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물가 안정’이 먼저인 이유

리멤버 나우

⚖ 그래도 ‘물가 안정’이 먼저인 이유

“그야말로 검은 월요일” 국내 주요 언론들이 표현한 어제 금융 시장의 모습입니다. 블랙 먼데이를 촉발한 건 환율이었습니다. 환율은 하루 만에 20원 넘게 올라 1431.3원에서 멈췄고, 환율 공포에 코스닥은 5% 넘게 급락했습니다(🔗관련 기사). 11월 미국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어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까지 급락하면서 달러의 초강세를 부추겼습니다. 잇따른 대내외 악재로 환율이 조만간 1500원까지 갈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이 돌파되자 정부는 구두 경고나 개입을 넘어 본격 환율 방어에 나섰습니다. 핵심은 달러를 시중에 많이 푸는 건데요. 정부는 7000억달러가 넘는 민간 외화 자산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관련 기사). 지난주 금요일엔 14년 만에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통화스와프도 체결됐습니다.

다만 진짜 환율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발목을 잡는 건 1758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입니다. “물가냐 이자냐…한은 총재의 선택은”(아시아경제)이란 어제 기사 제목처럼 한국 경제가 딜레마에 빠졌단 평가가 나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일단 물가 안정에 주력해도 괜찮을 이유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리느냐가 물가와 금융 중 양자택일의 문제일까요? 다음 요소들을 살펴보죠.

1️⃣ 실질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모두 2% 이상 수준을 유지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실업률은 낮고 고용률도 높은 편입니다. 아직 실물 경제가 굳건한 게 금융 불안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됩니다.

2️⃣ 그간 대출 금리가 상당히 올랐지만, 최근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비중은 매우 낮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입니다.

3️⃣ 물가 상승이 가팔라 실질 금리(명목 금리 – 물가 상승률)는 이전보다 오히려 낮은 편입니다. 이는 대출자 이자 상환 부담의 완화 요인이 됩니다.

4️⃣ 실질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 대출자가 유리해집니다. 대출 증가세가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5️⃣ 금리 상승이 어정쩡해 환율이 안 잡히면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경영 지표가 악화됩니다. 

1~5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재로선 금융 불안을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물가 안정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해보입니다. 다만 부실 대출 증가에 대응할 미시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죠. 예를 들면 은행이 수익을 배당으로 내보내지 말고 손해를 충당할 적립금에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겠습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금리 인상 배제하고 환율 안정 어렵겠죠

(KDI의 공식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 먼저 밝힙니다.) 한은으로서는 기존에 거듭 강조하던 점진적인 금리 인상 경로를 고집하긴 어려운 시점입니다. 혹여 빅스텝을 하더라도 물가·환율, 금리 부담 중 전자만 고집하는 판단은 아닐 겁니다. 

현 수준의 높은 환율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됩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 물량이 증가한다’가 실현될 가능성이 과거처럼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 대비 부도 위험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외환 보유액 등 금리 이외 가용한 수단은 더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금리 인상을 배제하고 환율의 상승을, 혹은 환율의 추가적 상승 기대를 꺾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기재부가 구두 개입을 포함해 가용할 수단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건 올바른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실질적으로 외환 보유액을 감소시켜 달러 공급을 늘리는 겁니다. 다시 말해 대외 공표용 외환 보유액은 유지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달러 대출을 늘리는 방식인데요. 현재로서 국민연금이 공격적으로 달러를 확보해 대외 투자에 나서는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긴 합니다. 어느 경우든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처럼 외환 보유액을 공격적으로 감소시켜 대응하는 게 조금 더 투명한 정책적인 판단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과거와 달리 IMF가 신흥국에 권장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DSR 40% 규제는 방치해도 되나요?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이 금리 상승으로 늘어날 원리금 부담이 어떻게 될까요? 연봉 6000만원인 사람이 10억원짜리 주택을 사면서 30년 만기 주담대를 6억원 받는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집값 상승기(2020~2021년 9월)에 대출 받았다면, 그 당시 주담대 금리는 2% 정도였으니 매년 원금 2000만원에 이자 1200만원을 더한 3200만원을 갚아야 합니다. (이는 DSR* 53%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주담대 금리가 6%로 상승하면 이자는 36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은 총 5600만원이 됩니다. (DSR 93%가 됩니다.) 8%가 되면 6800만원이 됩니다. (이는 DSR 113%입니다!) 

DSR 상한은 현재 40%로 여전히 규제 강도가 높습니다. 연봉이 8000만원인 사람을 예로 들면 금리가 2%였을 땐 DSR(40%)이 규제 범위(40%)지만, 금리가 8%일 땐 원리금이 6800만원으로 DSR(85%)이 규제에 걸립니다. 

(게다가 영끌 투자 중 상당 부분은 전세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한 ‘갭투자’입니다. 집값이 전세가 이하로 내리기라도 하면 투자 원금 대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현재 금융 당국은 DSR이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게 규제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한은 개입만으론 역부족

고통스럽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못 줄이는 것보다 이득이 큽니다.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일반적 수준의 0.25%p 인상을 계속했다간 인플레도, 환율도 못 잡는 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한은이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과거사를 들춰보면 효과를 내긴 역부족입니다. 무엇이 더 손실일지 직시하고 피해가 덜한 선택을 내리는 게 좋겠습니다.

