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 매출 700억, 오늘식탁의 성장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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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만 매출 700억, 오늘식탁의 성장 비결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플랫폼 기업 인스타카트(instacart). 일반인이 고객을 대신해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입니다. 창업한 지 10년도 안 돼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도 제칠 정도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 사업 모델과 성장세를 보고 오늘식탁 김재현 대표는 ‘신선식품 당일 배송’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식품 배송 업체들은 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 모델”이라며 거절했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2017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올해 직원 수 80명, 매출액 700억원 달성을 앞둔 신선식품 물류 스타트업으로 컸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퀵 커머스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오늘식탁의 성장 비결을 알아봤습니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확한 예측

초(超)신선식품 배송 업체는 속도가 생명입니다. 속도가 제품의 신선도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물건을 배송하기까지 1분 1초의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습니다. 특히 물류센터에 얼마든지 쌓아둘 수 있는 공산품과 달리 신선식품은 미리 양껏 만들어두고 팔 수가 없는데요. 그런 만큼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공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지 식품들을 다루다 보니 공급량에는 날씨 같은 예측하기 힘든 변수도 있습니다. 태풍 시즌에는 아예 조업이 불가능하죠. 김 대표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요와 공급 예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 이유입니다.

오늘회는 마케팅을 시작하면 다음 날 수요가 평시 대비 얼마나 몰리는지, 상품별로 수요량이 어떻게 되는지, 월초와 월말, 주초와 주말에 얼마나 주문이 몰리는지 등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모아 데이터화했습니다. 100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할 경우, 그중 몇 명이 구매에 나서는지도 파악했습니다. 마케팅 강도에 따라 주문이 얼마나 몰리는지도 분석해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데이터가 이미 많은 광어, 꽃게, 달걀 같은 인기 상품은 아예 버리는 물량이 없을 정도입니다. 예기치 못한 품절 사태 역시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판매 예상 시점에 근접해 상품이 모두 소진됩니다다. 요즘은 두릅이나 미더덕처럼 취급한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상품에 대해서도 관련 데이터를 누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인스타카트의 성공 비결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확한 재고 파악’이 꼽히는 것과 유사한 대목인데요. 인스타카트 기술팀 역시 각 식료품점의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합니다. 재고 정확도가 떨어지면 물건을 파는 리테일러와 고객은 물론 중간에서 직접 쇼핑을 해다 주는 쇼퍼까지 관련자들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소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쌓이면 고객은 플랫폼을 바로 이탈하니까요.

김 대표는 “처음엔 막막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보니 의외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비교적 일정했다”면서 “데이터에 집중한 결과 버리는 물량 자체가 줄었고 소비자들에게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새 상품을 추천하기도 수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살펴보니 의외로 우유나 계란 같은 품목들이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른 마켓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100위권의 상품을 분석해 오늘회의 판매 품목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늘 구매하던 단일 제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킬링 상품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산지에서나 맛볼 수 있던 초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한다’는 오늘식탁의 현재 이미지는 201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제주 딱새우회’의 공이 컸습니다. 오늘회가 딱새우회를 판매하기 이전만 해도 딱새우는 오직 제주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수산물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수산물만 판매하던 것에서 나아가 취급하는 제품군이 우유, 농산물, 정육 등 신선식품 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런 만큼 ‘딱새우회’처럼 고객이 흥미를 가질 법한 새로운 제품군을 적기에 추천하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합니다.

공급은 생산 업체를 여러 지역에 분산해두는 방식으로 날씨나 조업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해질 수 있는 공급량을 잡았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전략’인데요. 한 업체가 대규모 조업 역량을 갖췄어도 동일한 상품을 제주와 포항에 분산시키는 식이죠.

쪼개기 전략과 더불어 공급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차근차근 지워나가는 노력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태풍 패턴과 동선까지 데이터로 정리했습니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중소형 태풍은 특정 경로 위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아예 대비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죠. 데이터가 확보되니 비상 상황에 대처할 길이 열렸습니다. 태풍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서 비상시 추가 공급이 가능한 업체들도 섭외해둘 수 있었던 거죠.

최근 오늘회는 수산 식품뿐만 아니라 농축산 식품까지 제품군을 늘렸는데요. 여기서도 핵심은 ‘쪼개기’입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초당옥수수만 해도 예상 수요가 10t이라면 일단 공급처를 쪼갭니다. 각지에서 1톤씩 따로 공급받습니다. 산지에서 예상치 못한 수급 차질이 생겨도 큰 어려움 없이 극복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3시간, 물류가 핵심

김 대표는 인스타카트와 마찬가지로 신선식품의 ‘당일 배송’을 지향했습니다. 하지만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당일 배송은 불가능에 가까웠죠.

당시 일반적인 배송 시스템은 업체가 대형 거점 물류센터를 갖춘 뒤 재고를 쌓아두고 수요가 생기면 그때그때 배송을 시작하는 식이었습니다. 미리 재고를 둘 수 없는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입고시키고, 이후 배송 기사들이 배달에 나서는 방식으로 배송이 이뤄졌습니다. 물류센터나 기존의 배송 차량, 인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것도 변질되기 쉬운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하겠다니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건 당연했습니다.

