활한 문제 해결이 가능할 듯 합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점입니다.

📌메자닌 채권 : 전환사채 등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붙은 채권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돈을 아끼십시오!

응원이나 의미 없는 방향성보단 현실적인 긴축 재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벤처펀드는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매출 성장과 시장 점유율 등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글로벌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선 추가 투자 받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전보다 가치가 하락한 구주를 매각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기업 경영권이나 미래 가치를 먼저 파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기업 입장에선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지입니다. 대출을 통해 추가 생존 자금을 조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며, 시장을 공략할 최소한의 총알을 마련하는 방법인 셈입니다. 다만, 대출 전 무엇보다 현재 자금이 부족한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고정비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급히 결정을 내리면 실수를 하게 되고, 재무 계획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 사업을 발굴하기보단 살아남기 위한 재무 전략을 검토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돈을 아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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