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재테크] 주식에도 ‘무위험’ 수익이 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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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에도 ‘무위험’ 수익이 있다, 진짜?
미주사의 미국주식 컨닝페이퍼

돈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미국주식 분야 1위 필진이자 연합인포맥스 패널입니다. <미국주식 사관학교>를 운영중입니다.

해산물을 날로 먹고 탈 났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날로 먹어 탈이 나는 건 해산물만이 아닙니다. 주식도 똑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위험으로 수익을 얻어보세요! 수익 종목 무료 OOO” 이런 수식어는 전형적으로 리딩방에서 사용하는 문구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가끔은 주식 시장에서도 정말 무위험 수익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차익 거래인 ‘아비트리지’가 바로 무위험 수익의 대표 사례인데요. 진짜 이게 무위험일지, 아니면 내재 리스크가 있을지 알아야 투자에 베팅할 수 있겠죠?

오늘은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 각각에서 어떤 경우가 정말로 무위험이고 어떤 경우는 아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수 앞둔 기업, 지금 사면 무조건 이익? 

인수합병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큰 인수합병 건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인수합병이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블리자드(ATVI)를 주당 9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 8일 새벽 6시 기준 블리자드 주가가 71.1달러 정도입니다. 당연히 드는 의문이 있죠. 

“지금 블리자드를 사놓고 인수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30% 정도를 그냥 먹는 건가?”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미국 주식에서는 이 말이 맞습니다. 다만 한국 주식에선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에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미국 주식은 인수 회사(마이크로소프트)가 피인수 회사(블리자드)의 모든 유통 주식을 사들여야 인수가 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인수 회사가 대주주 지분만 인수한 후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을 의결합니다. 인수 당시의 프리미엄도 대주주에게만 지급됩니다. 다시 말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자사주에만 프리미엄을 얹어 장외에서 매입한 뒤 주주총회에서 인수를 의결하는 식인 거죠.

즉, 미국에서는 인수가 확정되면 보유한 주식을 모두 인수가에 털 수 있습니다. 이번 블리자드-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지금 제가 주식을 사면, 인수가 확정되는 시점에 30%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겁니다. 

그럼 자연스레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인수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가 30%나 벌어진 거야?” 

이 차액만큼은 무위험으로 돈을 벌 걸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기에는 인수합병이 확정되지 않고 무산될 수 있는 리스크가 반영돼 있습니다. 우선 각국의 반독점법 관련 분야에서 눈에 불을 켜고 혹시 반독점법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리나 칸이라는 희대의 매파 행정가가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보고 있기도 하고요(🔗관련 내용).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소니)의 대립도 첨예합니다. 플스 진영은 콘솔 게임 업계의 독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법정 공방 과정에서 블리자드 인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중이고, 이것이 현재 블리자드의 주가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인수가인 95불에 딱 붙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제 ‘무위험 차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리스크가 숨어있다’는 걸 이해하시겠나요?

그럼 무위험 차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과거 무위험 차익이 있었던 경우를 보겠습니다. 

2️⃣ 비슷한 한국 사례 : GS홈쇼핑과 GS리테일 합병 공시

작년에 GS홈쇼핑과 GS리테일(=GS25 편의점) 양사가 합병됐습니다. 이때의 합병 공시 내역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 시장에서 흔치 않은 5% 이상의 ‘공짜 수익’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재작년 11월 11일 나온 공시를 보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대략 4.2:1(정확하게는 4.2236834)의 비율로 합병하기로 했습니다. 즉, GS홈쇼핑 1주당 GS리테일 4.2주를 주겠다는 뜻이죠. 그런데, 제가 이 종목을 보던 당시 GS리테일의 주가에 4.2를 곱한 것보다 GS홈쇼핑 1주의 가격이 싼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년 1월 기준 GS리테일은 3만5000원선이였고, GS홈쇼핑은 13만9800원대였습니다. 이 경우 대략 8000원(=3만5000*4.2-139800)의 차익이 발생합니다. GS홈쇼핑이 저평가거나 GS리테일이 고평가라는 소리겠죠. 

이상적으로는 이런 경우에 GS리테일은 향후 주가 하락을, GS홈쇼핑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면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주식에서 롱숏 전략*은 이런 상황에 쓰는 게 정석입니다.

📌 롱숏 전략 : 매수를 의미하는 롱(long) 포지션과 매도를 뜻하는 숏(short)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방식. 장기적으로는 저평가 주식을 사고, 단기적으로 고평가 주식을 파는 기법을 조합한 장단기 기법을 의미함

당시 GS홈쇼핑이 밝힌 매수 청구 가격은 13만8855원이었습니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가진 주식을 해당 가격에 사주겠다고 한 건데요. 주가(13만9800원)와 비교하면 945원 낮은 수준입니다. 합병 전에 회사가 밝힌 매수청구가격보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하방이 상대적으로 막혀있고, 상방은 열려있는 안전한 매수 타점이었던 거죠. 저는 이같은 판단 기준에 맞춰 GS홈쇼핑을 매수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비트리지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냈던 겁니다.

지금까지 주식 시장에서의 아비트리지를 살펴봤는데요. 사실 진짜 아비트리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는 코인 시장입니다. 그중에서도 한동안 어마어마하게 유명했던 ‘김치 프리미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 김치 프리미엄 : 코인에서 가장 유명했던 아비트리지

한동안 비트코인이 외국보다 한국에서 비싼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 가격 차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불렀죠. 2018년에는 거의 40%까지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했고, 2020년대에 들어서도 15% 정도의 김치 프리미엄은 꽤 흔하게 발생했고 생각보다 오래 유지됐습니다. 이에 착안해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친구 한 명과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1. 외국과 한국에 각각 법인을 설립합니다. 저는 영국에 법인을 세웠는데요. 가상화폐 거래가 편리하고, 영국에 거주 중인 친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2-1. 한국에서 영국 법인으로 일정 금액을 송금합니다. 

2-2. 이 돈으로 영국 법인이 영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합니다.

2-3. 영국 법인이 한국 법인의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합니다. 

2-4.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판매합니다. 한국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이 영국보다 비싸기 때문에, 영국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한국에서 판매할 때마다 한국-영국 간 비트코인 가격의 차익을 노릴 수 있습니다. 

3. 2-1부터 2-4까지의 과정을 무한히 반복합니다. 

사실, 위 계획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계획을 행할 때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2-1 ‘외국으로의 송금’ 부분에서 예상 못한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1년에 개인이 별다른 신고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돈은 5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송금을 방지하기 위해 그 이상을 송금하려면 구체적 이유를 밝혀야 했습니다. 결국 그만큼만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후 유사 사례들이 올해 들어 적발되면서 그때 제가 위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던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 됐습니다(🔗관련 기사). 여기서 제가 얻은 교훈은 ‘시장은 가끔 아비트리지를 주지만, 그 뒤에는 보통 법적, 제도적 진입 장벽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비트리지 자체가 발생하는 건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장이 언제나 합리적이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개 빠르게 그 아비트리지가 사라집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무조건 그 아비트리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시장을 더 합리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전히 차익이 남아있다면, 보통 그 뒤에는 어떤 법적, 제도적 장벽이 있거나 아니면 대주주의 이해 관계 등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무위험 차익이 발생했다는 것에 주목해 “풀매수!”를 외치기 전에 이런 위험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진입할 경우, 높은 확률로 안전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포커에서 족보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투자에서도 족보를 따져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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