1️⃣과감하게 직접 물류 서비스를 만들다

오늘식탁은 기존 물류 업체를 사용하는 대신 ‘오늘회러쉬’라는 IT를 기반으로 한 물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센터와 배송 차량 없이, 오직 IT로 신선식품을 물류로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에 속도를 높이되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저녁 7시까지 하루 1번 배송하는 식으로 먼저 운영에 나섰죠.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고 주문 건수가 늘어날수록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인스타카트의 ‘당일 1∼2시간 내 배송’을 사업 모델로 삼았던 김 대표는 꼭 ‘당일 배송’을 이뤄내고 싶었습니다. 3번의 대규모 투자 비용을 대부분 물류 구축에 쏟아부은 이유입니다.

그 결과 2020년 초부터는 오후 3시까지만 주문하면 3시간 내에 집으로 배달받는 시스템을 완전히 갖췄습니다. 하루 전날 저녁, 다음날의 수요를 예측해 물량을 미리 발주하고, 발주가 들어간 물량은 배송 당일 오전, 각지의 오늘회 물류센터로 입고됩니다. 이후 자동화 물류 설비를 활용해 300개 정도의 상품을 빠르게 포장해내죠. 수요량을 예측한 사전 발주와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짧은 시간에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업계에서도 오늘식탁은 단순 커머스 업체가 아닌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물류 업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배송도 하루 3번(낮, 저녁, 밤)으로 시간대를 늘렸다.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3시까지,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저녁 7시, 저녁 7시까지 주문하면 밤 11시에 먹기 좋게 손질된 신선한 수산물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퀵 커머스 시장에서 이 정도로 배송 시스템을 촘촘하게 갖춘 업체는 없는데요. 이러한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24시간 내내 고객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김 대표의 목표라고 합니다.

2️⃣산지 현황부터 주문, 배송 데이터를 한 번에 연결

빠른 배송의 핵심에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김 대표는 산지의 조업 현황과 수급 상황 등 산지 데이터와 고객 주문, 배송 상황까지 모든 데이터가 서로 실시간으로 연동되도록 했죠. 예컨대 고객이 방어회를 주문하면 생산과 가공 현황이 즉시 파악되고, 그에 기반을 두어 이후 고객 집 앞 배송 예상 시점까지 배송 라이더들과 고객에게 즉각 전달되는 식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현재 오늘회에서 신선식품이 현지 생산부터 고객에게 배송되는 데 걸리는 총시간은 8시간 남짓입니다.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물류 업체에서 고객의 주문부터 발주, 제품의 물류센터 입고까지 약 2일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죠. 오늘식탁은 서울 성수와 경기 광명, 군포, 경남 양산, 충북 청주에 배송 거점이 되는 ‘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마련했습니다. 지역별 물류센터에서 즉각 주문을 접수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해 시간을 절약했죠. 일반인 배송 라이더는 그 뒤 3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달을 완료합니다.

3️⃣사륜차 기반 일반인 라이더

오늘회의 초스피드 물류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가 ‘일반인 라이더’입니다. ‘오늘회러쉬’는 인스타카트나 쿠팡처럼 일반인 배송을 핵심으로 합니다.

오토바이나 트럭이 아닌 사륜 일반 자동차 배송 방식을 활용하는데요. 자차와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배송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로 단 건으로 배송하는 이륜차 배달과는 달리 사륜차는 많은 배송 물량을 묶음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효과적입니다.

전문적인 이륜차 배송 기사들의 배송 단가가 점차 상승하고, 경쟁 업체인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등에서 이륜차 배송 기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이러한 시도는 배송 인력을 수월하게 공급받게 했습니다. 그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건당 배송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오늘식탁 측의 설명입니다.

오늘회러쉬는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송 경로’도 일일이 지정해준다. 기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배송 시간이 늦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라이더 경험이 없는 이들도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면 되니 헤맬 일이 없어 효율적이죠. 그 덕분에 정시 배송률이 99.5%에 육박합니다.

최근에는 고객에게 ‘배송 예측 AI 시스템’을 개발해 선보였습니다. 몇 시 몇 분에 식품이 내 집 앞에 도착할 예정인지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오늘회 고객들은 자세한 시간까지 알 수 있으니 당일 요리나 식사 계획을 수월하게 짤 수 있죠. 현재 평균 예측 정확도는 87%에 달합니다.

오늘식탁은 어렵사리 구축한 이 물류 시스템을 다른 신선식품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업 자체를 별도로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회러쉬가 오늘회의 커머스를 지원하던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자체가 사업화된 셈이죠. 최근에는 동종 업계 커머스 업체에서 ‘배송을 대행해달라’는 문의가 이어지자 물류 솔류션을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플랫폼까지 개발

오늘식탁은 그동안 수산 업계에서 쌓아온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최근에는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까지 개발했습니다. 그동안 발품을 팔아 확보한 수산 업체의 구체적인 거래 정보와 매출 현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블루노트’라는 솔루션을 개발한 겁니다. 현지의 수산업자가 이 앱을 설치하면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전국 각지의 상품 의뢰를 접수하는 것은 물론 오늘의 시세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수산업자들이 놓치기 쉬운 매출 관리 서비스 시스템까지 제공합니다.

김 대표는 “오늘식탁의 입장에서는 묵혀놓기 아까운 수산업 정보를 공유해 해당 사업을 캐시카우로 만들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실시간 가격 정보는 물론 가격 변동성에 대한 업체의 대응 방안까지 제시해줄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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