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주주 친화에 열심인 韓기업들, 왜?

🌪️ 요즘 주주 친화에 열심인 韓기업들, 왜?

연초부터 국내 증시에 ‘주주 환원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주주 환원이 활발한 미국 등 서방권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이에 소홀하단 지적이 계속 지적돼 왔는데요. 요즘엔 각계 기업에서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이 속속 진행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지난주 현대차그룹은 3154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메리츠화재도 지난달말 179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중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향후 3년간 당기 순이익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정책을 결의했습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강해지고 개미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 더 신경 쓰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자사주 소각 : 말 그대로 ‘기존 주식을 없앤다’는 뜻. 주식 총량이 줄어들면 주당 가치가 올라가 기존 주주들이 혜택을 봄. 가장 강력한 주주 친화 정책으로 꼽힘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 센터장

우려할 만큼 주주 환원에 열심이었나요?

역사는 때로는 반복되고 때로는 진화합니다. 한국 자본 시장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ESG 투자에서 기후 변화가 큰 화두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 코스피가 박스피에 머물던 시절의 시장 관심은 거버넌스(G) 특히, 주주 환원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불확실한 지금, 다시금 주목받게 됐네요.

하지만 그때와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당시엔 좋게 평가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각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이제 의혹의 대상입니다. 제3자 양도되거나 인적분할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부활해 경영권 보호에 활용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이젠 주주 환원을 바라보는 시장의 이해가 높아졌습니다. 더구나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다수의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입니다.

물론 아래 다른 필진분들이 써주신 대로 반론도 있습니다. ‘과도한 환원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성을 저해하진 않을까?’ 실제 주주 환원이 활발한 미국 기업들에 자주 쏟아지는 비판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그간 국내 기업들이 성장성 저해가 걱정일 만큼 주주 환원을 해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주주 환원 정책은 <기업의 성장>과 <투자자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중요한 매개라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일치가 많이 약한 편이죠.)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당장은 배당금 받는 게 기쁘겠지만…

기업이 순이익을 활용해 주주 이익을 높이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첫째는 자사주 소각·배당금 확대를 통해 주주의 부를 직접 키워주는 건데요. 다만 이는 기업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방식에 해당합니다. 둘째는 기업이 당기 순이익을 내부 유보한 후 수익성이 높은 부분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로써 고수익이 실현되면 기업 주가가 상승해 차후 기업이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이 생깁니다.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을 더 크게 높이는 건 후자일 겁니다. 기업이 고수익 투자 기회를 잘 판단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죠.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본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수익률)는 안전 자산 투자 수익률보다 높습니다. 쉽게 말해, 주주 입장에선 기업의 당기 순이익을 배당으로 받아 안전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는 수익률보다, 이를 다시 설비 확충 등 기업 투자에 활용해 얻는 수익률이 더 높다는 거죠. (다만 새로운 고수익 투자 기회가 많지 않을 전통 기업 등의 경우 배당 지급이 주주 입장에선 더 낫겠죠.) 경제 전체적으로도 이익입니다. 고용 증가와 자금 선순환으로 활력을 돋웁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이 당기 순이익을 내부 유보해 자기자본을 확충한다면 은행의 건전성이 높아지고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은행의 ROE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때문에 은행 주주 역시 배당금 수령보다 은행이 자기자본을 더욱 확충하는 쪽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주주만 웃는 정책은 아쉽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들에겐 좋지만 기업 가치나 경제 성장엔 도움이 안 됩니다. 기업이 가치를 높이는 2가지 방식이 있어요. 하나는 투자로 수익을 높여 기업 가치 총액을 증대시키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수를 줄여 주당 기업 가치(주가)를 높이는 방법이에요. 전자는 투자가 늘어나니 기업 가치 증대와 동시에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는데, 후자는 주주들에게 좋다는 것 빼곤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투자 재원을 자사주 매입에 써버리니 역효과도 있겠죠.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인 국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경제성장 도움🙅🏻‍♂️? 불황 때 내실 다지기!

선진국 상장사들은 배당보다 소각을 적극 활용합니다. <주가 상승> <주주 환원> <지배 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 감소> 모두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대주주 지배력이 강한 우리나라는 자사주 매입이 지배력을 재차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소각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왕겸 센터장 말씀에도 일견 동의합니다. 최근 10년 평균 총 주주 환원율을 비교해보면,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밀립니다. 그만큼 주주 환원책에 인색했던 거죠. 요즘처럼 경기 둔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널리 활용되면 주주는 물론 시장 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날 수 있을 겁니다. 경제 성장에 도움은 못 준다고 하지만 불황기에 기업 내실을 다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요.

🦅 파월의 발언은 과연 덜 ‘매파’적일까? 

FOMC 정례회의 후 약 일주일 만에 다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공개적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파월의 “디스인플레” 언급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을 만한 강력한 고용 지표가 발표됐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얼마나 또 매파적일지에 시장 관심이 모였었는데요. 파월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확실히 디스인플레는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주 초기 단계이고 갈 길이 멀다”
“(고용 지표가) 이렇게 강할 거라곤 그 누구도 예상 못했다”
“인플레가 고통 없이 빠르게 사라진다고 전제해선 안 돼. 향후 금리 인상 더 해야한다는 게 내 기본적 생각”

시장이 환호했던 디스인플레가 아주 초기 단계라고 했고, 지속적인 금리 인상 의지도 밝혔지만 국내외 언론과 시장은 파월의 발언이 그다지 매파적이지 않다고 바라봤습니다(🔗관련 기사). 때문인지 어제 새벽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올랐고, 어제 국내 증시도 상승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서비스업 인플레 꺾여야 본격 디스인플레

파월의 전망대로 디스인플레 과정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높은 인플레가 비교적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 마이너스(-)인 실질 기준금리 :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렸지만,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한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고물가 시기 연준이 실질 기준금리를 플러스(+)로 올린 것과 달리, 현재 그리 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 모를 금융 불안정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미국은 2000년대 중반 고물가 시절에 실질 기준금리를 플러스로 올린 이후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다소 돌아가는 방법을 택한 듯 합니다.

