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강의를 위한 두 가지 필승법

🎤 기억에 남는 강의를 위한 두 가지 필승법

강의하는 남자, 청중

코로나로 기업교육 형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장보다 줌이나 팀즈 같은 비대면 교육플랫폼에서 교육생을 만나는 일이 기업교육의 뉴노멀로 자리잡았죠. 형식의 변화와 함께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기업 정신이나 마인드 교육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대신 성과에 직결되는 직무교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 환경이 불확실하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기업교육과 사내 강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내 강사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혹시 여기까지 읽고 ‘나는 강사가 아니니 상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우리는 모두 사내 강사입니다. 강사를 ‘누군가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면요.

장기기억으로 남은 강의가 ‘좋은 강의’

지난 6월 좋은 코칭 방법에 대한 책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를 출간했는데요.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직급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전달할 기회가 많은 팀장과 임원급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활동은 본질적으로 강의와 다름 없습니다.

‘좋은 강의를 하는 법’이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강의’의 정의를 내려야겠죠. 물론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만 저는 뇌과학 원리와 오랜 기업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좋은 강의란 교육생에게 유익한 ‘장기기억’으로 남은 강의이다.”

모든 강의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겁니다. 지식의 변화일 수도, 스킬의 변화일 수도, 마인드의 변화일 수도 있겠죠.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외부 자극을 지각하는 단계가 특히 중요합니다. 사람의 인지 프로세스를 보면 지각이 반응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attention 장기기억

그리고 이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장기기억입니다. 만약 강사에게서 전달받은 내용이 교육생들의 뇌에 장기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면, 지각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고 어떠한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없을 겁니다. 결국 강의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셈이죠. 

그렇다면 교육생이 오래도록 강의를 기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기기억에 유용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어텐션에 어텐션하자

인지 프로세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억에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어텐션’, 즉 주의집중입니다. 기억은 집중에서 시작되고 집중없이 받아들인 정보는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지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뇌는 ‘새롭거나, 필요하거나, 의미 있는 것’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의에서 새로움이란 ‘패턴의 변화’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강사의 목소리 톤이 일정하다면 교육생 입장에서는 패턴의 변화를 느끼지 못해 새로움을 인식하기 어렵고, 결국 어텐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무언가 들은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없을 확률이 높죠.

말의 속도, 몸의 움직임, 강의 중간에 동영상을 틀거나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하는 것 모두 패턴에 변화를 주는 행동입니다. 패턴 변화의 폭이 클수록 장기 기억의 크기도 커집니다. 

어텐션의 다른 요소인 ‘필요한 것’과 ‘의미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생들에게 지금 듣는 내용이 왜 필요하고 의미 있는지 수시로 인식시키는 게 효과적입니다. 이는 특히 강의 도입부에서 더 중요한데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 학습목표를 말하고 이것이 청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거죠. 듣는 이로 하여금 강의로 얻는 혜택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요. 혜택의 선명도만큼 그들의 어텐션, 즉 장기기억도 높아질 겁니다.

교육생들에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찾는 데 도움 되는 팁이 있습니다. 강의를 준비할 때 ‘If I were…’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건데요. 역지사지로 자신이 교육생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묻고 답을 하는 거죠. ‘만일 내가 회계관리 업무를 처음 시작한다면, 이 강의에서 무엇이 궁금할까?’라는 식으로요. 그리고 강의 도입부에서 이 생각을 교육생들에게 질문해 확인해 보세요. 그 과정으로 교육생들은 강사가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될 겁니다. 교육생들의 학습 동기가 생겼으니 벌써 강의의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2️⃣ 한 번에 기억해야 할 개수를 줄여라

전달내용을 파이프로, 장기기억을 땅으로 비유해보면 ‘기억시킨다’는 것은 파이프를 땅에 깊게 고정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땅에 파이프를 깊이 박으려면 다음 그림의 A와 B 중 어떤 경우가 효과적일까요?

장기기억 프로세스

정답은 A입니다. 기억의 과정도 이와 동일합니다. 효과적으로 기억시키기 위해서는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즉, 한 번에 기억할 정보의 개수가 적어야 합니다. 뇌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프린스턴대 조지 밀러 교수는 ‘매직 넘버 7’이란 개념으로 뇌의 처리 용량의 한계를 설명한 적이 있는데요. 그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단기간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 정확히 말하면 작업기억의 정보처리 용량은 7±2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단기로 기억할 수 있는 아이템의 개수는 7개 전후(5~9)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전달 내용이 많다면 한 번에 전달할 개수를 줄여야 합니다. 전체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작업기억으로 처리할 양을 줄이는 건데요. 여기에 도움 되는 방법이 ‘청킹(chunking)’, 즉 덩어리 짓기입니다.

만약 전달할 내용이 고양이, 아파트, 휴대폰, 장미, 휴지, 독수리, 우산, 유조선, 노트북, 코끼리, 라일락, 볼펜이라고 해봅시다. 기억시킬 정보가 총 12개이니 한 번에 처리하기엔 양이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 전달한다면 그림에서 끝이 무딘 파이프(B)처럼 땅 속, 즉 교육생의 장기기억에 파고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청킹을 하면 한 번에 처리해야 할 기억의 개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물과 무생물로 분류해보는 겁니다. 만약 생물에 대한 정보량도 많다고 생각된다면 동물과 식물로 청킹을 세분화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한 번에 기억할 정보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어떤 강의라도 그 성과는 ‘기억’으로 귀결됩니다. 기억하는 내용 없이 단순히 좋았다는 느낌만 남은 강의를 ‘좋은 강의’라 할 수 있을까요? 느낌만 남아있는 강의는 성과 창출과 거리가 먼 단순 활동에 불과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성과란 유익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변화는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사내 강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기억’이라는 키워드에 끝까지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반복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날 좋은 사내 강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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