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끝내려는 이유

🇯🇵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끝내려는 이유

일본의 아베 전 총리의 2차 집권이 시작한 2012년 말. 그때부터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아베노믹스’로 불렸습니다. 아베노믹스의 골자는 침체된 경기와 극히 낮은 물가를 부양하기 위한 무제한 국채 매입과 초저금리 정책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이 아베노믹스가 10년 만에 막을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년 4월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퇴임을 기점으로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 정책을 대폭 선회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보도가 일본 조야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게다가 어제 오후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단기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0.1%로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 0.25% 정도’에서 ‘± 0.5% 정도’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관련 기사). BOJ는 금리 인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일본은 올해 각국이 인플레 대응을 위해 금리를 앞다퉈 올리는 와중에도 제로 금리를 고수할 만큼 아베노믹스 사수에 ‘진심’이었습니다. 그 여파로 일본의 자금 유출이 심해질 거란 우려가 커지며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통상 100엔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베의 사망과 더불어, 그와 손발을 맞췄던 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까지 곧 퇴진한다면 더이상 정책 지속 동력이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과연 아베노믹스의 10년 천하는 이대로 막을 내릴까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아베노믹스 10년 뒤 마주한 일본 현실

2000년대 이후 일본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들은 위기 때 재정 지출을 늘리기 위해 필요 자금을 중앙은행의 통화 발행에 의존해 왔습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방식으로요. 이런 방식은 채권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사들이면 국채 가격이나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니까요. 세금을 올리는 방식에 비해 정치적 부담도 크게 낮고요. 때문에 이런 재정 확충 방식은 빠르게 확산됐고, 그 결과 각국의 정부 부채가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일본 정부 부채는 1992년 GDP의 55.9%에서 작년 말에는 266%로 급증했습니다. 미국도 2007년 60% 수준에서 작년 137%까지 올랐죠. 경제학 교과서에서 양적완화를 금기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부채가 결국 통화 정책에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국채 금리가 1%p 상승하면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GDP의 약 2.66% 수준에 이릅니다. 반대로 금리를 안 올리면 엔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 물가가 급등합니다. 공급 충격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 형태로 물가 상승이 이뤄지는 겁니다. 현재 일본이 처한 경제 상황입니다. 아베 전 총리 시절부터 그토록 원했던 2%대 물가 상승률과 엔화 약세를 이뤘지만 웃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결국 일본 중앙은행은 재정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일본이 금리를 올리려는 2가지 이유

1️⃣ 미-일 금리 격차 해소 : 최근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엔화가 약세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미 정부채를 매각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시장 개입으론 통화 가치 유지에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금리 격차라는 구조 문제가 남게 되니까요. 결국 진정한 대응은 기준금리 인상이었던 겁니다.

2️⃣ 화폐·중앙은행 신인도 제고 : 아베노믹스 시행기에 일본은 국채 발행을 늘렸습니다. 중앙은행이 그 국채를 상당 부분 매입했고요. 그런데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화폐·중앙은행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국채 매입=화폐 발행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정부 재정을 뒷받침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정부 재정은 세금을 통해 조달하죠.)

물론 과거처럼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낮으면, 반대로 화폐 가치는 높게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일본도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높은 상황이면 얘기가 달라지죠. 게다가 일본 정부는 국가 부채 비율이 높고, 재정의 중앙은행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금리를 올려 높아진 물가 상승률을 낮춰야 합니다. 다만, 국채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는데,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 이자는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닙니다. 중앙은행의 이자 수익이 어차피 다시 정부에 되돌아가니까요. 문제는 민간 보유 국채 이자인데, 금리를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리면 이들 국채의 자산 가치가 하락해 민간 손실이 늘어나는 이슈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도 매우 천천히 올릴 가능성이 커보이네요.

🏙 올해, 바닥까지 떨어진 빌딩 거래

서울의 빌딩 거래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지난 10월 상업·빌딩 매매 거래량은 80건에 그쳤는데요. 이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거래량 수준입니다. 원래 빌딩은 매년 월평균 최소 200~300여건 이상 거래량이 유지됐었습니다. 거래량이 1년간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GBD(강남·서초구)입니다. 올해 10월 단 15건만 거래됐네요. 전년 대비 75% 가까이 줄었습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거래량은 줄었는데 거래 가격은 그대로인 이유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과 가격이 동반 하락했죠. 반면 상업용 빌딩 시장은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거래 가격은 대체로 하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입지와 임대료입니다. 아파트는 서울이 아니더라도 경기도까지 여건에 맞춰 선택 가능한 대체지가 많죠. 헌데 상업용 빌딩은 수요층의 선호 상권이 한정돼 있습니다. 신흥 상권이 생기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제한된 입지의 매입 경쟁이 기본적으로 치열합니다. 위드 코로나 영향으로 상업, 업무용 빌딩의 공실률이 감소하면서 임대료도 오르고 있으니, 굳이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매각할 이유도 없는 겁니다. 결국 매수 측에선 아파트처럼 상업용 빌딩도 가격이 내릴 걸 기대하지만, 매도 측에선 작년 고점 가격을 고수하기 때문에 거래가 안 이뤄지는 것이죠. 하지만, 내년 금리 상승과 함께 공실률이 증가하면 상업용 빌딩도 매물이 쌓이면서 거래 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할 듯합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우수한 오피스 위주로 거래 활성화 될 것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상업 오피스 시장은 매우 활기를 띠었습니다. 수도권 내 주요 오피스 권역은 공급이 제한적이고, 코로나로 현지 자산을 관리하는 위험이 늘자 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 수요까지 국내로 몰리면서죠. 여기에 전 세계 재택근무 열풍에도 오피스 근무가 주를 이뤘던 한국만의 특수성까지 발휘되면서 임대 시장의 안정성이 더욱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 기관투자자의 국내 오피스 수요까지 가세했습니다.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투자의 매력도가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 열기를 식히는 데 절대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네요. 담보 대출 금리가 최소 5% 이상으로 형성돼 수익성 측면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금리 상승에 맞게 가격 조정이 필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은 여전히 공급 부족이고, 서울 오피스 재고 약 40%가 완공 20년이 넘었으며,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최신 대형 오피스 자산은 여전히 희소하다는 측면에서 생각보다 단시간 내 우수한 오피스를 중심으로 거래 활성화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임대와 투자 시장은 분리해서 봐야

