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새 성장 전략, ‘이렇게’ 세워보세요

🎈 연초 새 성장 전략, ‘이렇게’ 세워보세요

최근 전 세계 대기업 경영진과 함께한 일련의 포럼에서 우리는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폐기와 리뉴얼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쏟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CEO의 65%가 앞으로 5~7년 이후에는 현재의 경쟁 기업이 아닌 다른 경쟁사와 싸우게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또 이중 63%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경쟁사로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가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10년간 자사가 창출할 가치의 40%는 신규 시장 진입과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CEO들은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이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신기술로 인해 눈깜짝할 사이에 업계가 뒤집어지고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개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입니다. 우리는 현대 역사에서 가장 긴 저금리 시대를 살았습니다. (많이 오르긴 했지만요.) 미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 자본 규모는 지난 30년간 3배 증가했습니다. 전 세계 GDP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현재 고도로 성장하는 산업을 보면 과거만큼 많은 투자금이 필요치 않습니다. 파괴적인 기업들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더 빠르게 규모와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과거의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탄탄한 핵심 비즈니스 1~2가지를 발굴하고, 거기서 얻은 차별화된 역량을 인접 시장에 응용하는 것을 가장 믿을 만한 방법으로 선호했습니다. 전통적인 인접 시장 전략으로는 신규 지역 진출, 신제품 개발, 신규고객 확보 등이 있죠. 많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인접 시장 전략을 발판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지난 30년간 매년 최소 5.5%씩 15년 이상 매출과 수익이 성장한 기업의 약 75%는 인접 시장 전략을 통해 성공했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성공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핵심 사업을 갖추고 성장 중인 기업들이 대규모의 새로운 핵심 사업을 개발하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죠. 우리는 이런 새로운 핵심 사업을 ‘제2 성장 엔진’이라고 부릅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핑안, 릴라이언스, 삼성 등 세계 8대 가치 창출 기업들이 새로운 핵심 사업을 발굴하는 데 자사 역량과 현금 자산을 거침없이 쏟아붓고 있습니다. 2008~2018년간 대형 상장사 시가총액 증가분의 3분의 1은 제2 성장엔진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왔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고전적인 인접 시장 전략 역시 앞으로 많은 기업에 유효할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와 파괴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라 우리 회사가 이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변화를 좇지 않고 안주하는 데는 막대한 리스크가 따르고요.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제2의 핵심 사업 찾기는 필수 불가결한 일입니다. 제2 성장엔진을 가진 기업 1000곳 이상을 분석해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1️⃣ 대규모 수익이 예상되는 타깃 시장

제2 성장 엔진이 성공한 경우 대개 규모가 크거나 빠르게 확장 또는 변화하는 수익 풀을 갖고 있습니다. 수익 풀이란 가치사슬상의 모든 지점에서 거둔 총수익을 의미합니다. 성공 사례의 80% 이상에서 제1 성장 엔진의 시장보다 제2 성장 엔진의 시장에서 매출과 수익이 모두 더 빠르게 늘었습니다.

새로운 핵심 사업 발굴의 성공 여부는 수익 풀이 큰 시장에서 회사가 기술 선택 곡선에 올라타거나 새로운 형태의 경쟁우위를 가진 업체로 빠르게 전환하는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연구한 제2 성장 엔진의 60% 이상은 기술 대체 혹은 기술 업그레이드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했습니다.

이처럼 제2 성장 엔진의 성공은 신기술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조사 결과, 특히 쇠퇴기의 산업에서 여러 경쟁사를 합병한 경우나 낙후된 업계의 평균 실적보다 못한 기업을 인수해 부활시키려 한 경우 제2 성장 엔진은 실패했습니다.

2️⃣ 경쟁우위의 고유한 원천

기업은 단순히 성장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차별화와 품질 향상을 통해서 돈을 법니다. 이는 ‘핫’한 시장의 냉엄한 진실이죠. 경쟁 영역이 분명한 시장에서는 업계 상위 2개 기업이 수익 풀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기업은 자본 비용보다 약간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데 그칩니다. 

최근 여러 산업의 경제적 이득 분포 현황을 연구한 결과, 많은 경우 특정 기업에 이익이 편중되는 경향이 그보다 더 심하게 나타났죠. 이런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다른 회사가 감히 모방하기 힘들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할 노하우가 없거나 확보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제2 성장 엔진의 추진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기존의 제1 성장 엔진이 새로운 핵심 사업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만 제2 성장 엔진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빠른 확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모을 때까지 인수합병을 선택할 수도 있죠. 이는 자산과 역량을 늘리기 위한 기법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시작된 제2 성장 엔진의 저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입니다.

최근 사례로 디즈니플러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디어 스트리밍 회사인 밤테크를 인수해 역량을 흡수하고, 콘텐츠 제작사인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콘텐츠를 확대한 것이죠. 가히 폭발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인수합병으로 새 성장 엔진을 신속히 구축하거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역량을 확보해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점한 것입니다.

3️⃣ 기업가적 마인드셋

제2 성장 엔진을 만들려면 기존 대기업이 자연스레 떠올리기 어려운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창업자 정신>(한국경제신문, 2016)에서는 새로운 마인드셋을 다음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사명 의식, 고객 현장에 대한 집착, 주인의식입니다. 이런 마인드를 갖춘 기업은 ‘홈런’에 성공한 제2 성장 엔진의 87%를 차지했으며 상당히 괜찮은 실적을 낸 제2 엔진의 66%, 실패한 제2 엔진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기업이 스타트업 사업부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대기업이 자사 스타트업에 직접 결정할 권한을 주고 리더들이 오너로서 인센티브를 가지도록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기도 하죠. 이를 통해 리더들은 더 빠르고 진취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할 수 있습니다.

4️⃣ 제1 성장 엔진의 스케일과 자산의 활용 역량

흔히 관료적인 대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매할 때 얼마나 단점이 큰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장점도 있습니다. 바로 바닥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죠. 이를테면 에코랩은 원래의 핵심 성장 엔진이 보유한 역량과 채널, 영업 인력, 고객을 발판으로 정수 사업이라는 제2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업 가치는 5배 이상 늘리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기존의 제1성장 엔진과 새로운 제2 성장 엔진 간에 역량이나 고객, 유통 시스템을 공유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또는 자생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서로 간 갈등은 물론 트레이드오프도 불가피합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갈등 상황을 예측하고 완화하는 협의체를 구상할 필요가 있어요. 이에 더해 각 사업의 부서장과 CEO가 참석하는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갈등과 병목현상을 신속히 해소하고 추가적인 시너지를 만들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4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기업의 파워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성공 요인은 서로의 효과를 높이고 강화합니다. 물론 모든 기업에 제2 성장 엔진 전략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시장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꾸리기에 전례 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특히 금융 환경이 유리하죠. 시장의 혼란은 폭발적인 기회를 제공하니까요. 

디지털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장 경계를 허물고 수익 풀을 바꾸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진화하는 경영 관행들로 기존 기업 내에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내 문화를 조성하기가 쉬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다가올 미래에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192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과 기업 경영자들을 위해 창간한 경영학 저널이자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