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기준금리 동결’의 진정한 의미

🔎 어제 ‘기준금리 동결’의 진정한 의미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금리 인상 인하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드디어 기준금리 동결! 그런데 환율은? : 어제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됐습니다.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7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이후 처음으로 멈춰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입니다. 헌데 당장 걱정되는 건 이것이죠. ‘미국은 금리를 더 올릴 것 같은데, 우리만 먼저 동결하면 한-미 금리차가 커져 환율이 더 오를 텐데?’ 오늘은 어제 한국은행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갖는 의미를 간단히 정리해보록 하겠습니다.

1️⃣ 한미 금리 차 확대로 환율 급등 우려

당장 가장 큰 걱정은 미국 금리입니다. 현재도 미국 금리가 1.25%p 높은 상황인데요. 금리 차가 더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실제 이틀 전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습니다. 1월말만 해도 1229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1300원까지 반등한 것인데요. 2월 이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워낙 좋았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고용자 수도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했으니까요. 경제지표가 워낙 좋게 나오다 보니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기조가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그런데 한은은 금리를 동결할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원화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죠. 원화 약세 속도가 너무 빨랐던 터라 장 종료 후 외환 당국은 긴급 시장점검 회의를 소집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한은은 정말 동결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기준이 바로 환율이었는데요. 다행히 어제 환율은 1297.1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단은 급격하게 진행된 원화 약세가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2️⃣ 물가 – 경기 – 금융안정 상충될 수 있어

연초 이창용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하면 물가·경기·금융안정 사이의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 안정이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다 보면 경제가 걱정되고, 더 나아가 금융 안정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축된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정교한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통위는 한은이 얼마나 정교하게 정책을 결정하는 지 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금융 안정이 위협되는 상황은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아마 이창용 총재의 발언처럼 물가와 경기, 그리고 금융 안정이 상충되는 일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연준으로부터 조금 더 독립적으로

이창용 총재의 발언 중 “한은의 통화 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 역시 유명합니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한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1월에는 이 총재의 코멘트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이죠. 그리고 어제 금리 동결을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핵심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통화 정책 결정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물가가 계속 올라갈 것 같아서 무조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국면이었다. 그리고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긴축에 돌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충격이 컸고, 연준의 결정에 따라가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환율보다 국내 물가 경로를 주로 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는 확실해 보입니다. 바로 “연준으로부터 조금 더 독립적으로 통화 정책을 결정해도 되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겁니다. 

정교한 정책 조합 찾기 쉽지만은 않아

금리 동결 후 한은은 통화 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인플레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 주요국의 통화 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벗어난 건 맞지만, 앞으로도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이 상충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은의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1명을 제외한 5명의 금융통화위원이 당분간 금리를 3.75%까지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로톡 vs 변협…결국 로톡 손들어 준 공정위 :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이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변협은 로톡이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중개형 플랫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명령하고, 각각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변협은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벤처 업계는 기득권 단체 대신 혁신에 손을 들어줬다고 반색하고 있습니다.

경유의 ‘배신’ 끝났다 : 국내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싼 이른바 ‘경유의 배신’이 8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이 경유 가격보다 비싸진 것입니다(🔗관련 기사). 통상 세금이 많이 붙는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싼 값에 팔립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작년 6월부터 가격이 역전됐는데요. 올해부터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다시 휘발윳값이 경윳값을 추월했습니다. 국제 경유 가격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어 경유 가격은 조만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