서울 내 오피스 딜들이 연달아 지연되거나 보류되고 있습니다. 상반기 빅딜이었던 여의도 IFC는 최고 호가 4.4조원에서 4.1조원으로 가격 조정이 있었고 결국 딜이 무산됐습니다. 하반기 빅딜인 광화문 콘코디언 빌딩도 딜 클로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 오피스 시장의 가격 조정은 진행되고 있는 듯해요. 오피스 임대는 잘 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임대 시장과 투자 시장을 분리해서 봐야합니다. 실제 사용하는 월세 수요가 견조하더라도 금리 상승으로 오피스 투자 심리는 얼어 붙었습니다. 6%에 육박하는 대출 금리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금리가 내려오거나, 매도 호가가 조정돼야 거래량이 살아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위협 요소 : 올해는 금리, 내년엔 경제 침체

오피스빌딩 가치 측면에서 올해는 금리 상승의 파고가 상당한 위협 요인이었지만,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이 그나마 긍정적 요소였습니다. 내년에는 경제 침체 파고를 예상하는 경제계 의견들이 많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 침체가 실제로 발생해 기업들이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인력 감축을 진행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하는 것이죠. 그럼 사무실 공실률과 임대료도 올해와 달리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희망대로 필자 역시 내년에는 물가도 잡히고 경제 침체도 현실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피스 빌딩의 가격 변화를 예측해야만 한다면 이 추이를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 포기 속사정?

LG유플러스가 국내 토종 OTT인 왓챠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왓챠는 2년 연속 자본잠식로 경영 위기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업적자도 계속 늘어나 누적 결손금이 이미 2000억원을 넘었다고 하는데요.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대가 거셌다네요. 왓챠가 발행한 전환사채(CB) 역시 왓챠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왓챠는 작년 말 몸값 3380억원을 인정 받고, CB를 발행해 자금 49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CB 보유사들은 대주주가 바뀌면 상환 요청에 나섭니다. 왓챠가 LG유플러스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 매각되더라도 매각 대금을 CB 상환에 상당 부분 투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왓챠의 기업 가치가 향후 더 오르기는 어려울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냉정한 시장 논리가 왓챠 운명 결정할 것

신산업이 등장하고, 관련 시장이 커지면 거의 예외 없이 혁신의 과정이 반복됩니다. 도식화하면, <1️⃣ 초기 시장 개척자 등장 → 2️⃣ 지배적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 확장 → 3️⃣ 다양한 경쟁자들의 출연 → 4️⃣ 경쟁자들 간 합종연횡 → 5️⃣ 선두 사업자들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OTT 시장에 비춰보면 어떨까요? 넷플릭스가 시장을 개척한 지배적 사업자로 등극해 있고, 여태 경쟁 사업자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네 번째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토종 OTT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왓챠가 경쟁에서 뒤처지며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최근 수년간 국내 OTT 시장의 화두 역시 규모의 경제입니다.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 가입자를 확보하고 콘텐츠 투자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OTT 서비스가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죠. 가입자 기준으로 국내 3위인 웨이브 역시 지상파 3사와 통신사 SK텔레콤의 서비스가 합병해 탄생했고, 국내 2위 티빙은 후발 업체인 시즌을 흡수·합병해 2위 자리를 공고히 다졌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왓챠의 독자 생존은 버거워 보입니다.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하든, 경영권 매각에 나서든 결국 왓챠의 운명은 냉정한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요?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왓챠 인수, 리스크 될 수도 있어요

현재 OTT 시장은 정체기입니다. 역성장하고 있고, 압도적인 시장 1위인 넷플릭스 역시 대규모 감원 및 인적 쇄신을 하고 있죠. 2010년대 말에는 OTT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토종 OTT 기업 인수 그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 시도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모바일 TV, 비디오 포털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독립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쏟아 왔으니까요. 게다가 아쉽게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기도 했죠. 큰 기대를 걸었던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도 그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에 왓챠 인수라는 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2~3년간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생존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조금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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