🌇 왕복 10차선 도로 위 아파트 건설 계획, 백지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SH공사가 추진한 도로 위 아파트. 중랑구 신내4 지구의 북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에 인공 대지를 만들고, 그 위에 15층 높이 건물 2~3개 동과 상업 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건물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지반이 무너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면서 SH공사가 설계 변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도로 아래에 건물과 상업시설 등을 짓고, 도로 위는 전면 녹지화해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겁니다.

설계 변경으로 개별 주택 면적은 넓어질 전망입니다. 상대적으로 좁은 인공 대지엔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초소형 아파트를 지어야 했는데, 일반 대지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입주 시점은 2024년 하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될 예정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무산이라기보단 신중한 진행 아닐까요?

기존 도로를 도시 개발에 활용하는 사례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성장한 도시는 더 이상 물리적 확장이 어려운데, 활용 가능한 대지를 추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만 해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추진 중이죠. 동탄 지역에서는 이미 지하화 공사가 진행 중이며 한남과 양재 구간 지하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입니다. 지하화를 토대로 상습 정체 해소와 공공 녹지 확보 등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랜드마크로서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죠. 

다만, 제가 언급한 지하화 프로젝트와 신내 4지구 사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하화 프로젝트는 녹지 공간 확보와 일종의 복층 도로 건설이 주목적인 반면, 신내 4지구는 왕복 10차선 도로 위에 조성된 대지에 고층 주거 공간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중 처리와 관련해 안전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제안 초기 당시에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평가 받았겠지만,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공 목적이 강한 사업인 만큼 비용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당초 사업 계획보다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기사 제목의 ‘무산’이란 단어는 자극적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신중한 사업 진행으로 평가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망 사용료 大戰] 넷플릭스 이어 유튜브까지 가세!?

‘망 사용료’를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와 한국 통신 사업자 간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와 3년째 소송전을 벌이는 넷플릭스에 이어, 이번엔 유튜브가 가세했습니다. 국회에 발의된 ‘망 사용료 법안’ 무산을 위해 반대 서명 촉구 운동에까지 나선 겁니다(🔗관련 기사). 

법안의 골자는 이들 빅테크가 국내 통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함으로써 과도한 트래픽 유발을 책임지라는 건데요(🔗관련 내용). 유튜브는 이에 맞서 추가 비용 발생이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고, “한국 내 사업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며 사실상의 경고도 날렸습니다.

두 빅테크가 힘을 뭉친 데 이어 조만간 구글과 틱톡이 가세하고, KT와 LG유플러스 등 나머지 국내 대형 통신사들도 대응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양측 대전이 판을 키울 거란 이야기도 나옵니다(🔗관련 기사). 분쟁 결과가 어떻든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글로벌 온라인 세상, 대응도 함께 모색해야

망 사용료 법을 둘러싼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두 회사는 비슷해 보이는 영상 플랫폼이지만 생산자 집단이 다소 다릅니다. 유튜브 콘텐츠 생산자는 진입 장벽이 낮은 콘텐츠크리에이터입니다. 반면 넷플릭스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전문 업체들입니다. 유튜브가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인 것도 이런 맥락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 입장에선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유튜브, 넷플릭스에 트래픽 비용을 요구하고 싶겠지만 여론전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듯합니다. 게다가 두 회사의 한국 여론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미 유튜브 생태계가 잘 형성돼 있고,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이미지를 얻었으니까요.

때문에 망 제공사는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망 사용료를 두고 각국 통신 업계와 플랫폼 사업자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요. 여러 나라의 이해 관계자를 모아 공동 대응하는 게 효과적일 겁니다. 이미 유럽연합 측은 올해 말까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망 ‘무임 승차’를 막기 위한 법안 초안을 만들 거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CP 업체들이 뭉치는데, 통신 업계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뜻을 모아야겠죠.

📈 높은 수수료에도 신탁사 찾는 단지 늘었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정비사업 전반을 신탁사가 맡아 진행하는 방식인데,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하고 시공사 선정, 인허가, 분양 등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조합방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조합 설립 등 절차가 필요치 않아 전체 사업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자금 조달도 유리한 편입니다. 다만, 신탁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단 단점도 있습니다. 과거엔 수도권 일부 지역만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시행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사업 지연을 막을 수 있고 정부도 신탁 방식 활성화 계획을 발표해 신탁사를 찾는 단지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가장 큰 걸림돌, 수수료 대책 나오길

신탁방식은 2016년 도입됐습니다. 여러 장점에도 높은 수수료, 까다로운 요건 등으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정비사업 차지 비중이 4% 수준에 불과합니다. 토지등소유자* 입장에서 신탁방식을 채택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수수료입니다. 총 분양 매출의 2~4%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데 대단지나 분양가가 높은 서울의 경우 수수료가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니까요. 또 주민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을 수 있고, 신탁 방식으로 진행되더라도 여전히 주민 동의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8·16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민과 신탁사 간 공정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위에 언급된 문제점의 대책도 함께 마련돼 신탁 방식이란 좋은 제도가 빨리 정착되길 기대합니다.

📌 토지등소유자 : 재개발 등 정비구역 안에 있는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 혹은 그 지상권자(해당 토지를 빌려 쓰는 사람) 등을 의미함


✍Quiz of the day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은 크게 조합 방식과 ‘이 방식’으로 나뉩니다. 조합 방식은 토지나 건축물 소유자와 지상권자 등이 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이 방식’은 사업 진행 전반을 신탁사가 맡아서 합니다. 전체 사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신탁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음 중 ‘이 방식’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