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경제+안보 → 인플레>의 매커니즘

미국 상원은 작년 6월 ‘미국 혁신경쟁법’을, 하원은 올해 2월 ‘미국 경쟁법’을 각각 의결했습니다. 유사한 두 법안은 향후 통일 절차를 거쳐 양원에서 최종 통과될 전망입니다. 이른바 ‘대중(對中)경쟁법안’인데 골자는 첨단 산업 지원과 공급망 개선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엔 중국 등 적대적 국가의 첨단기술에 투자할 때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는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했지만, 이제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제한적 효율성’을 쫓고 있습니다. 경제 논리에 안보가 개입되니 기존 글로벌 공급망에 금이 가고 기업의 생산 비용이 높아져 인플레를 초래하는 구조적 압력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에서 한국이 최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한 건 중국의 입김이 강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더불어 공급망을 중층적으로 강화할 기회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며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사실 한국은 대중 공급망 의존도가 너무 높아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는데, IPEF 가입을 통해 공급망 균형을 구축할 길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이주비 대국민 공개가 해답 아닐까요?

이주비 문제는 꽤 오래된 논제입니다. 사업비 전가·과열 경쟁 초래 등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과연 못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문제가 생기면 못하게 하고 없애버리면 된다는 행정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답답합니다.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관련 법 개정 근거로 ‘정비 사업의 투명화’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투명화가 목표라면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비용을 샅샅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합니다. 같은 재개발인데 어떤 지역은 이주비를 얼마 주고, 또다른 지역은 왜 그보다 낮게 주는지 모두에게 공개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이주비 제공은 일종의 서비스인데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사업의 시행사, 쉽게 말해 해당 사업의 실질적인 운영자 격입니다. 일반 시행사와 사업 추진 역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일반 시행사는 ‘회사’가 인허가부터 설계까지 전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조합은 1인 1표를 가진 조합원들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진행합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단순 시공만 하는 게 아니라 조합을 돕는 일종의 파트너 역할을 맡는 겁니다. 

이주 지원 문제는 이 관점에서 다시 접근해야 합니다.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이주비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사업 진척을 돕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인 셈입니다. 시공사와 조합이 도급 계약을 맺고 시공사가 이익을 남기는 과정에 그 서비스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법 개정 효과도 미미할 거예요. 이주비 지원이 막혀도 조합은 입찰 과정에서 입찰 보증금과 무이자 대여금을 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를 나중에 얼마든 조합원 이주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법 개정으로 괜히 사업 초기부터 시공사의 자금 조달 부담만 커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이주비 지원이 생긴 히스토리

이주비 지원이 생긴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이 이주비를 조합원들에게 집단 대출해주고, 이들이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2017년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주를 못 하는 조합원들이 생겼습니다. 궁여지책으로 건설사들이 편법을 동원해 이주비 대출을 지원했던 것입니다. 현재 집값이나 전세가가 급등한 시점에서 이주비 대출 한도가 지금처럼 막혀있다면 편법이 또 동원될 겁니다. 현재도 국토부 고시로써 금지 상태지만 편법 지원이 있던 것처럼요.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원천 금지보다는 과도한 경쟁을 막아야

이주비 지원 원천 차단이 정답은 아닙니다. 현행법상 재건축·재개발은 만장일치 제도가 아니라, 개발이 모두에게 꼭 환영받는 행위는 아닙니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이주를 꺼리는 원주민에게 이주비 지원은 개발 피해를 어느 정도 보전해주는 방안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주택 정비 사업은 속도전이 생명입니다. 이런 제약으로 사업 진행을 더디게 하면 주민 갈등이 지속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전 지원을 허용하되 과도하게 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제도와 시장의 충돌

타다와 로톡, 닥터나우의 공통점은 제도적으로 진입 장벽이 공고하다는 점입니다. 진입 장벽이 없는 업종에서는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해도 자연스럽게 시장에 녹아들 수 있습니다. 반면 이들 영역에서는 진입 장벽을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반발이 거셉니다. 제도의 재정비 없이 정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업종에서 플랫폼이 진입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구분하는 등 과감하게 나서준다면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한쪽에서는 벤처 창업을 유도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벤처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 백제 집터가 품은 40년간의 미스테리

고대 유적이나 건축물을 잘 발굴하고 관리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집터는 왜 1980년 완공 때는 발견하지 못 했을까요. 알고도 그냥 아파트를 지었던 걸까요. 만약 이번 재건축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우리는 이 유적을 언제쯤이나 발굴했을까요?

40년을 더 잠들어 있던 이 집터의 미스테리는 ‘기술’이 원인이었나 봅니다. 그새 기술 발달로 문화재 탐사 센서라도 발명한 걸까요? 그땐 안 보였는데 지금은 보이는 게 있네요. 기술의 힘인가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이 집터의 비극이 되풀이하는 걸 막을 순 없을 겁니다. 문화재와 재건축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이 “문화재냐 아니냐”에 맞춰져 있는 한 말입니다. 이 논점에만 머문다면 재건축 현장 곳곳에서 문화재를 문화재라 부르지 못하는 해프닝이 반복될 겁니다. 40년 전 발굴 못한 과오를 미래 세대 보고 부담하라면서 그때는 가능했던 아파트 건설을 지금에 와서 막거나 변경을 요구하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문화재를 문화재로 인정하되 이전 보존을 원칙으로 세우는 게 좋겠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법률로 합의된 가치를 무시하는 이익이 더 클까요?

문화재보호법상 정의된 기념물을 문화재청이 임의로 더 넓게 해석하는 건 적법하지 않습니다. 법률상 기념물의 범위는 ‘절터, 옛무덤, 조개무덤, 성터, 궁터, 가마터, 유물 포함층 등의 사적지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집터 개념이 입법 당시 생소하기 때문에 포함을 안 시킨 게 아닙니다. 집터는 워낙 흔하게 발굴되고 대부분 공사를 중지시킬 정도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개발 이익 대비 보존 이익이 너무나도 작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내용입니다. 법조문을 무시하고 법률상 정해진 내용보다 넓게 유권해석하는 사회적 이익이 이 합의의 가치보다 더 클까요? 문화재는 물론 중요하지만 덮어놓고 예전 것이기 때문에 다 보존해야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 적절한 시기에 나온 최선의 선택 같네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카카오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인 듯합니다. 카카오는 국민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회사입니다. 수익성을 추구하면 평판 리스크에 노출되고, 수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회사 성장이 제한되는 상황입니다.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편의성을 앞세워 회원을 모집한 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장기 수익을 계산해 비즈니스를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타다나 우버 등 모빌리티 서비스 경쟁자들이 늘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매각 시점도 적당해 보입니다.

다만, 매각 이후 소비자의 비용 증가가 우려됩니다. 투자자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고, 소비자들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매각하는 카카오의 사업 전략은 좋지만,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해 온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