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던 SK의 IPO 행진이 멈춘 이유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IPO의 마술사였던 SK : 최근 몇 년간 SK그룹은 카카오그룹과 함께 IPO 시장의 주인공이었습니다. 2020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작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SK리츠를 연달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기 때문입니다. 공모 금액만 해도 각각 약 9600억원, 약 1조4900억원, 약 2조2500억원, 약 2300억원으로 총 5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규모였습니다.

올해는 사실상 실패했다 :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인플레와 금리인상의 여파가 주식 시장은 물론 IPO 시장도 크게 위축시킨 영향입니다. 그 여파로 SK그룹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IPO가 철회됐습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결과라 철회보다는 실패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네요.

이 두 회사의 상황은 과거 몇 년간의 성공 사례들과는 분명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1️⃣ 바이오, 전기차 등 IPO 시점에 각광받는 테마에 속하지 못했고 2️⃣ 비교 대상이 되는 업체들 대비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으며 3️⃣ 최근 유사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SK쉴더스 상장 철회, 왜? : 우선 SK쉴더스는 SK의 정보보안 업체인 SK인포섹, 경비 업체인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 그리고 물리보안 업체인 ADT캡스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입니다. 다소 정체된 물리보안·경비 분야에서 벗어나 정보보안에서의 성장에 방점을 두고 IPO 스토리를 구축해 왔습니다. 문제는 정보보안의 대장주격인 안랩이 정치 테마주로 인식되고 있어서인지, 해당 분야가 그다지 주목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피하지 못한 고평가 논란 : 현재 SK쉴더스의 전체 매출 중 약 60%는 물리보안 분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SK쉴더스가 1위 업체인 에스원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 이유입니다. 에스원은 작년 매출 2조3000억원, 영업이익 1800억원, 당기순이익 1300억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3조원이 채 안 됩니다. 물리보안 분야처럼 투자비가 많이 필요한 사업의 가치평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 영업이익)*는 6보다 낮습니다.

그런데 SK쉴더스의 작년 매출(1조5500억원)과 영업이익(1220억원), 당기순이익(170억원)은 에스원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SK쉴더스는 희망 공모가를 계산하면서 안랩과 해외 보안기업 두 곳을 추가로 참조해 EV/EBITDA 15를 적용했습니다. 공모가 할인을 반영하더라도 시가총액이 무려 2조8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 사이로 에스원을 한참 뛰어넘는 규모였습니다.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쟁력 있지만, 한계도 분명한 원스토어 : 한편 원스토어는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운영하던 앱 스토어들이 통합된 원스토어를 운용하는 회사입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구글 플레이와 경쟁하는 사업자입니다. 소비자 사이에선 낮은 가격과 다양한 결제 방법, 개발자들에겐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 시장의 성장, 그간 누적된 양질의 IP를 활용한 해외 진출 등으로 IPO를 추진했습니다. 문제는 앱 스토어라는 것이 현재 그다지 시선을 끄는 사업 분야가 아닌 데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등 글로벌 선도 서비스와의 격차가 크다는 한계였습니다. 더군다나 게임 시장이 리오프닝 시기를 맞아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이기도 했고요.

6년 내내 영업이익 적자 : 작년 실적은 매출액 2140억원과 영업손실 58억원, 당기순손실 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설립 후 6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비교 대상 기업으로 업계 대표 플랫폼 기업들인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을 선정했을 뿐 아니라, 희망 공모가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 방법으로 이익이 아니라 매출을 비교하는 PSR(시가총액/매출액)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적용된 PSR 7.3에 공모가 할인을 반영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1조원 내외를 목표로 한 것이라 역시나 고평가 논란이 일었습니다.

시장 불황의 벽 넘지 못했다 : 물론 거시 경제 상황이 좋아 주식 시장이 불타고 있었다면,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상장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IT, 플랫폼, 컨텐츠, 게임 분야 기업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현실도 넘어서지 못할 큰 벽이었습니다. 이를 피해 갈 수 있을 만큼 IPO 스토리가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EV/EBITDA : 기업가치(EV)가 감가상각과 무형자산상각 비용을 더해준 영업이익(EBITDA)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보통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여 상각 규모가 큰 업종의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활용함

이철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연준, 연내 640조원 거둬들인다 :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긴축에 돌입합니다. 양적긴축은 양적완화의 반대말입니다.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해 경기를 부양했던 양적완화와 달리, 만기가 돌아온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에 공급했던 유동성을 다시 회수하는 것입니다. 연준은 이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최대 5225억달러(약 640조원)를 거둬들일 예정입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더불어 중앙은행이 과도한 긴축에 나서면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버티기 한계? 이자 23억원 지급 못 한 러시아 : 러시아가 약 24억원 상당의 국채 이자 지급에 실패했습니다. 러시아는 4월 4일까지 만기였던 국채에 대한 원리금을 5월 2일까지 상환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원리금은 갚았지만, 추가 이자를 지불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에 해외 채권자들이 이자 미지급을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볼 수 있을지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에 문의한 상황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이번 미지급으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지만, 러시아가 디폴트에 한발 다가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디폴트 여부를 떠나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본격화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