2️⃣ 충분한 가계 지출 여력 : 일반적으로 인플레가 진행되면 가계 구매력이 약해지죠. 하지만 정기 예·적금 등 은행의 저축성 예금을 합친 통화량 지표를 보면, 아직 장기 추세치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계의 지출 능력이 약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겁니다. 현재 수준의 인플레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3️⃣ 서비스업 인플레 : 마지막으로 소비자 물가 지수는 작년 7월부터 하락했지만, 서비스업 인플레는 여전히 상승 추세입니다. 제조업은 부진하지만, 서비스업은 활황이라서요. 때문에 서비스 물가는 높게 유지되며 고용도 계속 강합니다. 서비스업 인플레가 둔화돼야 비로소 본격적인 디스인플레가 시작될 듯 해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여전히 인플레 자극 요소가 충분해요

인플레는 1️⃣ 공급 충격 2️⃣ 실업률 3️⃣ 기대 인플레, 이 3가지 요인으로 결정돼요. 1은 상당히 약화됐으나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여전한 미·중 갈등으로 생산 원가가 높아져 있으니까요. 2는 역사상 최저점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디지털 기업을 중심으로 노동 수요가 줄긴 했지만, 베이비부머의 퇴직·이민 노동자 감소·유튜버 등 1인 기업 증가로 노동 공급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3은 많이 약화됐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종합하면 3가지 요인 모두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려가 남아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연준이 계속 금리를 인상함에도, 주가와 채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도 하죠. 이 역시 인플레를 다시 간접적으로 자극할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글쎄요, 충분히 매파적 발언 아닌가요?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 지표가 발표되긴 했지만, 파월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건 맞습니다. 그래서 시장과 투자자들이 안도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주어를 떼고, 수식어도 뗀 뒤 발언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여전히 매의 날카로운 발톱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 아닐까요? 1월 고용 보고서가 예상 외로 강세였던 것처럼, 인플레를 자극할 지표나 징후가 포착되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셈이니까요. 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게 올릴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

방심해선 안 됩니다. 파월이 “데이터에 반응할 것”이라고 말한 건 인플레 암시 지표가 나왔음에도 방심했던 2021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 조각투자 플랫폼 인수가 비판받는 이유?

며칠 전 정부가 코인·부동산·미술품·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조각 투자 자산을 토큰 증권으로써 제도권 안으로 들인다고 발표했죠. 벌써부터 이 분야 시장 선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이 국내 1호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카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조각 투자 플랫폼으로써 토큰 증권 발행과 상장을 도와주고 개인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증권사 입장에선 주식 거래 수수료를 대체할 또 다른 수입원이 생기는 셈이죠.

다만, 실제 매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인수로 인해 법적인 변화가 적용되면 해당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인수를 둘러싼 업계 안팎의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관련 기사).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모두가 윈윈인 결과!

토큰 증권 발행의 목적이 ‘제도권 편입’에 있는 만큼, 대신증권의 카사 인수도 그 목적에 부합하기에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두 회사에도 윈윈입니다. 대신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새 사업 모델을 확보할 수 있고,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죠. 카사는 자금난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부동산을 직접 사지 않고 지분 거래를 통해 조각 투자할 기회가 열릴 수 있고요. 전반적인 국내외 디지털 자산 시장 성장도 촉진시킬 수 있을 겁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스타트업은 매각 외 대안이 별로 없어요

브리핑에서 살짝 언급된 대로 카사가 인수되면 ‘규제 샌드박스 라이센스가 소멸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스타트업 보호를 위한 법적 지위의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단 것이죠. 그러면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잘 키워서 기존 제도권 금융 기관에 매각하는 게 과연 합리적 선택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 등 기존 IT 업계의 성장 모델이 위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1️⃣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면 대기업 투자를 받아 매각을 통해 성장하거나 2️⃣ 스스로 비즈니스를 확장해가면서 기존 대기업이 하지 못한 새 시장을 만들어 혁신을 이뤄내거나 하는 것이죠. 지금까진 1번 모델이 많았습니다. 이제 핀테크·프롭테크 역시 이 2가지 성장 모델 중 선택을 해야할 시기 같습니다. 다만, 핀테크 스타트업은 수익 창출이 어렵단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나 금융업은 신용, 자본력, 브랜드 가치가 사업의 거의 전부인 상황이니까요 😢. 

이준희
법무법인(유) 율촌 파트너 변호사·e-Biz & Fintech Team Lead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볼 필요도 있어요

금융위원회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에 시장 반응이 뜨겁네요. 여러 분석이 있지만, 토큰 증권을 자본시장법 등 제도권 법령으로 포섭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뚜렷하게 엿보이네요. 대신증권의 카사 인수는 시장을 선점 의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프롭테크의 혁신이 제도권 금융사의 영역으로 포섭되는 아쉬움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더 넓은 의미로 볼 필요도 있습니다. 혁신적 사업 모델과 서비스를 도입한 스타트업의 추가 성장을 위한 좀 더 튼튼하고 넓은 생태계가 작동하게 된 걸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